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트코인이 무엇입니까?
[칼럼] 비트코인이 무엇입니까?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12.0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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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트코인이 무엇입니까?

비트코인이 난리다.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은 국내 비트코인 사용 매장 1호가 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비트코인이란 말은 들어봤지만, 실상 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넘기는가 하면, 투기 종목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또는 별 상관 없는 것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무엇인지 알아야 제대로 반응할 수 있지 않을까?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비트코인은 2009년에 만들어졌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개발한 가상화폐인데, 일본인인가 싶겠지만, 나카모토 사토시가 일본인인지, 혹은 어떤 그룹을 지칭하는 것인지 알려진 것은 없다. 단지 비트코인을 만들고 돌연 사라진 탓에 그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없고, 다시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정체를 모른다고 하니 뭔가 의심쩍다고 볼 수 있지만, 그가 만들어 놓은 비트코인은 이미 화폐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특징은 발행 주체가 없다는 점으로,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화폐가 아니라서 찍어내지 않는다. 디지털 상에만 존재하는 화폐인데, 이를 얻기 위해선 채굴이라는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채굴은 컴퓨터를 이용해 암호화된 문제를 푸는 것으로 컴퓨터를 켜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대신 이 문제는 풀릴 때마다 난도가 높아져 비트코인을 쉽게 얻을 수 없도록 한다. 초기에는 개인이 비트코인을 쉽게 채굴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채굴하려고 켜둔 컴퓨터의 전기세가 더 나오는 탓에 전문적으로 채굴하는 그룹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아예 회사를 차린 그룹도 있으며, 여러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불특정다수의 PC를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좀비 PC로 만드는 악성코드도 등장했다.

그래서 현재는 개인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거래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거래소에 돈을 입금하면 환율에 따라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일반 화폐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환율이 존재하며, 국가와 국가 간의 화폐 조정이 이뤄지는 일반적인 통화 개념과 달리 범국가적인 환율로 거래량에 따라 변화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일반 통화를 가상화폐로 교환하는 것인데, 왜 굳이 있는 돈을 놔두고 가상화폐로 교환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비트코인은 어떤 국가와 은행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그래서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키프로스인데, 국가 부도 위기에 빠진 키프로스 정부는 국내 모든 은행의 고액 예금자를 상대로 예금액의 최대 40%까지 강제 징수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자 키프로스 국민들은 강제 징수를 피하고자 어떤 국가에도 소속되지 않은 비트코인에 몰렸다. 당시 거래량이 갑자기 증가해 1비트코인이 30달러에 불과했던 환율이 2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국민들이 비트코인에 몰리자, 키프로스 은행을 통한 소비가 줄어 아예 대학이니 마켓이니 카페 등도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기에 이르렀다. 뭔가 소설 같은 얘기지만, 실제 키프로스에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비트코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런 특징으로 처음에는 마피아들의 돈세탁이나 조세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더 주목받았지만, 한계가 분명하고, 변동성이 너무 커서 안전하게 자금을 보관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중론으로 자리 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키프로스 사건으로 폭등한 비트코인은 다시 폭락했으며, 얼마 전까지 300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1,200달러까지 상승해서 돈세탁이나 조세회피보다 투기 목적을 가진 이들이 더 몰리는 추세다.

키프로스의 사례와 돈세탁, 조세회피, 투기라는 얘기를 들으면 비트코인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일반 통화와 마찬가지의 특징을 지니는 것일 뿐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이 특징을 이용하면 환율을 넘어 범국가적인 화폐 통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굳이 각 국가의 화폐로 환전할 필요없이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것으로 어느 국가에서든 거래할 수 있고, 중앙은행의 간섭을 피할 수 있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에는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즐비하며, 캐나다에는 아예 비트코인 ATM까지 등장했다.

여기까지 읽었음에도 여전히 감이 오지 않는다면, 간단하게 교통카드를 떠올리면 된다. 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선지급 교통카드는 편의점 등에서 따로 충전해야 한다. 이는 곧 비트코인으로 교환하는 것과 같은 것이며, 교통카드에 충전된 가상화폐를 가지고 교통수단을 이용하듯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단지 교통카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비트코인만의 환율이 있고, 범국가적이며, 채굴이라는 방식으로 취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환율이 폭등했다는 사실을 들어 음모론을 재기할 수도 있다. 누군가 비트코인을 만들어놓고, 환율이 오르는 것을 기다렸다가 대량으로 비트코인을 거래하여 차익을 얻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비트코인은 2,100만 비트코인까지만 채굴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있고, 현재 1,200만 비트코인정도가 채굴되었는데, 이 현황을 지켜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채굴 속도가 느리진 상태에서 갑자기 채굴량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거나 유입된 비트코인이 늘어나면 전체 거래량이 떨어지고, 가치도 폭락하게 된다. 대량의 비트코인을 풀더라도 이를 구매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전체 거래량이 떨어진다는 것은 구매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되므로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이 처음부터 이렇게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일종의 놀이와 같았는데, 채굴을 통해 화폐를 쌓아가기만 했을 뿐 직접적인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화폐 구실도 못하던 존재였다. 그런 것을 두고, 처음부터 차익을 챙길 생각으로 비트코인을 만들었다고 보긴 힘든 것이다.

사실 이런 방어 체계가 이뤄져 있어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거래소의 계정을 해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지만, 해킹으로 비트코인이 빠져나가면 추적할 수 없어서 치안 영역을 벗어나게 되어 보호받을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은행 계좌에서 돈을 빼내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범죄지만, 추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목표가 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획기적인 화폐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가 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미국은 이미 비트코인을 허용하면서 통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딱히 비트코인만의 특징이 있다고 해서 세계 공통 화폐로 자리할 수 있다고 할 순 없다. 오히려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좋으며, 대신 대체 화폐로서 범국가적인 거래에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갈 수는 있다.

현재 쟁점으로 봐야 할 것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얼마까지 상승할 것인가?와 비트코인의 채굴이 끝나는 시점에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이다. 이 부분은 예상 범위를 넘어선 문제로 비트코인의 존속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며, 가상화폐가 실제 통화 개념으로 정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의 인기로 파생된 여러 가상 화폐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 파생 화폐도 비트코인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단순한 유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기술적인 면보다 오랫동안 동전이나 지폐와 같은 화폐 개념을 벗어난 인간 문명의 새로운 화폐 영역이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세계 역사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쯤은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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