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화록’ 수사발표로 정치적 입지 좁아진 문재인, 하지만…
檢 ‘대화록’ 수사발표로 정치적 입지 좁아진 문재인, 하지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0.0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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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檢 수사발표에도 NLL 논란 증폭…盧, 대화록 국가기록원에 ‘왜’ 안 넘겼을까
▲ 지난달 30일 오전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246호실에서 문재인 의원이 회의자료를 보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석연치 않은 의혹만 난무하고 있다. 검찰이 전날(2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취지 발언을 둘러싼 진실의 시계는 6년 전 참여정부에 머물러 있다.

‘사초(史草) 증발’이란 전대미문의 사태에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도, 진실을 찾아내지도 못한 탓이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핵심 의혹이 존재하고,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를 고리로 친노(親盧)그룹의 문재인 의원을 정조준하며 ‘정계은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은 “적반하장(김현 의원)”이라고 맞받아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대화록이 판도라 상자인 이유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이렇다. 첫째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이 지점과 맞물려 있다.

둘째 대신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봉하 이지원(e-知園)시스템’에서 삭제된 흔적이 있는 초본과 별도의 최종본 회의록(수정본으로 추정)을 찾아냈다. 이 대화록은 앞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새누리당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한 대화록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검찰은 다음 주부터 참여정부 관계자 30여 명에 대한 줄소환을 예고했다. 검찰 측은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이유와 함께 이지원에서 삭제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친노그룹에 타깃을 맞췄다.

검찰 수사발표로 NLL 논란, 새국면 맞았다

새누리당도 친노인 문 의원을 정조준하며 정계은퇴를 촉구했다. 권성동 의원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 의원을 향해 “이번 국회의원 임기를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겠다’든가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라고 하든가…”라며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문 의원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 원본을 보자고 했다면 정말 나쁜 정치인이고, 모르는 상태였다면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직무유기”라고 이같이 말한 뒤 노 전 대통령의 겨냥, “(대화록 공개 이후)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않고 폐기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프로에 출연한 김현 민주당 의원은 문 의원에 대한 정치적 책임 논란과 관련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는데 문 의원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 무엇이냐”라고 반문한 뒤 “정상적인 정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기초노령연금이라는 나쁜 악재를 뒤덮기 위한 작전”으로 규정하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꼼수”라고 맞받아쳤다.

여기서 제기할 수 의문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난 2008년 6월경에 불거진 ‘노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유출사건’ 당시 검찰 수사발표 내용과 전날 검찰이 발표한 수사발표 내용의 충돌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를 겨냥, “내부자료 200만 건이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국가기록원은 같은 해 7월 노 전 대통령 비서실 소속 10명의 비서관 등을 고발했다.

하지만 이듬해 5월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노무현 기록물 유출사건’을 불기소 종결했다. 당시 압수했던 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반환됐고, 검찰은 ‘이지원과 국가기록원 자료는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날 검찰은 대화록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기록원에 없는 대화록이 이지원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5년 전 검찰의 발표를 스스로 뒤집었다는 주장도 이 지점과 맞물려있다.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이후 누군가 사초 폐기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 새누리당 NLL 대화록 열람위원인 황진하, 조명철, 김진태, 심윤조, 김성찬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았다'는 검찰 수사 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Newsis

두 번째는 노 전 대통령의 사초 폐기 의혹이다. 쉽게 말해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왜’ 넘기지 않았느냐는 질문과 궤를 같이한다. 검찰과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수많은 정보 중 대화록만 폐기해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다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다.

NLL 논란, “친노 책임론이냐, 새누리 사전기획이냐”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노 전 대통령이 왜 국정원에 대화록 사본을 넘겼는지에 대한 명쾌한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여권의 주장대로 ‘NLL 포기 발언’의 후폭풍을 두려워했다면, 굳이 국정원에 사본을 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4월에 공포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지정기록 총 34만 건과 비밀기록물 9천700건을 각각 남겼다.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지정기록 24만 건과 비밀기록물 0건을 남긴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록물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이 왜 대화록을 폐기했는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노 대통령은 후임자(이명박)가 보도록 그 문서를 국가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가기록물로 지정했다면 몇 십 년 동안 못 보았겠지. 그 호의를 이명박 정권은 악랄하게 이용해 먹은 거고. 그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선의’에 입각해 국정원에 기록물을 남겼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책임론’이다. 이 책임론에는 노 전 대통령과 문 의원뿐 아니라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유세기간에 발설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초 폐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현행법 위반을 피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이 경우 참여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처분은 어려울 전망이다.

문 의원은 법적 책임보단 정치적 책임에 직면했다. 앞서 문 의원은 지난 7월 26일 ‘'NLL(북방한계선) 진실과 대화록 규명은 별개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혹여 제가 몰랐던 저의 귀책 사유가 있다면, 제가 비난을 달게 받고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의원은 현재 검찰 수사발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의문점이 많은 만큼 정치적 책임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모순점과 새누리당의 대화록 실종 ‘사전인지설’ 등을 주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선 검찰의 NLL 수사결과 발표 파문이 친노와 문 의원의 책임론으로 쏠릴지, 아니면 새누리당의 대화록 실종 사전인지설과 대선 이용 논란 등 사전기획설로 판이 뒤집힐지는 알 수 없는 셈이다.

한편 전날(2일)까지만 해도 수차례 통화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던 친노그룹 인사들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관련 입장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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