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특성화’라 쓰고 ‘지방대학 죽이기’라 읽는다
‘지방대학 특성화’라 쓰고 ‘지방대학 죽이기’라 읽는다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02.06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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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점 미끼로 ‘지방대학 자율 감축’ 유도…‘지방대 구조조정’ 물밑 작업

▲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제4공용브리핑실에서 나승일 차관이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같은 내용물인데 그릇만 바꿨다. 5일 정부가 발표한 ‘지방대 특성화 사업계획’에 대한 얘기다. ‘특성화’라는 단어를 사용해 얼핏 지방대 살리기 같지만, 경쟁력 있는 지방대·학과는 육성하고 그렇지 못한 대학과 분야는 도태시키는 이른바 ‘지방대학 죽이기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본질적으로 ‘지방대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성화 사업단 평가를 할 때 입학정원 감축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해 대학들이 스스로 정원 감축에 나서도록 유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통해 정원감축 1단계(2015~2017년)에 4만 명 감축, 2단계(2018~2020년) 5만 명, 3단계(2021~2023년) 7만 명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교육부는 정원감축 1단계가 시행되는 2014학년도를 기준으로 입학 정원 대비 7.3%(4년제 2만5천300명)인 점을 감안해, 감축 규모가 10% 이상인 경우 5점, 7% 이상~10% 미만 4점, 3.5% 이상~7% 미만은 3점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는 모두 10% 이상의 정원 감축을 시행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 경우 최대 1만4천 명, 7%의 경우 1만 명, 4%의 경우 8천 명의 지방대 정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성화 사업에 참여하는 지방대가 10%의 정원을 감축할 경우 4년제 대학 1단계 정원감축 목표치의 80%를 지방대가 떠안게 되는 셈이다. 가산점을 미끼로 지방대학의 자율적 감축을 유도한 것이다.

▲ 입학정원 감축 규모에 따른 가산점 기준.@교육부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도 ‘특성화 사업’이 ‘지방대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지방대학에 들어가는 총 1조원의 돈이 지방대 위축으로 해당 지역의 피폐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이번 사업은 대학 내부 또는 대학 간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결국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로 인해 대학서열화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2023학년도까지 3주기로 나눠 대학 정원 16만 명 감축을 목표로 한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최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미흡’ 등 5개 등급별을 기준으로 평가결과에 따라 ▲입학정원 감축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제한 ▲국가장학금 미지급 ▲학자금대출제한 ▲지속적 퇴출 유도 등 차등적인 개혁이며, 2회 연속 ‘매우 미흡’을 받는 대학은 퇴출당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가 8일 만에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계획’을 발표한 이유는 지난달 등급별 대학퇴출을 골자로 한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의 비판에 따른 후속 조치다.

시행계획에 따르면 지방대 특성화 사업은 크게 ▲대학자율(1천150억 원·60%) ▲국가지원(460억 원·25%) ▲지역전략(300억 원·15%) 등으로 스스로 여건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특성화 분야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이번 특성화 사업의 기대성과에 대해 “(이 사업이 끝나는) 5년 뒤 지방대학은 교육경쟁력과 인지도에서 수도권대학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입학자원 감소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양적 축소는 불가피하며, 오히려 이를 ‘특성화’를 통한 ‘질적 개선의 기회’가 되도록 대학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대 ‘고사’와 전문대의 ‘궤멸’ 막을 방안 없어”

그러나 이 같은 구조조정 방안은 ‘지방대 죽이기’로 귀결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지난달 23일 충북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대학 구조개혁안 이대로 좋은가’란 토론회에서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는 서울 소재 일류대에서부터 지방 군소대학까지 철저하게 서열화 돼 있고, 사학이 과도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체제“라며 "대학을 등급화하고 차등적인 정원 감축과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교육부의 (구조조정개혁) 안에는 지방대의 '고사'와 전문대의 '궤멸'을 막을 방안이 제대로 서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지방분권국민운동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구조조정 정책과 관련 "지방 멸시 현상과 낮은 출산율로 지원자가 줄어 힘든 판에 정부까지 가세해 특정사업 등에 대한 재정지원을 빌미로 정원을 줄이라고 협박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지역을 쇠퇴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민원 지방분권국민운동 상임의장은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 목표는 결국 지방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것으로, '지방대학 없애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지방대학을 위축시켜 지역사회 공동체를 쇠퇴시키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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