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잠들 뿐이다
[데스크 칼럼]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잠들 뿐이다
  • 김갑식 편집국장
  • 승인 2013.12.0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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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묘역에 묻힌 월남전의 영웅 채명신 장군

[데스크 칼럼]지난달 28일 월남전의 영웅 예비역 육군 중장 채명신 장군이 향년 88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이 날 오전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서 육군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육군참모총장, 국가보훈처장, 재향군인회장,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하여 고인을 기렸다. 그리고 오후에 장군의 유해는 개인별 8평 규모의 장군 묘역이 아닌 1평 되는 병사 묘역에 묻혔다.

그가 묻힌 곳은 파월 병사들이 묻혀 있는 2번 병사 묘역. 고인이 월남에서 귀국한 뒤부터, 특히 파월참전자 회장을 맡으면서 틈날 때마다 찾아와 젊음을 조국에 바친 부하 병사들을 추모했던 곳이다. 채 장군은 평소 가족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파월 병사들이 묻혀 있는 묘역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국방부는 처음에 장군이 병사 묘역에 안장된 경우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채 장군의 유언을 존중해 달라는 가족들의 끈질긴 요청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장군이 병사 묘역에 안장된 것은 현충원이 문을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채명신 장군은 이미 6·25 때 중대장, 유격대장, 연대장, 사단 참모장 등을 거치며 많은 전투에 참전했다.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5.16 때 혁명 5인위원회 멤버로 선임되면서였다. 5월 20일 군사혁명위원회가 구성되자 군사혁명위원회 위원의 한사람으로 선출되었고 7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그를 감찰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채 장군은 1965년 8월 초대 주월 한국군사령관으로 맹호부대를 이끌고 월남 땅을 밟는다. 그리고 1969년 4월 귀국할 때까지 4년 가까이 직접 전투 지휘를 하면서 태권도 보급에도 앞장섰다. 이 기간 동안 월맹  정규군은 물론이고 월남민족해방전선(베트콩) 전투원들에게도 한국군과 맞닥뜨렸을 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는 명령이 하달될 정도로 우리 장병들의 용맹성은 두드러졌다. 

귀국 후 제2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그는 72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독대하며 정치 발전을 건의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대장 진급에서 탈락하자 사령관직에서 물러나 전역했다.

대통령 앞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채명신 장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의 뜻에 반대한 채 장군을 그 해 주 스웨덴 대사에 이어 1973년 주 그리스 대사, 77년 주 브라질 대사에 임명하였다.

그리고 79년 10월 26일 주 브라질 대사로 있으면서 그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고, 1981년 5월 주 브라질 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다.

정계 은퇴 후에는 월남전 참전 단체와 한국 전쟁 참전 단체 활동과 강연 등을 하며 참전용사의 복지와 보상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는 6.25때 생포한 북한군 고위 장교가 맡긴 고아를 자신의 친형제로 삼아 대학 교수가 될 때까지 뒷바라지 해온 것으로 알려져 또다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을 위해 흘린 부하들의 피를 결코 잊지 않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떠난 채명신 장군. 정국이 어지러운 요즘, 채 장군 같은 애국심이 돋보이는 ‘노병’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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