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박명재 당선에 정치개혁 실종된 與, 정국기상도 ‘흐림’
서청원-박명재 당선에 정치개혁 실종된 與, 정국기상도 ‘흐림’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1.01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與, ‘자기 사람 심기’ 위한 하향식 공천으로 정치개혁 도외시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여성이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48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10.30 재·보궐선거를 석권한 박근혜 정부가 하반기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지만, 하반기 이후 정국기상도는 여전히 흐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직후 그간의 침묵을 깨고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해 언급했고 새누리당은 민생국회 프레임을 걸고 나서며 국면전환에 안간힘을 쓰고 나섰다. 사실상의 하반기 정국주도권을 쥐기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10.30 재보선 과정에서 그간 한국 정당의 고질적 병폐인 ‘하향식 공천’과 ‘지역주의’에 매몰된 정황이 속속 포착되면서 민심의 요구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개혁 없이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겠느냐는 원론적인 비판이다.

실제 경기 화성갑을 통해 원내에 복귀한 서청원 당선자의 경우 공천 전부터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이 일었다. 원조 친박(親朴) 실세의 복귀로 친위부대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당내 초선 의원들은 “정치쇄신은 어디로 갔느냐”라며 당 지도부와 친박 비선라인을 싸잡아 비난했다.

게다가 서 당선자와 공천 경쟁을 벌였던 김성회 전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설이 이어지고 있다고 1일 <경향신문>이 보도, 보은 인사 논란도 일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회전문식 인사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이 권력 실세의 ‘자기 사람 심기’라는 최악의 수를 선택, 내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원조친박 VS 비(非) 원조친박’, ‘친박 VS 쇄신파’ 간 당내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북 포항남·울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명재 당선자가 78.6%로 21.9%에 그친 허대만 민주당 후보를 압도하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포항시당원협의회가 “당원과 지역민심을 배신한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한 터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연 공정한 공천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지역 밑바닥에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朴대통령, 과거 개혁공천 발언 살펴보니…

여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인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의 경우 권력 실세에게 전략공천만 받으면 당선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어느 지역보다 ‘줄서기 문화’가 극심하다.  ‘박명재 당선’이 지역주의와 하향식 공천의 혼합이란 비판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 포항 남 울릉 재선거에 출마한 박명재 후보가 지난달 30일 오후 박명재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부인 장광복씨와 지지자들과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Newsis

또한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 ▲중앙정치권의 공천 독식을 막고자 정치권이 추진한 기초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두고도 중앙정치권에 있는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박근혜 정부의 정치개혁 동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87년 체제의 산물인 지역주의 문제가 비단 정부여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10.30 재보선 과정에서 나타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하향식 공천과 지역주의에 매몰된 모습은 하반기 국정운영의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과거 개혁적 공천을 천명한 박 대통령이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서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9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청주에서 가진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공천위 결정은) 누가 자의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같은 해 1월 17일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의원총회에선 “결코 자의적으로 몇몇 사람들이 마음대로 공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각각 말했다.

앞서 18대 총선 공천을 앞둔 2008년 1월 11일 친박계 의원들과 신년모임에선 “당헌 당규대로 (공천을) 한다고 말만 그럴 것이 아니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당에 밀실정치와 사당화가 있거나 공천에 사심이 개입돼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 개혁적 공천 발언과 대통령이 된 이후 정부여당의 공천 과정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관련한 ‘유체이탈’ 화법과 기초연금을 시작으로,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의 공약 파기 논란 등으로 신뢰의 정치에 금이 간 박 대통령으로선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박명재’ 당선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국기상도가 ‘흐린’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사표에 따른 민의왜곡과 망국적인 지역구도, 한국 ‘정당’의 병폐인 하향식 공천 개혁 없이는 정치쇄신이 불가능하다. 또한 정치쇄신은 곧 민생과 직결된다. 국정원 사태로 민주주의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의 지역주의 행보와 하향식 공천이 대의민주주의와 의회 독립성의 위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지역감정을 바탕에 둔 지역주의 투표행태와 특정 정파의 공천 독식을 타파하기 위해 정치개혁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누리당-영남’ ‘민주당-호남’이란 지역구도에 의한 선거판세, 일부 실세에 의해 운영되는 퇴행적 정당정치 문화로는 ‘국민주권 확보’라는 사회적 협약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진보진영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국회가 나서서 ‘독일식정당명부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한 제도변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상향식 공천과 관련해선 “거대 양당(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진성당원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권력 실세에 의한 공천이 아닌 당원이 후보를 뽑는 정당 민주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