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박정은 기자] 관피아 척결을 위해 참사 이후 입법화 추진 속도가 붙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금지법)의 법안 심사를 위해 모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3일 이 법안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심사과정에서 해당 법안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점이 드러나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장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법안소위가 끝난 직후 “김영란법 원안도, 정부의 수정안도 법안으로서의 완결성이 떨어져 더 이상의 심사가 불가능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정 대안을 내주 화요일(27일)까지 다시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핵심 쟁점인 원안 유지여부, 즉 ‘직무관련성 유무와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다’는 원안 취지를 살리는 데는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김 소위원장은 이날 소위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 자체의 문제와 관련,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부정청탁의 개념과 제척사유 조항”이라며 “형사처벌을 하려면 ‘범죄행위’인 부정청탁의 개념과 행위유형을 명확히 규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만큼 어떤 행위가 범죄행위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권익위도 이 부분의 문제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김 소위원장은 “또 하나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제척·회피조항인데, 이 법안에 따르면 ‘국무총리를 형으로 둔 사람은 대한민국에 취업할 곳이 한군데도 없게 된다, 현재 제출된 법안의 개별 조항을 손대는 정도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 간 이견이 있었던 부분은 오히려 ‘대상범위’다. ‘공공성’이라는 기준에서 고위공직자 뿐만 아니라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모든 기관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시켜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주장과, 당초 이른바 ‘스폰서 검사나 벤츠 검사’ 등 뻔히 처벌해야 할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는 부조리를 극복하자는 게 이 법안이 시작된 배경이므로 대상범위를 오히려 축소해서 고위공직자 부패척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린 것이다.
‘대상범위 축소’ 입장인 김 소위원장은 “이완구 원대대표도 ‘김영란법을 원안 그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듯이, 여당 의원들은 원안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다만 대상범위와 관련해, 소위원장인 제 입장에서는 대상범위를 고위공직자 등으로 축소해 법안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상범위 확대’ 의견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공립학교가 포함되는데 사립학교는 포함되지 않고, KBS나 EBS같은 공영방송은 포함되는데 타 언론기관은 포함되지 않는 것은 논리적 불일치”라며 “공적 기능 수행이라는 측면에서는 사립학교도 포함돼야 하고, 공영방송 외에도 전(全) 언론사가 포함되는 게 논리적 귀결상 맞다, 여당 의원들도 (논리적으로는) 이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법안에 따르면 동양사태나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금감원에 가서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민원을 해도 ‘부정청탁’에 해당된다”며 “국민 권익을 축소시키지 않도록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직무관련성을 놓고 첨예할 것으로 보였던 이날 소위는 ‘대상범위’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을 확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 심사 초기인 오전에는 ‘사립학교 및 전 언론사 등 포함’으로 의견이 좁히는 듯 하더니 산회 후에는 대상범위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의원들은 알렸다.
김 소위원장은 “정무위에서 미리 심사를 시작해 허점을 찾지 못한 점 죄송하다”며 “국회 전반기 상임위 임기가 끝나는 27일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