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권 2인자 없는 새누리, ‘Again 1997’ 재연되나
朴 정권 2인자 없는 새누리, ‘Again 1997’ 재연되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1.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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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새누리, 당내 구심점 없이 잠룡 각개전투…靑 일방통행 가속화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오른쪽)과 김무성 의원@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원조 친박(原朴 親朴)’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원내 복귀 이후 당내 잠룡들이 잇따라 당권 행보에 나서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지난 1997년 신한국당 세력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이른바 ‘Again 1997’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 내에선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비롯해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이수성·이한동·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등 9명의 대권 잠룡이 각개전투를 벌였다.

YS정권 말기에 터진 외환위기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데다 내부구도를 둘러싼 민주계 갈등 등이 맞물리면서 ‘자의 반 타의 반’ YS정권 내부에는 강력한 2인자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2인자를 만들지 않는 통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친박 인사 중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1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여권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 원조 친박 인사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복박(復朴)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9.0%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대표적인 비박(非朴)인 정몽준 의원이 8.3%로 2위, 김문수 지사가 6.7%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4.5%) > 원희룡 전 의원=홍준표 경남지사(3.8%)가 그 뒤를 이었다. 원조 친박인 서 의원도, 민주당이 ‘차기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는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4∼8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2.0%P다.

‘쓴소리맨’ 없는 새누리, 내년 당권 앞두고 춘추전국시대 도래

그러자 최근 당 내부에선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공부연구 모임 구성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황우여 대표의 임기 만료일은 내년 5월 15일이다. 포스트 황우여 체제를 위한 전당대회가 지방선거(내년 6월 4일) 직전인 터라 당 안팎에선 조기 전대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잠룡들의 발 빠른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앞서 ‘근현대 역사교실’을 주도한 김무성 의원은 전날(11일) 민주당 원혜영,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과 함께 고령화사회 연구모임인 ‘퓨처라이프 포럼’을 출범시켰다. 서 의원 복귀 이전 거침없이 보수행보에 나섰던 김 의원이 이번에는 보수와 진보, 여야 구분 없는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이다.

 

▲ 지난달 3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있는 모습.@Newsis

다만 김 의원 측근은 기자와 통화에서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에 대해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한 말이 아니냐. 계획대로 준비한 것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움직임도 바빠졌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유기준 최고위원,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등은 오는 18일 충청권 대표주자인 이완구 의원, 친이계 김영우·주호영 의원 등과 ‘국가경쟁력강화모임’ 세미나를 개최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야권으로부터 ‘차기 대통령’이라고 비판받은 윤 원내수석부대표와 친박계 핵심인 김 본부장 등이 참여한 ‘국가경쟁력강화모임’에 충청권 주자는 물론 친이계 인사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친박계 2인자가 없는 당 내부 세력구도 현실이 빚어낸 정치공학적 행보이자 차기 대표로 유력한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세(勢) 불리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판을 키워 향후 세력구도 재편에서도 친박계가 주도권을 쥐려는 사전포석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대표적인 비박 인사인 정몽준 의원은 ‘대선의 고속열차’로 불리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떠올랐고, 신한국당 9룡 시절 ‘새 정치 바람’을 일으킨 이인제 의원도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필 의원을 필두로 한 쇄신파 의원들까지 이에 가세할 경우 새누리당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게 된다. 새누리당 권력구도를 놓고 ‘Again 1997’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박근혜 정부 취임 첫해부터 잠룡들이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잠룡들의 각개전투와 수직적 당·청 관계는 비례한다는 점이다.

실제 YS정권 당시 9룡은 임기 말에 등장했다. 그 이전 민주계의 좌장 격인 최형우 전 장관이 당내 구심점 역할을 했고 이후 ‘대쪽 이회창’ ‘원조 무소속 돌풍 박찬종’ ‘세대교체 이인제’ 등이 치고 나오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취임 첫해부터 잠룡들이 청와대를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차기 당권부터 쥐기 위해 정치공학적 행보에 나서면서 당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잡한 구도로 돼 있는 범친박 구도와 2인자를 만들지 않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맞물린 결과다.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로 여야 대치정국이 심화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입만 보고 있는 까닭도 이와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여당 기능을 상실한 새누리당과 불통 리더십만 고수하는 청와대가 여야 대치정국의 판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날(11일) 국회에서 만나 새누리당의 권력구도와 관련해 “지금 황우여 체제는 사실상 정부여당의 기능을 상실했다”면서 “국정원 정국 등에서 여당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잠룡들의 각개약진이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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