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신만의 의식을 위한 칼라
[칼럼] 자신만의 의식을 위한 칼라
  • 김호정칼럼니스트
  • 승인 2013.11.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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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신만의 의식을 위한 칼라

나는 니체를 꽤 따르는 편이다. 이런 표현이 그 무게감을 파악할 정도의 철학적 지식이나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그의 ‘감성거세에 대한 비판’은 무척이나 사랑하고픈 심정이다. 소크라테스이래로 이성에 주둔했던 많은 이론과 의견들이 감성을 정신화 시킬 수 없는 무능력이라는 말에는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쾌감이 일었다.

감성에 대한 이슈를 칼라와 열렬히 말하고 있는 내게 힘을 실어주는 기분이다.
‘감성거세전략’은 “곧 인간을 부정하는 전략이자 동시에 인간 삶을 부정하는 전략이다”라는 말에 열렬히 박수를 보낸다. 개인의 주관적인 정서인 감정까지도 관리의 영역으로 내몰고 있으니 시대는 감성을 빼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 나의 삶에 라디오가 들어왔다. 빵을 한조각 우물거리며 커피 향을 입에 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즐겁다. 오전 열시. 정 지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코너인‘홍마담의 연애상담’은 마치 옆집 언니가 들려주는 것처럼 깨알 같다. 어느 청취자가 코너의 주제와 맞지 않는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홍 마담 손님한테 받은 상처나 울분은 어떻게 푸세요?”라며 여러 개의 식당을 운영하는 진상손님을 대하는 그만의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상담을 원했다.

홍 석천 씨는 “손님하고 싸워 무슨 소용 있나? 이기려면 이기겠지만 이겨서 무슨 의미가 있나. 그저 참고 받아 주돼 그런 아픔과 화, 분노를 풀어낼 자신 만의 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 했다. 자신만의 의식이라… 참 멋진 표현이다. 그는 소금을 뿌린다는 등의 예를 들어주었는데 나는 칼라를 제안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만의 의식을 위해 칼라를 쓰고 있다. 타이거우즈의 빨강색. 그는 경기 최종일에 아주 강한 붉은 상의를 입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자신만의 의식에서 레드는 파워칼라인 것이다.

레드일지라도 색을 받아들이는 주관적 느낌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25살에 죽은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름답고 총명했으며, 모차르트와 바흐를 사랑했고 비틀즈와 저를 사랑했던. 여자...” 라는 독백으로 시작하는 에릭 시걸(Erich Segal)의 원작을 영화화한 러브스토리는 1970년에 상영된 이후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는 영화이다. 첫눈이 오게 되면 꼭 한번쯤 영화의 OST였던 snow frolic을 듣게 되고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에요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라는 유명한 말을 낳은 러브스토리에 레드의 다양함이 보인다.
올리버와 제니의 사랑이 그려질 때 제니의 빨강 색 모자와 스카프에는 발랄하고 경쾌한 유혹이 느껴진다. 올리버의 집에 방문한 제니의 주홍빛을 띠는 붉은 원피스는 화사하지만 고전적인 느낌이다.

또한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The holiday. 2006)의 L.A에서 잘 나가는 영화예고편 제작회사 사장인 아만다(카메론 디아즈)는 작업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광고 문구에 happy red를 쓰라는 말을 한다. 크리스마스에 개봉할 영화이기에 영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문구를 강조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위해 칼라를 선택하기도 한다.
흰 눈 속에서 싱그럽고 순수했던 그들의 사랑이 마지막 시간이 가까이 온 영화 러브스토리 속의 제니는 화이트 빛이 도는 코트와 가죽장갑, 모피모자의 흰 색은 둘만의 사랑이 언제까지고 퇴색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의 지인은 속상하거나 우울할 때 자신도 모르게 핫 핑크 의상을 입는다고 한다. 핫 핑크색이 마음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하니 논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나는 그녀와 다르게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웬일인지 흰색이 끌린다.

니체는 감성을 통제하고 측정하고 효능 있게 만들어 창조적 삶을 위해 기여하라 말했다. 칼라는 다분히 우리에게 그럴 수 있는 세계로 인도해준다.

우린 어쩌면 색을 이용하기 보다는 색에 의해 이용당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색채와 문화 그리고 상상력. 신 항식]의 저자의 말처럼 우린 색을 통해 우리의 의식과 정서를 관리 할 수 는 있지만 우리가 색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내게 마음과 생각을 정리할 때 왜 흰색이 끌리느냐고 차라리 파랑색이나 혹은 브라운 계열이 낫지 않겠느냐고 설득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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