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위해”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위해”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07.19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시민이 보고 겪고 느낀 우리 현대사 55년의 이야기
▲ @돌베개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나는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우리 세대가 살았던 역사를 돌아보았다. 없는 것을 지어내거나 사실을 왜곡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로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주어져 있다. 나는 이 권리를 소신껏 행사했다. 사실을 많이 담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잘 알려진 사실들에 대한 생각을 말하려고 노력했다. 과거를 회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서문」 중에서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의 ‘위험한 현대사’ 읽기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대구·경북 출신 지식 엘리트로서 젊은 나이에 이름을 알리고 출세를 했지만 결국 정치에 실패한 후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 정치계를 떠나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유시민이 스스로를 정의한 내용이다. 1959년 7월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유시민은 경주여중 역사교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4녀 2남 중 다섯째 아들로 자라났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이 4·19혁명으로 하야하고 이듬해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나 이후 18년 동안이나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가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유시민을 비롯한 ‘59년 돼지띠’들에게 ‘대통령은 곧 박정희’였던 때였으며, 청년 유시민은 독재체제의 대한민국을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로 바꾸는 길에 동참하게 된다. 유시민이 소자산계급을 의미하는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리버럴’(자유주의자)이 된 것은 그 개인으로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직업정치인의 옷을 벗고 작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이후 펴낸 첫 번째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어 유시민이 야심차게 선택한 주제가 바로 한국현대사다. 현대사야말로 고대사, 중세사 등과는 달리 해당 인물들이 생존해 있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까다로운 분야다. 격렬한 감정의 표출과 정치적 대립을 동반하기에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데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유시민은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인생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피력한다.

1959년부터 현재까지 끝없이 번민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서술된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바로 ‘공감’이다. 더 훌륭한 세상을 만드는 힘은 공감하는 능력에서 나오며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은 역사 속에 있다고 말하는 유시민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존엄성과 어리석음, 아름다움과 추함 모두를 인정하고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분노와 자부심 같은 상반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우리 현대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호소한다. 더불어 그 공감의 폭이 가장 넓은 동년배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청년들에게는 의미 있는 조언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다.

‘흉하면서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 55년의 민낯

1959년 대한민국 인구는 2,400만 명이었으며 국내총생산GDP은 19억 달러, 1인당 GDP는 81달러(유럽 선진국들은 1,000달러, 미국은 2,000달러)였다. 당시 세계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2014년 현재 인구는 5,100만여 명으로 두 배, 국내총생산은 (2013년 기준) 약 1조 3,000억 달러로 684배, 1인당 GDP는 약 2만 6,000달러로 320배,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한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난민촌이나 다름없던 병영국가·안보국가에서 급속한 고령화를 걱정해야 하는 민주국가로 탈바꿈한 것이다. 명실상부한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지만 지구상에서 이처럼 짧은 기간에 이만큼 놀라운 성장을 이룬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리 현대사의 변화속도는 거의 광속이라 할 만한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건, 1971년 대연각호텔 화재사건,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0년 천안함 사건, 최근의 세월호 참사 등 우리 현대사를 억울한 죽음으로 얼룩지게 만든 대형 참사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 또한 오늘의 현실이다. 서구 선진국들에서는 300여 년에 걸쳐 진행된 사회경제적·정치적·문화적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50여 년 동안에 일어났으니 부작용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며,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입장 차이를 절충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두 세력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데만 몰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까.

유시민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산업화세력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민주화세력으로 분류하고 우리 현대사를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간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으로 읽는다. 리더의 조건으로 봤을 때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대표는 각각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이며 그들이 우리 현대사에 각인한 인격이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자 자신은 의당 민주화세력으로 분류되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선호도 조사를 참고할 때 우리 국민은 두 세력을 거의 50대 50으로 인정해왔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화시대와 민주화시대 모두 우리의 과거이며 따라서 둘 중 하나만을 인정하는 자세는 온전한 역사인식·현실인식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 어느 때보다 역사논쟁이 뜨거운 지금, 서로 다른 경험과 이해관계, 인생관을 가졌다 해도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역사교양서로서 이 책이 갖는 미덕은 전문 역사가의 냉정하고 건조한 분석이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저자가 가려 뽑은 현대사 55년의 주요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평가에 있다. 회고하는 역사서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전망해보기 위해 당대인들끼리, 나아가 세대 간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보자는 초청장인 셈이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