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조석래 효성 회장의 건강이 악화돼 4월 예정됐던 공판이 6월로 연기됐다.
조 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분식회계를 통한 차명재산 운영, 국내외 비자금 조성 등으로 총 7939억 원대의 횡령, 배임, 탈세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9일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최근 조 회장 측은 항암치료 등 병세 악화를 이유로 재판부에 일정을 고려해달라고 부탁했다.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은데 이어 올해 초 전립선암이 발견돼 이달부터 방사선과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판을 앞두고 경제계 회장님들의 병세 악화로 공판이 미뤄지거나 실제 형을 다 치르고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 시선은 곱지 않다.
3000억 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지난 2012년 8월 수감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병세 악화를 이유로 이듬해(2013년) 1월 형집행정지가 됐다가 올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수천억 원대 기업범죄를 저지른 CJ이재현 회장도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이달 30일까지 연장돼 불구속 상태로 공판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지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공판을 앞두고 병세 악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 정재계의 오랜 재판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재판부의 발맞춤도 영향을 끼친다.
법 앞에서 보이는 기업 총수들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진행된 제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조석래 회장 측 변호인의 발언과 맥락을 함께한다.
조석래 회장 측 변호인은 “6월 초까지 호르몬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라며 “본인도 모든 절차를 참여하겠다는 의사가 확고하지만 피치 못할 상황이 생기면 이재현 CJ회장의 경우처럼 재판장 양해를 얻고 퇴정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재현 회장의 경우처럼 조 회장에게도 선처를 해달라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에 “참고는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인한테 직접 확인해야 할 부분도 있어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답변했다. 여론의 차가운 시선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회장 측은 “조세포탈의 고의가 없었다”며 “과거 정부정책 하에 누적된 회사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해 효성그룹이 387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39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