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당, 안철수발 타이밍 정치에 초긴장
위기의 민주당, 안철수발 타이밍 정치에 초긴장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1.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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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천주교 시국미사 파장으로 정국 경색…민주 ‘제자리’ VS 安 ‘속도전’

▲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김한길 대표.@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60년 정통의 제1야당 ‘민주당’이 위기다.

야권의 호재인 국가기관 대선 개입 정국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강경 대응에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정국주도권을 내준 데다 범 민주진보진영의 세력재편 구도에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치고 나오면서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상수 자리를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여야 구도에선 정부여당에, 야권 내부에선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에 번번히 일격을 당하면서 민주당 스스로 출구전략을 만들 수조차 없게 된 셈이다. 민주당에 남은 것은 전(前) 정권인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익히 사용한 ‘반대 프레임’뿐이다.

민주당이 ‘반(反) 박근혜’ 프레임을 통한 야권 지지층 결집으로 지지율 25%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나, 초읽기에 들어간 안 의원의 독자행보에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의 현주소는 진퇴양난(進退兩難)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민주당의 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지난 22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하 사제단) 전주교구 시국미사에서 터진 박창신 원로신부의 연평도 포격 옹호 발언 직후 민주당이 첫 번째로 단행한 것은 이른바 ‘양특(국정원 개혁특위-특검)’ 구성을 위한 ‘여야 4인 협의체’ 제안이다.

▲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Newsis

이례적인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대응 천명과 새누리당의 ‘천주교 시국미사=종북(從北)’ 프레임으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이 25일 대치 정국의 출구전략으로 ‘여야 4인 협의체’ 구성을 새누리당에 전격 제안한 것이다.

결과는 ‘빈손’이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회심의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특별검사제)에 난색을 보이며 “3∼4일 내 답변을 주겠다(황우여 대표)”는 답변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전략부재’ 드러낸 민주당 VS ‘광폭행보’에 나선 안철수

양특 수용을 앞세워 대여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셈법이 담긴 전략이었지만, 결과론적으로 김한길 지도부의 리더십만 상처난 꼴이 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천주교 미국미사의 특정 부분(박 원로신부의 연평도 발언)만 문제 삼으며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라며 “대치 정국의 모든 책임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는 게 아니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민주당의 박 대통령 책임론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눈여겨볼 대목은 민주당이 제1야당의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사이 독자세력화를 천명한 안 의원이 속도전을 전개하며 존재감 부각 전략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오는 28일 독자세력화 시기와 구성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힐 예정인 안 의원은 민주당이 여야 4인 협의체 제안을 거절당한 다음날인 26일 국가기관 대선 개입 관련 ‘원샷 특검’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의원과의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국가 권력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로 국론은 분열됐고, 민생은 묻혀버렸다”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 수용을 결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

▲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20회 국회(정기회) 14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왼쪽)과 현영희 무소속 의원.@Newsis

여야 대치 정국의 장기화로 2014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등이 표류하자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공간 틈을 파고들어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지난 4일 국기기관 관련 특검 제안→12일 범야권이 참여한 각계 연석회의 합류→26일 원샷 특검 제안’ 등을 통해 야권 주도권을 확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독자세력화 구상 발표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한, 안철수발(發) 타이밍 정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안 의원은 이날 “대통령과 여당이 특검을 수용한다면, 민생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야권은 함께 지혜를 모을 것”이라며 “저희부터 협력하겠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간 특검에 “타협은 없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남은 정기국회 내내 ‘새누리당-안 의원 VS 민주당’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특히 민주당 강경파가 ‘특검과 입법·예산안’ 연계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이 예산안 연계투쟁에 나선다면, 새누리당의 ‘민생파탄 프레임’과 안 의원의 구태정치 프레임 덫에 갇힐 수 있다는 얘기다.

야권 내부에서 ‘특검과 입법·예산안’ 분리투쟁을 위한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앞서 비노(非盧) 측 김영환-황주홍 의원 등이 예산안 연계투쟁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당내 계파 갈등을 예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준예산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산·법안 심사는 협조하되, 의결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놓을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의 위기론에 불이 붙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타협 불가’를 외친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특검 수용을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양특’ 수용을 위한 여야 협의체 제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 경우 민주당에 남은 카드는 사실상 예산안 연계투쟁밖에 없게 된다. 민주당이 ‘예산안 분리투쟁’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김한길호(號)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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