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식품업계에 안전을 내세운 ‘무(無)첨가’ 마케팅이 확대되면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가 “국내 유통 식품첨가물은 안전하다”라고 발표함에도 불구, 관련 업계가 너나할 것 없이 뛰어 들고 있어 가격인상을 노린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대표이사 김철하)이 2010년 출시한 ‘더(THE) 건강한 햄’이 누적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는 저력을 보였다. 해당 제품은 ‘무첨가 햄’의 원조격으로 불린다.
CJ는 해당 제품을 출시할 당시 “합성아질산나트륨, 합성착향료, 합성보존료, 에리쏘르빈산나트륨, 전분 등 5가지 식품첨가물을 뺐다”고 홍보하며 6개월 만에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무첨가’로 쏠릴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제공한 주체가 식약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CJ가 무첨가 햄을 출시하던 같은 달 식약처는 새로운 식품원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마련한 개정안에 “식품첨가물 공전에 등재하기 전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내 아이에게 검증되지 않은 첨가물을 먹일 수 없다는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식약처가 건드렸고, CJ가 타이밍을 잘 탔다는 얘기다.
이에 질세라 롯데푸드(대표이사 이영호)와 동원F&B(대표이사 박성칠)도 지난해 4월 각각 ‘엔네이처(enNature) 햄 3종’과 ‘본엠 자연담은햄 2종’을 출시했다. 이들은 “합성첨가물을 빼고 순돈육을 90%이상 함유했다”, “무첨가햄에 들어가던 첨가물마저 뺀 100% 자연원료 햄” 등의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이끌었다. 해당 문구에는 '합성첨가물은 몸에 좋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다'는 함의가 한껏 담겨 있다.
웰빙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국내 전체 냉장햄 시장 매출(8217억 원)의 68.9%(5658억 원)가 무첨가 햄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기업들이 무첨가가 몸에 좋고 안전하다는 것을 내세울수록 그간 각 자사의 기존 제품들이 유해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자연식을 찾는 소비자의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며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첨가물을 뺐다는 식의 접근은 오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무첨가, 건강’ 등의 단어를 내건 마케팅은 결국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장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무첨가=안전’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그 반대의 것은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시각이 보여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의 이 같은 행보에 식약처도 지난 2월 식품첨가물의 올바른 섭취요령을 담은 소책자 ‘식품첨가물 안심하세요!’를 제작·배포해 식품업계의 ‘무(無)첨가’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식품첨가물은 제조방법에 따라 화학적합성품 405종과 천연첨가물 197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모두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확인돼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
김동술 식약처 첨가물기준과 과장은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된 식품첨가물은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근거로 안정성이 입증돼 인체에 위해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식품의 제조·가공에 필수적이면서 식품의 영양가 유지, 부패·변질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한 최소량만 사용하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가 지난 2009년 국민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식품첨가물 1위·2위에 오른 이산화항과 아질산나트륨을 대상으로 1일 섭취량을 평가한 결과 두 가지 모두 평균 섭취량의 10% 수준으로 안전 섭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