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속도전 ‘꽃놀이패?’
朴 정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속도전 ‘꽃놀이패?’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1.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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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전광석화 같은 진보당 옥죄기…‘종북 프레임’으로 남남 갈등 유발

▲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를 비롯한 김선동, 김미희, 김재연, 이상규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민주주의 수호 통합진보당 사수 결의대회에서 삭발식을 마친 뒤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석연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다섯 번째 해외순방에 나선 사이 국내에선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강행키로 했다.

이로써 한국의 정당민주주의는 50여년 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자유당 정권 시절인 지난 1958년 ‘간첩 혐의’로 사형된 죽산 조봉암 선생이 이끌던 ‘진보당’이 강제 해산됐으니, 꼭 55년 만이다.

다만 당시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아닌 ‘공보실’에 의해 정당등록이 취소됐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8년 헌재가 설립된 지 27년 만에 정부가 진보정당 해산을 청구한 셈이다. 정부의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놓고 진보진영 내부가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경고하며 격앙된 까닭이다.

정부의 전광석화 같은 진보당 옥죄기 카드엔 시기와 법적 논리 등 의문점이 적지 않다. 정부가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의결한 것은 지난 5일. 박 대통령이 프랑스, 영국 등 출범 이후 첫 유럽 순방길에 나선 시점이다.

의문점 첫 번째, 속도전을 둘러싼 의혹이다. 법무부는 이날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안을 국무회의에 ‘긴급 상정’했다. 전날 정치권 일각에서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정부당국은 “결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차관회의 사전 심의 없이’ 극비리에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진보정당’에 대한 옥죄기를 밀실 추진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또한 앞서 법무부 측은 두 달 전쯤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TF(태스크포스)’를 구성,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 작업에 들어갔고, 시기만 저울질했다는 말도 나온다. ‘진보당 해산’ 카드를 놓고 국면전환용이란 비판과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국정원(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의 전방위 대선 개입 의혹과 기초연금 등 대선 공약 후퇴, 인사 트라우마 등으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정부가 ‘종북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워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朴 정부, 위기 때마다 ‘이석기→정당해산’ 등 종북 카드…왜?

박 대통령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용한 이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시작으로, ‘채동욱-윤석렬’ 사태로 촉발된 국정원 사태에 대한 물타기 논란에 이어 진보당 해산 카드까지 등장한 터라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4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황교안 법무장관이 메모를 하고 있다.@Newsis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다음이다. 과연 진보당이 정당해산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두 번째 의문점이다. 위헌정당에 대한 해산심판 제도가 ‘방어적 민주주의’의 한 방편인 만큼 엄격한 구성요건을 갖춰야만 정당해산이 가능하다는 게 헌법학계 중론이다.

통합진보당이 말한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 세상’이란 규정 등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당 강령이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계를 이탈했는지 ▲또한 이 모든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북한과의 연계성을 입증해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발생하는 의문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문제 삼는 진보당의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국가보안법 폐지 등은 이미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나온 진보정당의 핵심 의제다. 이미 14년 전부터 줄기차게 나왔던 진보진영의 숙원 과제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문제 삼지 않았던 진보당 강령 등을 박근혜 정부는 돌연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가 정부의 청구안을 받아들인다면 사실상 이명박 정부도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정당을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한 셈이다.

법적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이자 야권 등 민주개혁진보진영 내부에서 ‘정당의 민주적 기본질서’ 요건을 정권 입맛대로 적용한 것 자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의 뿌리를 뒤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까닭이다.

앞서 강제 해산된 진보당의 강령인 ‘변혁적 세력의 적극적 실천’, ‘자본주의 지양’, ‘착취 없는 복지사회 건설’ 등이 이후 대법원에서 합헌성을 인정받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 청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미리 준비됐던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불행한 일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며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극히 드문 만큼 매우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진보진영 관계자도 전날(5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진보당 강령에 나와 있는) 노동자, 민중의 단어는 결국 국민이란 표현이다. 이를 위헌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박근혜 정부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은 민심을 돌리기 위한 국면전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회찬 전 진보당 대표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등 부정 개입 관련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정치적인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판단, 국면전환용으로(한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공안문제를 가지고 중심화두로 정치를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린 박근혜 정부가 남북대치라는 특수상황을 이용해 반북(反北) 심리에 불을 지피는, ‘갈등의 대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남 갈등을 유발해 박 대통령은 외치에 매진하고 국내 정치와는 거리를 두는 전략이다. 언제까지? 종북 프레임이 국민정서를 파고들 때까지다. 내년 6.4 지방선거 전후로 신(新) 북풍이 정치권을 강타할지 두고 볼 일이다. 진보당 정당해산 카드를 내건 위기의 박근혜 정부가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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