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고교 사회 교과서가 다문화가정을 연민·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시선에서 ‘그들’이라고 표현하는 등 의도적 구분 짓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부의 용역을 받아 성신여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행복교육 실현을 위한 글로벌 시민교육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고교 사회 교과서 5종이 이주 노동자를 ‘우리’와 다른 ‘그들’로 기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양한 민족 문화가 유입되는 현상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국 문화’와 ‘외국 문화’를 의도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다문화주의’ 관점에서 분석한 5종의 교과서에서는 이주민들의 초기 부적응 현상이 ‘결핍지향적 관점’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결핍지향적 관점이란 성공에 필요한 심리적·환경적 요인이 결핍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한 교과서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다문화가정의 대다수가 경제적 빈곤층에 속하며 언어 및 문화의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어, 부적응의 원인을 이주민 집단의 특성으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교과서는 또 “직장과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로 인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서술해 다문화가정을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국가주의적 관점…빈곤·편견·차별·부적응 등 이주민 탓?
일부 교과서에서는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다문화가정을 서술하고 있었다. 국가주의란 개인의 행복이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우선시키는 사상원리나 정책을 말한다.
한 교과서에서는 이 관점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준다. 또 국제결혼을 통한 결혼 이민자는 농촌 지역의 인구감소와 성비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서술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서술이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가적 수준의 대응 노력과 유사한 주문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례적인 한국의 국가주도 다문화주의는 궁극적으로 세계화시대의 국가 경쟁력 강화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특히 대부분의 교과서가 다문화를 ‘갈등’에 초점을 두고 관용과 소통의 중요성만 강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어 왜곡된 시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현행 사회교과서는 독도 관련 서술 오류로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독도가 영유권 분쟁에 휘말린 것처럼 서술한 역사 교과서와 함께 독도 총 면적을 잘못 기술한 사회 교과서 등은 관련 기관의 검토를 거쳐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3월까지 정오표 등을 통해 수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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