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없는 세상, 한반도로부터 시작”
[에브리뉴스=박정은 기자]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핵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전임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유엔 안보리결의 등을 어기고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만약 북한의 핵물질이 테러집단에게 이전된다면, 세계 평화에 큰 문제가 될 것이며, 3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유사한 재앙이 테러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지금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돼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만의 이슈가 아니라 제2의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가져올 수 있는 국제적 문제라는 점을 환기시킨 것.
박 대통령은 “이렇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비확산, 핵안보, 핵안전 등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인 만큼,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페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핵테러 위협에 대응한 ‘국제 핵안보 체제의 발전을 위한 4대 제안’을 내놨다. 이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 아래 국제 핵안보 체제가 추구해 나가야 할 발전 방향을 담은 것으로 ▲핵안보·핵군축·핵 비확산에 대한 통합적 접근 ▲핵안보 지역협의체 구성 ▲국가간 핵안보 역량 격차 해소 ▲원전 사이버테러 대응책 강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통합적 접근의 예로 박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가 고농축우라늄(HEU) 매매계약을 체결해 핵탄두로 전력을 생산한 이른바 ‘메가톤즈 투 메가와츠(Megatons to Megawatts)’ 사업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 사업으로 핵탄두를 해체해 나온 핵무기 2만개에 해당하는 고농축우라늄(HEU)이 도시를 밝히는 전기로 전환됐는데 이것이야말로 ‘무기를 쟁기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핵안보 지역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서는 “동북아 원전에 전세계 원전의 23%가 있는데 이처럼 원전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핵안보 지역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원전시설에 대한 방호는 물론 국가간 신뢰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안보 역량격차 해소에 대해서는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하다’는 말이 있다. 많은 나라들이 튼튼한 안보망을 갖고 있어도 어느 한 나라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전체가 불안해질 것”이라며 “또한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대체하는 고밀도저농축우라늄(LEU) 핵연료와 같이 창조적 혁신기술 개발에 대한 협력도 장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사이버테러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중심이 돼 방어지침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는 방호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고, 그래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연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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