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양식품과 팔도 소송분쟁…모방과 관행사이
[기자수첩] 삼양식품과 팔도 소송분쟁…모방과 관행사이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05.12 1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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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불닭볶음면’ vs 팔도 '불낙볶음면'…결과는 양날의 검
▲ (왼쪽부터)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팔도의 '불낙볶음면'.@삼양식품·팔도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삼양식품(회장 전인장)이 팔도(대표이사 최재문)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팔도의 제품 '불낙볶음면'이 자사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모방했다는 이유에서다.

12일 삼양식품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삼양은 지난 4월 말 팔도를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용중지 가처분 소장을 제출했다. 이름도 비슷한데다 포장 디자인과 색 등의 유사함이 소비자의 오인을 불러 매출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다. 간편하게 “베꼈다”는 주장이다.

실제 불낙볶음면이 출시된 뒤 팔도의 매출은 껑충 올라 50억 원 이상의 연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또 지난 2월 한 조사에 의하면 볶음면 선호도 조사에서 팔도의 불낙볶음면은 출시 두 달 만에 3위(16%)를 차지했다. 1위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42%), 2위는 오뚜기 콕콕콕 라면볶이(26%)가 자리에 올랐다.

선호도 1위를 차지한 삼양이 이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는 매출의 분산이라는 예민한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팔도의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지난 4월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 2억 개를 돌파하는 등 저력을 보여 왔다. 3~4월에만 2000만 개를 판매해 한 달 기준 70억 원의 판매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12일 삼양식품 주가는 31,600원으로 연초(24,400원)에 비해 7,200원이나 뛰었다. 지난 2일에는 장중 3만2,9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양에게 팔도는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 중인 앞길에 제동을 거는 불청객인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양과 팔도의 상황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무임승차해 매출을 가로챈다"는 모방론과 "식음료업계에 비일비재한 일"이라는 관행론.

전자의 경우 주로 앞장서 식품출시를 해왔던 업계들에게서 이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팔도가 지나치게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다”며 “매출 상승세를 탄 제품과 유사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판매 전략으로 봤을 때 고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매출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제품이 출시될 경우 소비자는 선택권 확대라는 이점을 갖게 되지만, 업계는 매출 분산으로 인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지점을 노리며 법의 잣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업계가 이를 판매 전략으로 활용했거나 활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팔도의 불낙볶음면 출시를 ‘미투(me too) 제품’으로 보는 것이다. 미투제품이란 ‘나도 똑같이’ 라는 의미로 경쟁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고질적인 관행으로 여겨지는 이 같은 판매 행위는 주요 식품업계뿐 아니라 전자업계 등 모든 업계들의 오랜 판매전략 중 하나다.

오리온의 ‘초코파이’ 이후 롯데 초코파이·크라운 초코파이,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이후 해태 자일리톨·오리온 자일리톨, 오리온의 ‘오징어땅콩’ 이후 롯데 오징어땅콩·해태 오징어땅콩 등 더 나열하지 않아도 같은 이름과 비슷한 디자인의 무수한 미투 제품들이 양산돼 왔다.

식음료업계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넘나들며 판매 전략을 펴온 것이다. 이런 분쟁에 대해 말을 아끼고 한발 물러나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쉬울 땐 모방이라고 말했다가 반대의 경우 관행이라고 말하는 것도 판매 전략에 대응하는 매뉴얼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양이 이번 소송에서 어떤 결과를 받든 양날의 검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길 경우, 업계의 고질적 관행에 대한 법적시비를 가린 만큼 이후 삼양에게 특히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관행을 뿌리 뽑고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련 업계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신한다. 법적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삼양-팔도의 사정이지 나머지 업계와는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쉽게말해 관행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거라는 것이다.

소송에서 질 경우 팔도와의 경쟁에서 분산된 매출을 끌어 모으기 위한 신(新)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모방이 관행의 모습을 하고 계속될거란 우려도 예상된다.

팔도가 "삼양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변론할 계획"을 밝힌만큼 관전 포인트는 업계의 반응과 미치는 영향이다. 법이 모방의 죄와 관행의 세(勢)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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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뚜기 2014-06-04 11:51:00
정말 좋은기사네요.. 우와~ 이런 기자님들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대부분 편향적이고 한쪽 특히 가진쪽이나 힘이 강한쪽 편드는 기사들이 판치는 작금에 현실속에서 이기사는 가치중립적이고 짧지만 깊이가 있네요.. 꼭 이기사는 스크랩해두고 싶습니다. 연미란기자님!! 앞으로도 깊이있는 기사 많이 부탁드립니다. 정말 화이팅입니다.그리고 에브리뉴스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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