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이 4대 중독 물질, 헛소리 하지 마라
[칼럼] 게임이 4대 중독 물질, 헛소리 하지 마라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10.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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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임이 4대 중독 물질, 헛소리 하지 마라

▲ 오힘찬 칼럼니스트
게임 중독은 끊임없이 시끄러운 이야기다. 확실히 게임 중독 탓인 사건/사고도 있었고,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치료나 예방 교육도 시행되기도 했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게임은 언제나 '악'이었다. 그건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이번 정권도 다르지 않나 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게임이 4대 중독 물질이라며, 알코올과 마약, 도박, 그리고 게임 중독을 꼽았다. 황 대표는 '게임 중독이 개인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며, 자살이나 범죄 유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사회 전반에 폐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덧붙여 '게임처럼 그냥 죽여보고 싶었다는 묻지마 살인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게임 중독이 자살을 유도하고 범죄도 유발하며, 묻지마 살인의 원흉이라는 뜻이다. 표면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선정성이 포함된 게임을 모방해 이런 일을 벌이게 된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게임이라는 컨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면 말이다.

게임은 문화 컨텐츠다.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여가에 무엇을 하는가?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게임도 그와 마찬가지일 뿐이다. 그러나 게임을 달리 분류하려 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컨텐츠와 달리 게임은 직접 행한다는 점에 있다. 결정적으로 게임이 범죄를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빠진 오류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봤다고 하자. 그리고 그 영화를 본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 살해를 저지른다. 그럼 영화가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인가? 틀렸다. 그 영화는 수십만, 수백만명이 볼 수 있으며, 그 중의 한 사람이 살해를 저질렀다면 그 사람의 심신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 게임은 어떤가? 게임 속의 흉악한 괴물을 살해하다가 게임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현실로 나와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다는 말인가? 이미 게임 속에서 주인공이 된 상태인데 이를 벗어던지고 현실로 나와 직접 살해를 할 것이라는 말인가? 그게 게임 중독 탓이고, 게임이 문제라는 것인가?

지난 4월, 광주에서 30대 남성이 차량 7대를 추돌하고 달아난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인기를 끈 '다함께 차차차'라는 게임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앞서 가던 차량을 들이받은 것으로 진술했다. 다함께 차차차는 자동차가 달리면서 점수를 쌓는 게임이며, 게임 진행에서 자동차를 들이받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누군가 살해하거나 폭행을 일삼기 위한 목적의 게임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게임을 현실에서 실현해보겠다며 차량을 7대나 박았다.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했지 게임이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는 경찰서에서 2시간이나 넘게 속옷 차림으로 허리띠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다. 애초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던 사람이 자동차를 들이박는 장면을 보고 따라 한 것이지 게임을 하다가 정신 상태에 문제가 생겨 일을 벌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말대로라면 국민적인 사랑은 받은 애니팡에 중독된 사람은 동물이 팡팡 터지는 모습을 보고 개와 고양이를 바늘로 찌르거나 높은 곳에서 낙하하거나 한단 말인가?

 황우여 대표의 주장은 선정적인 게임에 국한되어 있다. 죽고, 죽이고 말이다. 물론 그런 게임을 하다가 밖에 나가서 죽일 사람을 물색하며 살해를 저지를 순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게임 탓으로 볼 수 있는가? 게임 중독이 그럼 문제를 발생하게 했나? 그렇지 않다는 것은 위 차량 추돌 사건이 잘 보여주고 있다. 애초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있거나 사회적 불만에 사로잡힌 사람이 실제 사람을 죽여야겠다는 방아쇠가 게임이 될 순 있지만, 게임이 그런 정신 상태를 기르게 한다고 할 순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방아쇠는 게임이 아니라 영화든 책이든 음악이든 모든 컨텐츠가 마찬가지다. 단지 게임은 보거나 듣거나 하는 것이 아닌 직접 행한다는 것이라는 오류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 제대로 된 원인은 무엇인가? 윤택한 삶이 제한되며,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폭력에 노출된 아이가 집에 와서는 게임에 이 모든 울분을 쏟아낸다고 하자. 그 아이는 자신을 폭행하는 가해자를 게임 속 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며, 가해자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현실에 강할지 모른다. 그런 아이가 게임을 통해 모든 울분을 쏟아내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돌아섰을 때 가해자를 실제 살해할 수도 있으며, 게임 속이라도 가해자를 공격한다는 행위를 부모가 방해하여 부모를 살해했다면 그것이 과연 게임 탓인가?

하루 12시간을 조출과 야근, 특근에 시달리면서도 박봉으로 이어가는 생활이 서러운데 일을 이따위로 밖에 하지 못하냐느고 하루에 몇 번이고 지적하는 관리자에게 쌓인 분노를 풀어보고자 시작한 게임이 방아쇠가 되어 관리자를 살해했다면 그것이 과연 게임 탓인가?

사회적인 보장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서 그 보장의 책임을 직접적인 방아쇠가 된 게임에 돌려 사회적인 문제가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헛소리를 도대체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 걸까?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모델로 게임을 내세우면서 그 게임이 문제가 있다며 규제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현 정부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욱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하려는 열정이 한순간에 살인 유발 컨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낙인 찍힌 게임 개발자들과 기획자들은 무슨 죄인가?

이따위 헛소리를 할 시간에 '사회적인 안정망을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을까?', '국민들의 생활을 어떻게 하면 보장해줄 수 있을까?'부터 생각하길 바란다. 그 안정망에는 게임 중독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부분도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그것은 그 사람이 왜 게임 중독에 빠지게 되었는지 확인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동반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게임 자체를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절대 옳지 못하다. 그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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