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 1년, 대통합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1년, 대통합은 없었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2.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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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朴정부 1년, 靑 고속질주-與 거수기…“안녕들 하십니까”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을 주도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간부에 대해 체포영장 청구 등 추가 징계 절차가 이뤄진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꼬박 1년이 됐다.

‘100% 대한민국과 중산층 70% 복원’ 슬로건을 들고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된 그의 이름은 ‘박근혜’. 청와대가 불통정치에 대한 비판을 ‘자랑스러운 불통(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반박하는 사이 시민들은 여기저기서 묻는다.  “안녕들 하십니까.”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8시 서울 영등포 민주당 당사(현 여의도 당사)에 기자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이날은 ‘87년 체제의 종식을 알리는 정초선거인 제18대 대통령 선거날.

기자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그해 총·대선이 같이 치러진 터라 서로들에게 ‘수고했다’는 덕담과 함께 판세분석에 나섰다. 당시 기자도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각 여론조사기관의 예측 투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재인 후보 50.4% VS 박근혜 후보 48.1%.’ 당일 오후 기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출구조사 결과가 떠돌았다. 카메라 기자들이 문재인 캠프로 속속 몰려들기 시작했다. 당일 오후 5시까지만 해도 문재인 캠프 관계자들은 문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다.

투표율도 애초 예상보다 낮지 않았다(최종 투표율 75.8%). 투표 마감 직전엔 젊은 층과 넥타이 부대들이 몰리는 경향이 높은 만큼 투표율 제고로 인한 득표율 상승을 예상한 관계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2시 50분여가 흐른 5시 50분경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박근혜 50.1% VS 문재인 48.9%’, 일부 카메라 기자들은 새누리당 당사가 있는 여의도로 급파했고 문재인 캠프 관계자들 얼굴에는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방송 3사(MBC·KBS·SBS)의 예측 출구조사는 ‘박근혜 50.1% VS 문재인 48.9%’. 최종 결과는 ‘박근혜 51.6% VS 문재인 48.0%’. 제로섬 게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자 과반 득표를 넘은 대통령이 탄생한 순간이다.

 

▲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Newsis

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 서울 광화문으로 달려가 시민들에게 “민생대통령·약속대통령·대통합대통령이 되겠다”라며 “국민 여러분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 반드시 열겠다”라고 밝혔다.

朴정부 집권 1년, ‘오른쪽으로 더 오른쪽으로’

비슷한 시각 문재인 캠프 일부 관계자는 울먹였고 또 다른 누군가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할 만큼 흥분상태였다.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선거 결과와 관련, “말도 안 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냐”라고 말한 뒤 “추후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주도하에 심리전단팀이 ‘문재인 반대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다. 이후 국군사이버사령부과 국가보훈처 등도 댓글 의혹에 휩싸이면서 한국 정치는 현재도 대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이 불법 대선 프레임을 들고 대여투쟁의 강도를 높이자 청와대와 새누리당, 보수시민사회 단체는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물타기에 돌입했다.

이후 정국은 ‘대선 개입(야권) VS 대선 불복(여권)’, ‘민생 파탄 예산(야권) VS 국정 발목잡기(여권)’로 뚜렷이 갈렸다.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극한 이념과 당파 헤게모니의 늪에 빠졌다. 대선 불복 프레임에 대한 청와대의 콤플렉스와 퇴로를 막는 박근혜식 통치행위가 맞물린 결과다.

그러면서 모두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1년 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100% 대한민국’을 외친 박 대통령의 구호는 헛된 메아리가 됐다. 대통합은커녕 박근혜 정부의 ‘보수 회귀’로 한국 사회에는 우경화된 퇴행적인 정치만이 남았다.

▲권력기관의 국정 농단 ▲양건 전 감사원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에서 불거진 고집불통 수첩인사 ▲청와대 비선라인과 새누리당 친박(親朴-친박근혜) 실세에 의한 밀실주의 정책결정 등이 보수회귀 정치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 철도노조 파업 열흘째인 지난 18일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 앞에서 열린 철도노조 승리 권역별 결의대회에서 참가자가촛불을 들고 있다. @Newsis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거침없었다. 지난 8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 이후 묘한 상황이 반복됐다. 이쯤부터 한국 사회에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었다. 공안통치 의혹과 신(新) 북풍을 이용한 물타기다.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으로 궁지에 몰릴 때마다 어김없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등의 공안통치 의혹과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앞세운 북한발(發) 이슈를 이용한 물타기와 야권 갈라치기 전략이 등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을 시작으로, 기초연금 대선 공약 파기, 철도민영화와 의료민영화 추진 의혹…, 이 모든 것이 ‘인민의 자기지배’라는 직접민주주의에 역행한 결과다.

한 손에는 공안통치, 다른 한 손에는 신(新) 북풍을 이용한 물타기 전략을 들고 박 대통령이 보수와 수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셈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역린을 건들까 노심초사했다. 거수기 여당으로 전락했다. 그 사이 청와대의 무한질주는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철도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고 신부와 목사가 광장에서 “하나님도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대학생들은 스스로 ‘안녕세대’라고 부르며 “진짜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냉소와 절규가 담긴 질문을 건넨다.

핵심은 소통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만든 87년 체제 이후에도 한국 정치는 과잉된 엘리트주의에서 비롯된 통치로 너와 나를 가르는 피아(彼我)의 정파성에 함몰됐다. 그 결과 이념과 계층 간 고정적 간극을 좁히는 데 실패하면서 패권성만 확대 재생산됐다.

또한 여의도 국회엔 일부 정파만 대표되는 보스정치가 횡행한다. 정부여당은 협애한 이념적 틀에 갇혀 만성적인 하부정치 문화를 초래하고 있다. 갈곳없는 시민들은 담론 상실시대에 살고 있다. 쌍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한 참여지향형 정치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날(18일)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대선 1주년 평가와 관련해 “한마디로 망연자실”이라며 “소통은 없고 불통 리더십으로 획일적인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일방통행을 하는 사이 의사소통의 공론장, 여야의 상호존중 등 민주적인 의견 형성의 과정은 간데없어졌다. 대통령과 국민의 정서적 이격(離隔)이 벌어진 결정적 이유다. 시민들이 묻는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정말 안녕들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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