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실세-친노 강경파에 휘둘린 여의도 정치…대안 없나...집단지도체제는?
친박 실세-친노 강경파에 휘둘린 여의도 정치…대안 없나...집단지도체제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1.21 15: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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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새누리-민주, 명목상 대표와 실질적 수장의 괴리…대치정국 확산 기로

▲ 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권성동 의원, 김기현 정책위의장(왼쪽 시계방향부터) 등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20회 국회(정기회) 12차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협상은 없다. 퇴로도 없다. ‘강(强) 대 강(强)’의 대결만 있을 뿐이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블랙홀에 휩싸인 여의도 정치의 현주소다.

청와대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처리에 의지를 드러냈고, 새누리당은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처리를 고리로 직권상정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특별검사제)을 거부한 데 이어 검찰이 지난해 대선 당시 국정원의 122만 건의 정치·선거 관련 트윗글을 포착하자 서울광장으로 뛰쳐나갔다.

정치의 원래 기능인 ‘갈등의 조정’은 온데간데없고 2014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은 한없이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여야 협상을 통한 국회 기능 복원은커녕 공멸의 길인 준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여의도 정치가 식물 국회로 전락한 셈이다.

▲ 21일 오전 제320회 국회(정기회) 본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경환 원내대표, 김광림 의원,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왼쪽 시계방향부터)가 대화하고 있다.@Newsis

문제는 청와대도 정부여당도 민주당도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로 확산된 정국 경색을 돌파구를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의 강경 일변도, 새누리당의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 눈치보기, 반(反) 박근혜 프레임에 갇힌 민주당이 맞물린 결과다.

정치에서조차 신자유주의의 산물인 승자독식 구조가 팽배하고 소통 부재의 비사회적 정치행위가 여의도 정가를 뒤덮고 있는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여당도 민생을 외치고 야당도 민생 복원을 주창하지만, 반대편 제거 게임에 갇힌 헤게모니에 서민경제만 인질로 잡혀 있는 셈이다.

계파 정치에 함몰된 與野, 집단지도체제 도입 왜 안하나

대치 정국의 근본 원인은 국정원 사태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한 새누리당의 수직적 당·청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맞물려 김기춘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비선라인과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실세의 전횡과 민주당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당내 강경파의 투쟁 일변도도 대치 정국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민주당이 양특(국정원 특검과 특위) 수용을 고리로 새누리당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지만 이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비선조직, 당내 친박 실세에 보내는 메시지인 셈이다. 새누리당 역시 민생 프레임을 앞세워 민주당 김한길호(號)에 쓴 소리를 던지지만, 친노 강경파 겨냥한 대여공세 전략의 일환이다. 여야 모두 ‘관리형 체제’에 불과한 명목상 대표와 실제 지휘권을 가진 실질적 수장 간 괴리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총에 참석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와 전병헌 원내대표(가운데), 문재인 의원.@Newsis

실제 지난 18일 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여야 합의’를 앞세워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내리자 4시간 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특위 수용-특검 반대’ 입장으로 내놨다. 이에 반발해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서상기 의원이 비공개 최고위원회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조원진 의원은 “몇 사람이 정한 것을 따르라는 것이냐”라고 친박 실세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또한 ‘황찬현(감사원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직권상정도 친박 실세인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수석원내부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앞서 강창희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오후 여야 원내사령탑을 만나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합의를 촉구했으나, 최 원내대표는 즉각 의원총회를 열고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황 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마냥 기다려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행 의지를 피력한 뒤 “민주당이 국가기관의 수장을 임명하는 인사 문제까지 정쟁 도구화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일부 강경파에 의한 의사결정은 새누리당의 문제만은 아니다. 민주당 역시 ‘원내투쟁이냐 장외투쟁이냐’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당내 강경파들이 전면적 장외투쟁을 앞세워 김한길호를 압박했다.

김한길 대표의 국회 복귀 당시에도 당내 강경파 내부에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지도부의 약한 야성(野性)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 대통령 시정연설 당시 벌어진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원의 폭력 사태에서도 ‘합의’ 카드를 꺼낸 전병헌 원내대표에 맞서 친노 강경파들은 이를 “청와대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며 전면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정원의 120여 만개 트위터 글 발견에 반발해 이날 장외로 나간 민주당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인근에서 긴급 의총을 열고 “국정원 특검만이 정국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대대적인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김 대표는 “분명한 것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이 대대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해 온 황교안 법무장관을 대통령은 즉각 해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겨냥,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하면서 특검은 안 된다고 한다. ‘갈증을 해소해 주겠다면서 물은 못 주겠다’는 억지와 같다”면서 “박 대통령이 특검 거부를 고집한다면 기어코 큰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따라 당분간 여야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일부 강경파에 의한 당내 의사결정 구조 타파를 위해 ‘집단지도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친박과 비박(非朴), 민주당의 친노와 비노(非盧) 등이 다양한 계파가 지도부에 들어가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부터 ‘숙의 민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정당이 특정 계파의 주장만 대표되는 협애한 이념적 틀에 갇히느냐, 아니면 정당부터 참여와 개방네트워크에 방점을 둔 의사결정시스템을 갖추느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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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분노 2013-11-21 15:51:39
더이상 못참겠다...집단지도체제가 대안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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