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이정재, 그에게서 배우 향기가 난다
‘관상’ 이정재, 그에게서 배우 향기가 난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9.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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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비평]미남 배우 이정재, 이제는 연기파 배우…‘외길 고집’ 배우인생에 담긴 철학

▲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은 오는 24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단지 내에 위치한 시네마테크KOFA에서,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영화배우 이정재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영원한, 젊은 남자: 이정재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지난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 당시 ‘신세대·X세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이후 94년 KBS <느낌>을 시작으로, 95년 SBS <모래시계>, 97년 <달팽이>, 98년 <백야 3.98> 등 드라마와 <젊은 남자>, <불새>, <태양은 없다>, <정사> 등에 출연. 개봉 11일째인 22일 600만 명을 동원한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얘기다.

요즘 말로 ‘대세’다.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다. 신세대 스타, 몸짱 연예인 등의 수사에서 벗어서 충무로와 방송가는 ‘배우 이정재’를 재해석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24일∼내달 6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KOFA에서 이정재의 영화 데뷔작 <젊은 남자>부터 최근작 <신세계>까지 출연작 15편을 무료 상영한다. 이정재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한 행사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누리꾼들이 뽑은 <관상>의 최고 수훈갑은 흥행보증 수표인 배우 송강호도 연기파 배우 김혜수도 아닌 이정재.

각 포털 사이트에는 ‘이정재 출연작 다시보기’ 운동이 일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이정재의 대사 “내가 왕이 될 관상인가” 등의 풍자물이 쏟아질 정도다. 이정재만의 섹시한 카리스마와 20년 배우인생이 녹아든 연기력 때문이다.

배우 이정재, 그의 연기철학이 담긴 20년 외길 인생

한  언론사는 “관상 이정재, 1시간 뒤 등장에도 존재감 폭발 ‘인터넷도 난리’”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정재를 향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0년대 충무로에서 ‘이정재’라는 네임밸류는 양날의 칼이었다. 인지도 높은 배우이지만, 흥행에는 썩 도움이 되지 않는…. 그의 출연 작품이 연예계 이슈는 될지언정 폭발적인 흥행도 연기에 대한 찬사도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정재는 적어도 충무로에선 그저 그런 배우였다. 굳이 충무로식 말로 표현하자면, “작품 운이 없는 배우” 정도다. 지난 2000년 영화 <순애보>, 2001년 <선물>과 <흑수선> 등이 그런 종류의 영화로 평가받았다.

배우 김희선의 데뷔작으로 알려진 <공룡선생>에서 촉망받는 신세대 스타를 시작으로, 당시 가장 핫한 여배우인 신은경과 주연을 맡은 영화 <젊은 남자>, 배우 정우성과 남성성을 그린 <태양은 없다>, 배우 이미숙과 열연을 펼친 <정사> 등에서 보여준 이정재의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재는 영화를 고집했다. 그가 2000년대 드라마에 얼굴을 비친 것은 2007년 <에어시티>를 통해서였다. 1998년 <백야 3.98>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TV 드라마에 출연했을 만큼 그는 충무로 바닥을 전전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드라마 흥행 보증수표로 부각→충무로 진출→흥행 실패·연기력 논란→다시 드라마 복귀’ 수순을 밟는 탤런트와 배우 사이에 있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은 터라 충무로를 고집하는 이정재의 길은 외줄타기, 그 자체였다.

그랬던 그가 올 초 개봉한 <신세계>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영화 <관상> 수양대군 역할을 통해 그야말로 홈런을 날려버렸다.

‘사극’이란 정형화된 틀과 ‘선악 구도’의 뻔한 소재 속에 자칫 진부한 스토리가 이어질 때쯤 이정재는 조선시대 ‘나쁜 남자’ 캐릭터인 수양대군으로 등장, 영화 전체를 압도했다.

어린 왕세자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문종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킨 수양대군은 김종서와의 치열한 사투를 통해 권력의 암흑과 찬탈의 중심부로 자리매김하면서 조선시대판 ‘나쁜 남자’의 표상이 됐다.

신세대 스타, 비주얼 배우에 머물던 이정재가 자신의 딜레마를 극복한 순간이다. 이것이 20년 외길 인생을 걸은 이정재만의 고집스러운 배우 철학 때문이라면, 과장된 해석일까.

“(정)우성 씨가 쓴 시나리오를 봤다. 재미있더라. 출연하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무조건 한다고 했다. 우성 씨는 100페이지, 120페이지나 되는 시나리오를 정말 탈고하지 않나. 그러나 나는 엄두조차 못 낸다. 1분짜리 브랜드 필름? 영화는 그나마 억지로라도 해보겠지만 그것은 더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배우에 전력하련다. 감독은 우성 씨만 하면 된다. (지난 21일 <뉴시스>와의 인터뷰 내용 중)”

영화 <관상> 후반부 송강호는 이렇게 말했다. “저기 파도만 보았네. 파도가 아무리 높이 솟구쳐도 곧 사라지고 말지. 사실 파도를 움직이는 건 바람이었네. 시대의 바람….” 그간 이정재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바로 ‘파도’만 볼 결과는 아닐까. 충무로에 부는 시대의 바람을 보지 못한, 그런 반쪽 평가 말이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20년을 걸어온 이정재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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