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마이웨이’에 맥 못추는 ‘새누리-민주’
박근혜 대통령 ‘마이웨이’에 맥 못추는 ‘새누리-민주’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2.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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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朴대통령, 타이밍 정치에 ‘與野’ 정치적 변수로 전락…왜?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 문형표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또 빈손에 그쳤다. 대치 정국에서 강경 일변도로 일관한 새누리당과 출구를 찾지 못한 민주당의 모습이 그대로 재연됐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임박했지만, 여야 정치권은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묘책은커녕 현 정국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여야 대표단은 3일 오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특별검사제) 도입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국정원 개혁 특위) 신설 ▲민생법안과 예산 논의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고성이 오고 간 전날(2일) 여야 4자회담에 이어 이날 회동도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다만 양당은 양특(특검과 특위) 수용 등을 위한 논의는 계속하겠다고 밝혀 전격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쟁점은 역시 특검 수용 여부. 정치권 안팎에선 대치 정국의 물꼬를 ‘조건부 특검(검찰 수사 이후 특검 도입)’론자인 황우여 대표가 튼 만큼 절충점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는 긍정적인 전망에 불과했다. 특검에 ‘타협은 없다’는 새누리당과 양특 수용만이 엉킨 정국을 풀 수 있다는 민주당의 입장만이 되풀이됐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이 만난 이날 두 번째 여야 4자 회담에선 특검뿐 아니라 국정원 개혁특위의▲위원장 인선문제 ▲입법권 부여 문제 ▲개혁방안 및 수준 등에서도 견해차를 노출했다. 첩첩산중, 그 자체인 셈이다.

새누리당 유일호,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여야 4자 회담을 마친 뒤 국회 정론관에서 회담 결렬 소식을 전한 뒤 “특검과 특위 구성, 민생법안과 예산 논의, 정당공천제 폐지 등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라고만 전했다.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정국 정상화를 위한 2차 여야 4자회담. 왼쪽부터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김한길 대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Newsis

朴대통령 마이웨이 확인한 與 ‘강경→온화’ 기류 변화

눈여겨볼 대목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3일) ‘마이웨이’를 외친 이후 정국 상황이 반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여야 4자 회동이 전격 성사된 전날 여야의 극한 대립을 불러온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임명안을 강행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표현대로 ‘정치적 고려 없는 결단’인 셈이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여야 4자 회담이 열린 지 30분 만(3시 30분경)에 이들의 임명 소식을 알렸고, 이로부터 한 시간여 뒤인 4시 30분 박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를 강행했다. 온건파인 황 대표의 제안으로 여야 대치 정국에 물꼬를 트는 사이 청와대에선 ‘마이웨이’를 통해 ‘원칙론’을 고수한 것이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 “임명 강행을 위한 여론 쇼” 등의 표현을 써가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고, 정국은 또다시 청와대와 야당 구도로 재정립됐다.

 

▲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이군현 위원장과 대화를 마친 김광림 새누리당 간사, 최재천 민주당 간사(왼쪽).@Newsis

청와대의 정면 돌파 의지를 재확인하자 새누리당 내부 기류는 급변했다. 특검 타협 불가론의 깃발을 들고 섰던 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발 물러섰고, 이날 두 번째 회담 결렬 직후에도 새누리당은 “논의를 계속할 것(유일호 대변인)”이라고 판을 깨지 않을 뜻을 밝혔다.

또한 새누리당은 이날 단독 상정을 예고한 예산특별심사위원회 역시 개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여야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우려와는 달리 새누리당이 유화적인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이 날 국회에서 만난 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9월 정기국회 이후 단 한 건의 법안 통과도 없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해 여야 협상 테이블을 닫지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가 회담 직후 여야 4자 회동 최종 결렬시 예산안 단독 상정을 예고한 터라 정부여당이 전날에 이어 또다시 예산안 강행을 위해 ‘여론 쇼’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경우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안 단독 처리에 이어 두 번째 여야 합의 파기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여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역시 이날 4자 회담 직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대응 마련에 돌입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대표가 회담의 중재안을 놓고 당 지도부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가 물밑 접촉을 통해 사실상 합의한 국정원 개혁특위의 입법권 부여와 국회 정보위원회 상설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의를 위한 정치개혁특위 구성 등의 추인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준예산 사태와 예산안 연계투쟁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마이웨이를 통한 정면 돌파를 확인한 다음에 여야 협상에 드라이브를 건 셈이고 민주당은 청와대 협상 불가론에 꼬리를 내리고 절충안(조건부 특검 내지 국정원 개혁특위의 입법권 부여)을 받아들이는 꼴이 된다.

정부여당과 제1야당 모두 박 대통령의 타이밍 정치에 맥 한번 추지 못하고 정치적 변수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국가기관 대치 정국의 물꼬는 트일 수 있을지언정 행정부와 입법부의 비대칭적 구조는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이런 까닭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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