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 해체? 상관없어" 일선 소방관들 이례적 반응 왜?
"소방방재청 해체? 상관없어" 일선 소방관들 이례적 반응 왜?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05.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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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명[소방사진전 제공]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소방방재청 해체 소식으로 빚어진 서명운동이 확산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일선 소방관들이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28일 다음 아고라 '이슈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소방 해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글은 30일 현재 이틀만에 2만6천여 명이 서명을 하며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글에는 현장에 있는 소방관이라고 밝힌 게시자가 "묵묵히 일 잘해온 소방이 해경과 같이 1계급 강등, 없어지면서 해체 흡수된다"며 "소방조직은 '비정상의 지속화'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정부조직법을 입법예고했다. 차관급인 소방방재청이 1급인 소방방재본부로 격하되고, 해양 안전, 특수재난 담당본부, 안전관리실 등으로 구성된 국가안전처에 편입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러나 별도의 청으로 분리된 국가직인 경찰, 해양경찰과 달리 시도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운영되는 지방직인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은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다는 소식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방직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시도 예산에 따라 소방관들의 처우는 천차만별이다. 일각에서 불거진 소방장갑 논란도 재정 예산에 따른 문제점에서 비롯된다.

한 일선 소방관은 30일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예산을 적절하게 분산시키는 것이 윗선(시도)의 할 일이다"며 "예산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연간 3조 원이 넘는 예산 중 소방인력 확충 및 장비 현대화에 쓰이는 국비는 약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온전히 소방 안전(소방관)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호주 86.8%, 프랑스 78.4%, 일본 17.7%, 미국 15.9%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현행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국비와 지방비가 이원화돼 있어 현재로선 예산을 지원받을 방법이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인력 확충이 시급한데도 오히려 인력을 줄이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2008년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종로, 중부, 강남 등 3개 소방서를 3교대로 시범 전환한 뒤 소방본부의 3교대 전환이 본격화됐다.

소방관 근무여건 개선이 명목이었지만 이후 소방관들은 극심한 업무에 시달려왔다. 인원을 보충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한 3교대 시행으로 출동할 때 문을 잠그고 나가야하는 우스운 상황까지 발생했다.

기자가 지난해 만난 한 소방관은 "팀당 구성 인원이 부족해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그로인한 피로감과 집중력 부족으로 부상, 순직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국의 소방대원은 3만 8천여 명(2013년 기준)으로 법으로 규정한 인력에서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아울러 소방관들은 현재 지자체 소속으로 돼 있는 소방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소방은 지방공무원 소속으로 소방방재청과 시·도 등에서 따로 지시를 받는 업무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지휘는 하지만 책임은 없는 유일한 조직이 소방이란 말이 나온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5월 ‘화재현장 등에서 다친 소방대원을 부상 정도에 따라 견책과 감봉 처분하고, 함께 한 동료 소방관이 순직할 경우 함께 출동했던 대원들이 견책 처분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안전수칙 위반자 벌점제(패널티 제도)를 만든 바 있다. 방재청은 결국 현장 소방관들과 여론의 반발로 이 제도를 폐지했다.

이처럼 사실상 행정공무원인 방재청 소속 직원들은 현장 소방관들의 처우와 관련해서 보인 탁상행정으로 현장 소방관들의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이 때문에 언론과 여론이 '소방방재청 직원=현장 소방관'을 같은 성격으로 보는 시선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선 소방관들은 "애초에 소방관의 신뢰를 받던 방재청이 해체된다면 화가 날일지만 방재청은 그런 역할을 한 적이 없다"며 "어디 소속으로 들어가도 상관없다. 어차피 국가직이 아닌이상 현장 소방관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게 될 것은 뻔하다"며 자조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야당도 비판 대열에 들어서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국가안전처는 재난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소방방재청은 재난 대응뿐 아니라 화재진압 및 구조, 구급의 주된 업무를 하고 있다"며 "국가안전처에서 이런 기능까지 수행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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