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시정연설 이후에도 핑퐁게임중인 與野 사령탑
朴대통령 시정연설 이후에도 핑퐁게임중인 與野 사령탑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1.1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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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정국인식 변화 없는 朴대통령,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퇴로 막힌 野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박근혜 대통령(왼쪽).@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대치 정국의 분수령으로 여겨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 시정연설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여전히 핑퐁 게임(Ping-pong Game)에 갇혔다.

정국 인식과 해법이 변하지 않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새누리당,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민주당의 총체적 무능이 맞물린 결과다. 돌파구가 마련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교착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관한 ‘특검(특별검사제) 도입’과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 특위(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새누리당은 ‘특위 수용-특검 불가’에 방점을 찍었고 민주당은 “특검 없는 특위 수용은 의미 없다”고 맞섰다. 박 대통령이 정국 경색 돌파구 마련의 공을 국회로 넘기자 민주당이 ‘양특 수용’ 카드로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여야 합의’를 내세운 박 대통령의 인식이 대치 정국의 도돌이표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다.(박 대통령)”

박 대통령이 언급한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라는 맥락이 어떤 것인지는 불분명하나 국정원 관련 ‘양특’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원론적 발언에 불과하다. 양특 합의의 주체는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여야 합의’ 발언이 사실상 야권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라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朴대통령, ‘대선 개입 3인방’에 대해 왜 함구했을까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청취한 뒤 퇴장하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오른쪽)과 이인영 의원.@Newsis

눈여겨볼 대목은 대치 정국의 입법부 소관(양특 수용 여부)과 행정부 소관(황교안 법무부 장관·남재준 국정원장·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인사)에 대처한 박 대통령의 이중 태도다.

양특 수용 여부와 관련, ‘국회 합의’라는 원칙적 발언에 그친 박 대통령은 대치 정국 돌파구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는 대선 개입 3인방(황교안·남재준·박승춘)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 사실상 국정원 정국 인식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국회 존중’ 발언이 새누리당에는 가이드라인을, 민주당에는 출구전략의 퇴로를 막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 박 대통령 시정 연설 직후 새누리당에선 ‘특검 불가, 특위 수용’ 입장이 나왔다.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관한 특검에 대해 “특검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국정원 특위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정했지만 특검에 대해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중 마스크를 쓰고 구호를 적은 표시물을 들고 시위를 벌인 통진당 의원들.@Newsis

그간 정치권 안팎에선 수직적 당·청 관계에 함몰된 새누리당이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을 따르기에 급급한 결과, 정국경색이 심화됐다는 비판이 나온 터라 향후 야당과의 유연한 협상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대선 개입 3인방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행정부 권한을 고리로 대여공세의 고삐를 당긴 셈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개입 3인방에 대한 거취에 대해서도 ‘여야 합의 또는 국회 존중’의 입장을 밝혔다면, 국정원 정국에 갇힌 민주당 측에 빠져나갈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원론적인 발언으로 민주당은 또다시 ‘반(反) 박근혜’ 프레임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전날(18일) 오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상임위를 보이콧한 민주당 내부에선 대선 개입 3인방에 대한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 시도, 예산안 연계 투쟁, 국회 일정 자체 보이콧 등 강경한 발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새누리당이 국정원 특위 수용과 관련해 “민주주의는 결코 흥정의 대상일 수 없다”면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특검과 특위 , (이른바) ‘양특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박 대통령을 거듭 압박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겨냥,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듣고 싶은 말은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만 쏟아냈다”며 불통 리더십이라고 비판한 뒤 “꽉 막힌 정국에 대한 마침표도 없었고 지칠 대로 지친 민생에 대한 느낌표도 없었다. 과연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것인지 국민들에게 커다란 물음표만 던져준 연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 여야가 ‘강(强) 대 강(强)’의 구도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불통과 정국 정상화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현 대치 정국을 풀 수 있는 키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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