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르신 모드'보다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라
[칼럼] '어르신 모드'보다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라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9.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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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르신 모드'보다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라

 

▲ 오힘찬칼럼니스트
추석이다. 시끌벅적 모인 친척들의 이야기 속에 단연 주로 꿰찬 것이 '스마트폰'이다. '누구는 어떤 기종을 쓰느냐', '어떤 제품이 좋으냐',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마트폰 얘기는 화제다. 뭔 기계 하나가 얘깃거리인가 싶지만, 플래그쉽 제품의 소비가 높은 국내 소비자의 스마트폰 구매 성향상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기기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일종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나 고사양의 스마트폰을 꺼내는 와중에 낡은 폴더폰을 꺼내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도 낯설지 않다.

 '전화만 잘 터지면 되지', '젊은 애들이나 쓰지 난 잘 몰라'

 미래부는 이런 문제에 노인층의 스마트폰 사용을 늘리기 위해 통신 3사와 함께 일명 '어르신 모드'로 불리는 런처 개발을 실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SKT는 'T실버'라는 노인용 서비스를 먼저 공개했고, 이달 말부터 정식 제공될 것이라 밝혔다.

 이 런처는 전화, 메세지, 카메라, 사진첩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과 긴급신고, 응급의료정보, 보건복지정보 등 특화된 서비스, 인터넷(웹 브라우징), 날씨, DMB 등 컨텐츠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까지 본다면 낡은 폴더폰의 노인이 오버랩되면서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노인들을 위한 합리적인 스마트폰 유도일까?

 먼저 이런 생각이 든다. '굳이 이렇게 스마트폰을 쓰게 해야 하나?'. 실상 어르신 모드의 기능들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저렴한 피처폰에서 제공하고자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르신 모드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껍데기를 노인들이 쓰기 편하게 만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왜 그렇게 해야 할까? 그렇게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스마트폰을 스마트폰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제는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높은 가격대 탓에 많은 기능을 쓰지도 않고, 어려워 보이기에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뿐이지 실상 피처폰이든 스마트폰이든 어려워한 건 매한가지다. 비싼 것도 매한가지고,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그렇게 생각만 할 뿐 정작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되면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인이라 모른다? 이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고, 오히려 노인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배척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은 '무시'가 아닌가.

 좋은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메세지도 보내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싶고, 멀리 있는 자녀의 사진도 받아보고, 손주와 영상통화도 하고 싶은 것이 더 현실적이고, 노인들이 바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배척하고 '이렇게만 쓰세요~'라고 한다는 것은 노인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더 멀리하도록 할 것이다.

 재미있게도 노인들이 몇 가지 기능만 쓴다고 해서 스마트폰 사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젊은 층도 스마트폰 기능의 절반 이상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배우기로서니 젊은 층이나 노인이나 마찬가지이며, 동일 선상에서 본다면 굳이 노인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특별히 관리할 이유가 없다. 젊은 층이 쓰기 어렵다고 노인들은 더 쓰기 어렵다는 것은 상당한 오류다.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을 어렵고 고귀한 것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돌려놓는 것부터 필요하다. 이제 스마트폰은 일상이 되었으니까.

 물론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설정을 대신 해줄 자녀가 없는 독거노인이라면 이런 기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싼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기보다는 저렴한 피처폰을 공급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얼마 전 노키아는 3만 원 수준의 '노키아 108'을 출시했다. 3만 원이면 카메라 기능과 기본적은 전화, 문자 메세지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무엇하러 몇십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구매해야겠는가.

 미래부는 노인들을 위한 피처폰 공급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차라리 이게 낫다. 스마트폰을 억지로 노인들에게 쓰도록 하는 것보다 말이다. 하지만 어르신 모드는 좋지 않다. 내가 늙었을 때 젊은 세대가 구닥다리라며 '이것만 쉽게 사용하세요~'라 한다고 상상해보라. 필자라면 그놈의 멱살부터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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