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이브리드가 순혈보다 강하고 아름답다
[칼럼] 하이브리드가 순혈보다 강하고 아름답다
  • 한국좋은행정연구소 대표 김대현
  • 승인 2013.11.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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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이브리드가 순혈보다 강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단일민족임을 자랑처럼 내세웠다. 순혈에 대한 열망은 어느 사회에서나 조금씩 나타나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민족을 배척하고 혼혈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물론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희화화하고 있지 않은가.

단일민족이라는 그릇된 자부심이 순혈주의가 되어 섞임과 스밈을 극도로 부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인이 단일민족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전제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단일민족이 아니다. 아니 그 어떤 민족도 단일민족일 수 없다. 아마존 밀림에서 씨족사회를 이루고 있는 원시부족이 아니라면 말이다.

단군할아버지가 우리의 뿌리라 할지라도 오랜 세월동안 외세의 침입을 받았는데 어떻게 단일민족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민족이라고 외치는 까닭은 사회구성원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사회구성원들이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한다면 국책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혼돈의 시대를 살아야했다. 이때 국민들의 뜻을 하나도 뭉치려면 “우리 모두는 한 가족”이라는 의식을 내면화시켜야 했다. 국토재건, 금모으기까지 한 가족이라는 의식이 없었다면 그토록 빠른 시간에 전 국민이 한 마음이 될 수 없었을 테다.

즉, 사회를 구성하는 국민들이 단결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불어넣어주는 데 있어 혈통만큼 원초적이고 강력한 무기는 없다. 단일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야말로 정치인의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원초적 의식이며, 초유의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집단무의식이 부정적으로 사용될 때다.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언제까지 혈통의 순수성을 논한단 말인가. 혼혈 아이들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국민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순혈주의를 동경하며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한국은 절대 글로벌 국가로 거듭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의 개념을 변화시켜야 한다. 혈통이 같아야 민족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면 이미 우린 한민족이다.


지난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떠났던 한국인들이 그 나라의 민족이 되어 성공과 행복을 쟁취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을 가슴으로 품어야 한다.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단일민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의식구조 속에는 매우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간과되어 있다. 혼혈(하이브리드)이 순혈보다 훨씬 아름답고 강하다는 사실 말이다.
외모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훨씬 아름답다. 큰 눈과 작은 얼굴, 오뚝한 콧날과 살굿빛 피부 등등 흡사 인형처럼 귀엽고 사랑스럽다. 유전적으로 두 나라의 민족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장점이 훨씬 많은 것이다.
 
2010년 [뉴욕 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슈퍼모델들의 인종적 특성을 분석했는데, 이 역시 혼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혼혈 소녀들의 공통점은 키가 크고 말랐으며 피부가 매끄럽고 맑은 눈을 가졌다’라고 평가한 것이다. 언어 역시 한국어는 물론 외국인 부모의 언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한다. 혼혈이 순혈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결과다. 순혈일수록 폐쇄적이고 자기만족에 빠지기 쉬우며 도전의식이 부족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퍼스트 무버]의 저자 피터 언더우드 역시 “이종교배를 통해 수정이 되면 이미 수정 단계부터 배아는 강한 적응력을 가진다. 서로 다른 요소가 결합하면 태아는 갈등을 이겨내고 어우러지는 방법을 배운다. 혼혈일수록 더 영민하고 피가 섞일수록 환경에 더 잘 적응하며 더 뛰어난 유전자를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혼혈이 훨씬 아름답고 강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뿌리깊이 각인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진실을 외면한 채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것이다.

필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각 나라만의 고유한 민족성을 보았다. 부러웠던 점도 있었고, 꼭 배우고 싶었던 면도 있었다. 때론 내 조국이 대한민국이고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가슴 벅차게 자랑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저마다 남과 다른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내 것으로 흡수할 수 있다면 나 역시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리라 믿는다.

그래서 항상 열린 마음으로 각 나라의 우수한 민족성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 미국인들의 합리주의, 일본인들의 장인정신들이다. 이것이야말로 혼혈의 사고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외모만으로 사람을 혼혈이다 순혈이다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혼혈이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고 폐쇄적으로 산다면 혼혈의 아름다움을 누리지 못한다. 반면에 순혈이라 해도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민족의 장점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혼혈처럼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즉, 우리가 단일민족임을 내세워 순혈주의를 지향하는 것 자체가 아름답고 강한 혼혈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배타적일 때 그도 나에게 배타적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제 다문화 가정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고개만 돌려도 쉽게 볼 수 있는 가정환경이다. 필자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혼혈의 강함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그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기둥이 될 것이라 믿으며 지금보다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줘야 한다. 꿈을 응원해주고 지켜줘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것은 정치인의 책임이라는 말과 같다. 그동안 단일민족이 정치수단으로 이용되었다면, 이제는 이 나라를 위한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무엇인지 깨닫고 바로 세워야 한다. 정치인들이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솔직해 질 시간이라는 뜻이다.
끝으로 그릇된 혈통주의가 나라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지금, 우리 모두 민족의 개념을 넓게 확장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는 모든 이들이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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