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내 웹 호환성, 빨리 바뀌어야 한다
[칼럼] 국내 웹 호환성, 빨리 바뀌어야 한다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2.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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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내 웹 호환성, 빨리 바뀌어야 한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외 민간 100대 웹 사이트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결과를 보면 인터넷 익스플로러(IE), 크롬, 사파리, 파이어폭스, 오페라로 꼽히는 세계 5대 웹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웹이 100대 웹 중 단 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웹 사이트 중 9개라는 것이 아니라 100대 웹 중 9개인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5개를 모두 지원하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자. 더 큰 문제는 IE만 지원하는 웹 사이트가 76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웹 사이트는 IE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웹 사용 형평성에 맞지 않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IE는 윈도 운영체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고, 차츰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한 웹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와 동떨어져 있다

웹 호환성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간혹 5개를 모두 쓸 일 없으니 상관없지 않으냐?는 말도 들린다. 국내 다수가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 중이고, IE를 사용하니 굳이 다른 브라우저를 호환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국내 IE 쏠림 현상은 빨리 바뀌어야 한다.

국내 웹 사이트가 IE만 지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에 따라 웹을 통해 금융 거래 시 공인인증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액티브엑스(ActiveX)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액티브엑스는 IE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니 사용자는 IE에 몰리게 된다. 어떤 브라우저든 IE를 사용하게 된다면 굳이 여러 브라우저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다수가 사용하는 IE에 중점을 두고 개발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 웹 표준이야 존재하지만, 브라우저를 하나하나 최적화하지 않으면 웹 사이트의 레이아웃이 망가지거나 메뉴에 접속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웹 사이트를 개발하면 여러 브라우저에서 사용해보고 조정하기 마련인데, 국내 웹 개발은 이런 과정이 대부분 생략된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며, 웹 사이트 제작 업체도 수주 시 이런 사항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거나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IE의 사용에 불편한 점만 없다면 사용자들도 따라서 IE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개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속도가 빨라서인데, IE도 최신 버전에 와서는 크롬과 비슷한 속도를 내면서 국내 웹 호환성까지 갖추고 있는 탓에 얼마 전까지 크롬 쪽으로 기울던 국내 점유율이 다시 IE로 기울고 있다.
 
문제는 사용자는 속도에서 브라우저를 선택했지만, 브라우저가 다각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보안에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취약점 관리 솔루션 업체인 퀄리스(Qualys)는 모든 웹 브라우저가 전체 요소 중 약 40% 수준의 보안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IE가 41%, 파이어폭스가 35%, 크롬이 40%로 비슷비슷했는데, 상시 업데이트를 하면서 이 취약점들을 보완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취약점이 있다는 것은 보안 위협이 가해질 수 있음을 의미하고, 언제든 공격받을 수 있다.
 
만약 국내 웹 브라우저 사용이 고르게 분포되어있다면 공격자가 모든 브라우저의 취약점을 공격해야 하므로 대상자가 한정되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웹은 IE에 의존하고 있다. 공격자는 IE의 취약점만 공격하는 것으로 공격 대상자를 늘릴 수 있다. IE 의존으로 IE만 사용하면 통합되어 편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취약점을 공략하는 것도 편리해진다. 더군다나 관공서나 금융 서비스 사이트도 IE에 집중된 탓에 보안 위협은 가중된다. 2009년 당시 시장 점유율 50%에 육박하던 IE6를 퇴출하기 위한 운동이 전개되었던 이유도 그런 이유였다.
 
이는 국내 웹 사이트들이 다양한 브라우저를 지원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사용자가 아무리 다양한 브라우저를 사용하려고 해도 사용하기가 어렵고, 웹을 이용하기에 꼭 IE를 겸해서 사용해야 하므로 의존도를 낮출 수 없는 것이다. 몇몇 은행 웹 사이트가 오픈 웹으로 IE 외 브라우저를 지원한다지만, 전자서명법이 IE에 묶여있어서 거래를 위해서는 IE를 사용해야 하고, 보안에 큰 투자를 하지 않아 무작정 솔루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전부이다. 고객의 편의성을 무시하면서 단지 법 테두리에 최소한 몸을 숨기려는 얄팍함이 국민의 웹 보안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국내 웹 호환성은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호환성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후 다양한 웹 브라우저가 권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웹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도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전반적인 웹 생태계가 제모습을 찾을 것이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비롯하여 여러 운영체제 플랫폼에 기회가 돌아가는 웹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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