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호, ‘정세균·손학규’ 체제 데자뷔…퇴로 막혔다
김한길호, ‘정세균·손학규’ 체제 데자뷔…퇴로 막혔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1.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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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민주, 온건파 지도부 한계 드러내…‘매파’ 당 접수하나

▲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오른쪽)와 전병헌 원내대표(왼쪽),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완패다. 민주당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맥없이 당했다. 전날(28일) 새누리당이 ‘포스트 양건 체제’을 위한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보고서 단독 채택→본회의 단독 상정→단독 표결 뒤 가결’을 속전속결을 펼칠 때마다 민주당은 전략부재를 노출했다.

황찬현 임명동의안 가결 직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의회 폭거”라고 강창희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에 직격탄을 날리며 남은 국회의사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강경투쟁 강화, 그게 다였다.

새누리당과 강 의장의 합작품인 단독 표결에 제1야당인 민주당은 강한 야성(野性)도 대중적 전략전술도 보이지 못했다. 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대대적인 대여투쟁을 예고했지만, 내심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4 전당대회에서 출범한 김한길호(號)가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허를 찔린 결정적 이유가 김한길호의 전략부재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이다. 범야권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태’라는 호재 이슈 가운데서 정국주도권을 번번이 놓친 까닭도 제1야당의 무능과 무관치 않다.

황찬현 임명동의안 상정 과정에서도 민주당 지도부는 ‘직권상정’을 막을 묘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간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국회법 제85조(심사기간)를 근거로 새누리당과 강 의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국회법 제85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직권상정이 가능하다. 다만 동법 제2항에선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한반도 평화 기원미사에 참석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Newsis

법률적 해석 시비는 있겠지만, 국회 본회의 상정에 앞서 새누리당이 황찬현 임명동의안에 대한 단독 보고서를 채택한 만큼 “자동부의 요건을 충족한다(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라는 주장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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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민주당은 같은 날 황찬현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필리버스터(의회 내에서 다수당의 날치기를 저지하기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국회 의사국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회의 직전 민주당은 의총을 열고 직권상정 저지 카드로 ‘필리버스터’를 선택했다. 민주당의 전략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낸 단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당 내부에선 ‘황찬현(감사원장 후보자)-문형표(보건복지부 후보자)’의 정치적 딜(거래) 전략에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형표 낙마와 황찬현 통과’ 전략은 복지부 후보자 낙마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와 인사 트라우마 논란을 동시에 점화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단호히 거부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또다시 허를 찔렸다. ‘A와 B’의 정치적 딜은 둘 중 하나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황 후보자 임명안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민주당이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의 표결행위를 반대하는, 논리적 모순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황찬현-문형표 연계 안’이 사실상 전략적 오류라는 비판도 이런 까닭에서 나온다.

▲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황우여 대표(앞쪽)와 최경환 원내대표.@Newsis

눈여겨볼 대목은 민주당의 전략부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 2년 차 때인 지난 2009년 7월 22일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박희태 대표 시절)은 미디어 관련 법안 중 신문법과 방송법 표결과정에서 질의·토론을 생략한 채 곧바로 투표에 돌입했다.

당시 민주당을 이끌던 정세균 대표는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의원직 사퇴 승부수를 던졌다. 같은 당 천정배·최문순·정세환 의원 등도 여당의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천·최·정’은 이듬해 1월, 정 대표는 같은 해 6월 각각 원내에 복귀했다.

이후 ‘포스트 정세균’ 체제를 마감한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시절인 2010년 12월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노숙투쟁에 들어갔고 이듬해에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날치기에 격분, 대대적인 무효투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도 당 지도부는 전략부재를 노출했고 이는 당내 매파(강경파)에 힘이 실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한길호도 비슷한 양상이다. 국정원 정국에서 민주당은 제1야당의 강한 야성도, 제1야당의 존재감도, 대안마련도 못했다. 민주당이 전략부재에 따른 반대 프레임만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양특(국정원 개혁특위-특검)’을 거부한 상황에서 지도부 공동화 현상을 빚은 민주당은 남아있던 퇴로마저 막히는 결과를 떠안게 됐다. 민주당 앞에는 강도 높은 대여투쟁의 카드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찬현 임명동의안 가결과 관련, “야당과 국회법을 무시한 철면피한 폭거”라며 “오늘부터 의사일정을 중단한다. 민주당이 일당독주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일정 보이콧에 대해 “오만과 독선에 빠져서 ‘안하무인식’ 작태를 벌이는 집권세력의 횡포를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해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 정신을 부정하고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날을 세웠다.

김 대표의 국회일정 보이콧이 당내 매파(강경파)의 반발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지책적 성격도 짙어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대치 정국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도 격랑 속으로 빠지게 될 전망이다.

한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황찬현 임명동의안 가결과 관련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더 이상 이를 방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힌 뒤 야권을 겨냥, “(황찬현 안건이) 상정된 것은 직권상정도 아니요, 정상적 표결절차였다”며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사안”이라고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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