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반대 주장 의협, 영리화→야합 수순 밟나
의료 민영화반대 주장 의협, 영리화→야합 수순 밟나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01.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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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공공성 외면한 ‘3월 3일 총파업’ 그 속내는…新민관협의체 구성 제안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의료 민영화’ 반대 프레임으로 연일 강경 노선을 걷던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이하 의협)가 의사들 간 이견 등 내부 갈등과 여론의 역풍 앞에서 한발 물러섰다. 의료민영화 반대 파업을 둘러싼 내부 이견 표출로 투쟁동력을 상실한 의협이 새로운 민관협의체 구성을 정부당국에 제안한 것이다.

의협은 14일 서울 용산구 이촌로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당국에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날 오전 대정부 협상단장으로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을 선임한 의협은 ▲보건의료정책 개선 ▲건강보험 개선 ▲전문성 강화 ▲기타 의료제도 개선 등의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ask Force) 구성을 보건복지부에 제안하며 정부와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Newsis
앞서 정부당국이 지난 3일 의협 신년하례회서 제안한 의료계, 시민단체, 정부 등 각계각층 인사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당시 의협은 이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며 “의료계의 요구를 협의하기 위한 새로운 협의체를 정부 측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의협이 ‘겸허한 대화채널’을 위한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역제안한 까닭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안팎에선 이와 관련, 의협이 오는 5월로 예정된 의료수가 협상에 앞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의협의 새로운 협의체 구성 제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의사집단 비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간 의협이 ‘정부-의료계-시민사회단체’ 등이 각 3분의 1의 비율로 참여한 건정심 구성에 의료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터라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의협의 이 같은 내부 기류 변화는 지난 12일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날 의협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의 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3월 3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히며 애초 ‘즉각 파업’을 외치던 강경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이와 함께 ‘의료 민영화 반대’라는 구호를 내려놓고 ‘영리화 반대’ 카드를 들었다.

파업 명분을 둘러싼 내부 이견과 의료민영화 전 단계로 지적받은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거론한 의협이 프레임 전환을 통해 여론 무마 전략을 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보건의료시민단체의 강력 반발이 예상된다. 그간 시민단체는 의협의 ‘의료민영화 반대’가 ‘의료수가 인상’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의협이 민영화 반대 근거로 내세운 ‘원격의료·영리병원 저지 넘어 건보제도 개혁’이라는 슬로건의 핵심이 정부를 배제한 의협 중심의 건강보험 개혁 즉 ‘관치 의료 저지’에 있다는 것이다.

관치 의료 저지의 핵심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에 있다. 의협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진료 수단의 정당성에 위배 된다며 지난 2000년 ‘당연지정제 폐지’ 헌법소원을 냈으나 당시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복지국가 시계 15년째 제자리, 도대체 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우리나라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공단 가입자의 진료비를 국가가 세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폐지될 경우 ‘병원의 의료수가 자율 적용→건강보험 지정병원 거부→진료비 급등’ 등으로 이어져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정부의 건강보험은 힘을 잃게 되고, 고가의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만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화된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우려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등의 보건의료서비스 정책과 다르다며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은 건강보험 체계를 개편하는 당연지정제 폐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 12일 오전 대한의사협회관에서 노환규 비대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의협의 총파업을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Newsis
이와 관련해 의협 내부에서도 이견은 만만치 않다. 의협이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이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내세운 ‘집단휴진’ 결정에 정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이쯤에서 ‘민영화 줄타기’에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병원·원장 등 경영자들의 협의체인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윤수)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의협의 총파업 방침에 대해 “정부의 원격진료 허용 방침에는 반대하지만, 자회사를 설립해 투자받을 수 있게 한 정책에는 찬성하고 있다”며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병원협회가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의협의 총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의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과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6개 보건의료단체와 함께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의료영리화 저지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의사를 천명하며 공동투쟁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법인약국 허용 정책과 관련,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영리자본의 보건의료 진출을 본격적으로 허용하는 서막이라는 것을 숨길 수 없다”면서 “(정부 정책이) 문제투쟁인 의료체계를 바로잡기는커녕 왜곡을 더욱 부채질해 국민 건강권을 더욱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화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선 “진실성이 없고 기만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영리자본 지배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고집하면서 형식적으로 대화를 제기한 것은 국민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전형적인 이중플레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영리 자회사 설립 전면 폐기 ▲원격진료 전면 불허 ▲법인약국 허용 중단 등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투자활성화정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 민영화 반대 프레임으로 연일 강경 노선을 걷던 의협이 한발 물러선 것도 이 같은 내부 갈등과 무관치 않다. 의협의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후퇴 수순을 밟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국민들이 살인적인 의료비에 노출된 사이 의료공공성을 외면하는 정부당국과 저수가 인상에 혈안이 된 의협의 몽니에 ‘건강보험 보장성’ 논의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에 여전히 멈춰있다. 복지국가 시계가 15년째 단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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