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손학규, 화성갑 ‘제2의 분당’ 구도로 만들까
귀국한 손학규, 화성갑 ‘제2의 분당’ 구도로 만들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9.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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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0.30 재보선②]孫, 일단 출마 부정적…출마 명분과 실익이 깔린다면?

▲ 10월 재보선을 한달여 앞두고 8개월간의 독일 생황을 정리하고 귀국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지난해 18대 대선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8개월 만인 29일 귀국했다.

손 고문이 10.30 재·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귀국한 터라 여의도 정가에선 ‘손학규 구원투수 역할론’, ‘화성갑(경기) 차출론’ 등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親朴) 서청원 상임고문의 공천이 임박했다는 설이 파다, 일각에선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서 두 거물의 정치적 생명을 건 한판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손 고문이 일단 재보선 출마에 선을 긋고 나서 ‘孫(손) 차출론’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역시 ‘서청원 공천’을 둘러싸고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지면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아 서 고문 역시 공천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고문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민주당 세력구도,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친노 패권주의 타파’를 정치적 승부수로 던진 손 고문이 ‘김한길 체제’에 힘을 실어줄 경우 당내 역학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손 고문은 30일 김한길 대표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孫(손)-김(金)’을 중심으로 한 비노(非盧) 연대 구축에 이목이 쏠린다.

이 경우 민주당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연대 내지 통합→정의당 등 진보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많다. 손 고문의 귀국이 야권 세력재편의 중대 변수인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孫, 재보선 출마에 부정적…하지만 변수는 있다

손 고문은 일단 재보선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경기 화성갑 출마설과 관련, “지금까지 당과 민주 정치가 저를 필요로 할 때 제 몸을 사리지 않고 던졌다”면서 “그러나 과연 지금이 그때인지는 의문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손 고문은 “예술인은 예술로 말하고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 선거를 회피하거나 선거를 왜곡하는 일은 당당한 정당과 민주주의의 길이 아니”라며 “지금 제 모든 관심은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 구상에 있다”고 말했다.

손 고문이 선거 출마 ‘명분’에 의문을 남기면서도 ‘선거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전해지자 여의도 정가와 재보선 시계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는 당 내부에서 출마 명분을 강하게 깔아주고 실익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출마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향후 정치환경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에 새누리당 내부에선 손 고문이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3일 오후 10·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경기화성갑과 포항남울릉에 대한 새누리당 공천신청자 면접이 실시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화성갑에 공천신청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Newsis

손 고문은 박근혜 정부 6개월 평가에 대해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평가절하한 뒤 야권 정계개편과 관련해선 “연대 정치의 전형 ‘독일’에서 방금 도착했다. 그 연대 연립은 국민의 여망과 신뢰에 기초했다. 연대의 출발점은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독일 총선을 지켜보고 선거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그들의 성숙한 정치를 체험했다”면서 “그러나 제가 독일에서 보고 배운 것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복지국가도 통합의 정치도 바로 우리가 추구해온 사회이고 가치”라며 통합정치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재보선 출마의 ‘명분’과 ‘실익’이다. 손 고문은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민주화가 필요할 때 민주화운동에 몸을 던졌고,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세계를 본 사람”이라며 “지난해 말 야권대통합, 자칫 야당이 무너질 수 있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뚝심을 갖고 끝까지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적 변곡점마다 ‘내가 할 일’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출마 권유를 ‘삼고초려’ 한다면, 손 고문이 이에 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종의 ‘명분 깔아주기’다.

손 고문 측근은 기자와 통화에서 재보선 출마에 대해서 함구하면서도 “앞으로 큰 뜻을 위해 도전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정치광폭 행보를 예고했다. 그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구원투수 역할론’에 부응할 경우 민주당은 정국주도권의 발판을 마련하는 변곡점에 한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실익’이다. 손 고문 출마에 부정적인 인사들은 ‘실익이 없다’에 방점을 찍는다. “거물급인 손 고문이 국회의원 한 번 더 해서 무엇을 하겠느냐”라는 주장이다. 또한 여권이 우세한 지역인 화성갑에 출마해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에브리뉴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화성갑의 경우 19대 총선은 고희선 새누리당 후보 41.80% > 오일용 민주통합당 후보 36.80%, 18대 총선 김성회 한나라당 후보 46.30% > 송옥주 통합민주당 후보 25.30%의 결과가 나왔다.

17대 총선에선 안병엽 열린우리당 후보 45.70% > 강성구 한나라당 후보 38.30%, 16대 총선 강성구 새천년민주당 후보 42.30% > 정창현 한나라당 후보 31.50% 등의 분포를 보였다. 여야가 2대 2의 구도를 보였지만, 18대 총선을 기점으로 여권 성향이 강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천당 아래 분당’이라던 경기 분당을에서 이긴 손 대표가 화성갑 선거를 ‘분당(盆唐)’ 구도로 끌고 갈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손 고문은 당시 ‘중도층 포섭전략’으로 51%의 득표율을 기록,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48.3%)를 2.7%P 차이로 제치고 야권의 사지(死地)인 분당에서 승리했다.

손 고문의 중도층 전략은 지난 1996년 미국 대선에선 빌 클린턴이 ‘중도층 다가서기’ 전략과 궤를같이 하는 것으로, DJ(김대중)가 1997년 대선에서 사용한 ‘뉴 DJ플랜’의 새 버전이다.

출마 명분을 쥔 손 고문이 ‘중도층 포섭’ 전략으로 화성갑에 출마, ‘반(反) 박근혜’ 정서를 고리 삼아 ‘민주주의 회복과 민생경제’를 화두로 던진다면, 한번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는 분석도 이 지점과 맞물려있다. 손 고문이 박근혜 정부의 복지 후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선 경선 프레임인 ‘저녁이 있는 삶 VS 저녁이 없는 삶’ 간의 대결구도를 꺼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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