[칼럼] 네덜란드의 스티브잡스 학교, 무엇이 다를까?
[칼럼] 네덜란드의 스티브잡스 학교, 무엇이 다를까?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9.0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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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네덜란드의 스티브잡스 학교, 무엇이 다를까?

▲ 오힘찬칼럼님스트
A wntlwl 최근 애플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 CEO인 잡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인 '잡스(JOBS)'가 개봉하면서 스티브 잡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포부를 지겹도록 들었던 터라 어떤 인물인지 관심이 영화로 간 것이라 본다.

그런 스티브 잡스의 이름을 딴 학교가 네덜란드에 설립되었다. 11곳으로 계획된 '스티브 잡스 학교'는 지난 8월 7곳을 먼저 공식적으로 열었다.

 이 학교의 아이패드를 교과서로 사용하며, 기존의 교과 교육이 아닌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으며, 교사를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이를 완료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주요 활동이다.

  담임교사도 없고, 학년도 없다. 아이들은 4살부터 입학할 수 있으며, 12살까지 이 학교에서 교육받을 수 있고, 약 1,000명의 학생이 참여하게 된다. 학교는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열려있지만, 10시 30분부터 3시까지만 교실에 있으면 출석 처리된다. 나머지 시간은 학교에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외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연간 590시간 정도만 참여하면 된다. 

 네덜란드의 스티브 잡스 학교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코딩을 정규 교육에 편성하자고 했던 논란과 상당히 비교된다. 무엇이 다를까? 

 먼저 우리나라부터 보자.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해야 하고, 그래서 나온 것이 '코딩 교육'이었다. 코딩을 과목으로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뭔가 타당해 보이지만, 코딩이 과목이 된다는 것을 듣고 드는 생각은 '코딩 입시 학원'이다. 코딩을 통한 창의력 구현이 아니라 코딩 지식을 점수로 환산하여 등급을 올리는 것에 열을 올리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현실이 먼저 떠오른다. 창의력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써 필요한 코딩이 아니라 성적을 올리기 위한 코딩으로 변질할 우려를 먼저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본질적인 부분을 과목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방증한다. 

 스티브 잡스 학교를 보자. 명칭은 스티브 잡스지만, 스티브 잡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로 지어졌다. 거기다 목표 자체가 '다르게 생각하라'이다. 같이 교육받는 학생들이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것을 배우며,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한다.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과목이 아닌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이 '원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돌려서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아이가 어떤 컴퓨터 게임을 구상했다. 그 게임을 기획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개인 프로젝트로서 말이다. 여기서부터 원하는 것을 배워나가야 한다. 일단 기획을 위해선 게임에 대한 충분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배워야 한다. 다음으로 디자인하는 방법도 알아야 하니 배워야 한다. 고도의 숙련된 디자인을 할 수 없겠지만, 배우고 진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그다음 어떻게 해야겠는가? 게임을 구현하기 위해 코딩도 배워야 한다. 게임이 훌륭하든 훌륭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 어떤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위해 필요하고 원하는 것을 배우며, 그것으로 어떤 결과물을 계속 만드는 활동을 하면서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한 배움이 증진되는 구조다. 

 4살부터 12살까지 라면 거창한 프로젝트일 필요도 없다. 아이들이 생각한 것을 인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것을 가르치며, 아이가 실현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성취감을 통해 교육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 스티브 잡스 학교의 본질이다. 

 무언가를 가르쳐 놓기만 하려는 것과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배우도록 하는 것, 비슷한 것 같아도 분명 다른 방식이며, 네덜란드가 추구하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과 그를 통해 육성하고자 하는 인재상은 코딩을 과목으로 하자는 것보다 뚜렷하다. 

 오히려 우리나라 정부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창조경제의 모범을 네덜란드가 대신 제시한 셈이다. 네덜란드의 스티브 잡스 학교를 볼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이 질문만큼 멍청한 것도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정말 간단한 것을 우리는 놓치거나 겁먹거나 뒤처진다고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뒤처지는 쪽은 누구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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