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인 콘텐츠, 어둠으로 몰아넣지 말라
[칼럼] 성인 콘텐츠, 어둠으로 몰아넣지 말라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11.26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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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인 콘텐츠, 어둠으로 몰아넣지 말라

성인인증이 필요한 성인 전용 앱 @Newsis

성인 콘텐츠를 청소년이 습득했을 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를 확실하게 제재하려는 방법은 여태 등장하지 않았다. 근대화 이전에는 음화(淫畫)를 돌려 보는 것이 유행했으며, 비디오가 없던 시절에는 사진을 복사하고 영상물로 발전했으며, 지금은 인터넷이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를 제재하려는 노력이 상당하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이 이를 제대로 제재한 일은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성인 콘텐츠를 콘텐츠 산업의 일환으로 두고, 산업을 보호함과 동시에 청소년 보호를 함께 이뤄내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성인 콘텐츠의 범위가 음란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영화, 음악, 게임 등으로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산업 발전을 통한 수익 챙기기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주요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냈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제공할 때마다 성인 인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성인 인증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한 번 인증한 성인이 계속해서 인증을 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공문을 보면 회원 가입 시 최초 1회 성인 인증한 아이디라고 하더라도 추후 성인 콘텐츠 제공을 위해서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성인 인증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아이디 자체가 성인 인증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인 인증 절차를 마친 아이디가 성인 인증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탓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크다.

먼저 이용자의 불편을 가중한다. 불편을 가중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먼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목적에 모든 성인이 동참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보호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은 해당 청소년의 보호자이므로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문제는 강압적인 책임, 그러니까 지속적인 성인 인증 절차의 반복에 따른 서비스 이용 불편이 발생했을 때 서비스 이용 자체를 그만둘 수 있다. 굳이 합법적으로 성인 콘텐츠를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불법적인 경로를 끝내 찾아내어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고, 찾아내는 수고가 성인 인증 절차의 기회비용을 넘어선다면 이용자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가 보면 적절한 법이 없거나 매우 한정적이다. 이용자들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뒷받침하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성인 인증 절차를 밟으려면 이용자가 휴대폰, 아이핀, 신용카드로 인증을 받으면 되고,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성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는 인증 기관에 인증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인증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 비용도 함께 늘어나게 되는데, 성인 콘텐츠에서 발생한 이익이 이 인증 비용을 처리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업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 실상 대기업이 아닌 이상 인증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즉, 성인이 성인 콘텐츠를 편하게 즐길 수 없다면, 그만큼 다른 경로를 찾는 이용자를 늘릴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으로 나타날 수 있는 궁극적인 문제는 지하경제만 점점 더 깊숙이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뒤로한 기회비용을 정부의 감시를 피하고, 과세의 범위를 벗어난 콘텐츠에 쏟게 되었을 때 이를 단속할 방법이 줄어들게 된다. 지하경제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증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업체들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으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정부를 피해갈 수 있다. 그렇게 지하경제가 커지게 되면 절차 없는 유입으로 청소년들의 유입도 막아낼 수 없다.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이 청소년을 성인 콘텐츠에 더욱 많이 노출되도록 부추기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성인 콘텐츠 이용에 성인 인증 절차를 두는 것은 옳지만, 비합리적인 절차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막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 오히려 노출되었을 때 막아내기 수월하다는 사실도 이제 깨달을 때가 되었다. 이는 인터넷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며, 인터넷 자체를 불허할 생각이 아닌 이상 합리적인 절차를 두고, 성인이 성인으로서 누릴 자유 또한 보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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