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박정은 기자] 군내 상습적 폭행 및 가혹행위로 사망한 28사단의 윤모 일병 사건과 관련, 국회에서는 군내 휴대폰 반입, 국회 옴부즈맨 등 대안이 쏟아졌다.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도 언론에 수정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유족들의 수사기록 열람 요구도 거부한 점 등을 들어 군 당국의 사건 은폐 의혹도 집중 추궁했다.
4일 국회 국방위원회(위원장 황진하, 이하 국방위)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및 김흥석 국방부 법무실장 등 관계자들을 출석시키고 ‘윤일병 사건’에 대한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은 “당시 육군은 참모총장에게 보고한 뒤 평화로운 병영에서 숯불 통구이를 사다 일요일에 회식하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으로 보도자료를 냈다”며 “한달 내내 지속적으로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해 사망한 것을 평화로운 회식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보도자료를 내놓고 후속(수정 보도자료 등)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 장관은 “사실이긴 하나, 은폐는 동의할 수 없다, 최초 사실을 인지한 것과 사실이 밝혀지는 사이의 갭이 있었던 것이지, 최초에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잘못된 보도자료 내놓고 인권단체 폭로·재판 3회 이상 진행돼서야 호들갑”
이에 윤 의원은 “애초에 보도자료를 안 냈다던지, 아니면 상황이 다시 확인된 이후 2~3일 후라도 수정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그대로 놔두고 후에 민간 인권단체가 폭로하고 재판이 거의 3회 이상 진행된 그런 시점에야 호들갑을 떨었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사고 발생 다음날 ‘윤 일병이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린 이후 추가 보고가 있었음에도 폭행 및 가혹행위에 대해 침묵했다.
윤 의원은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왜 때렸나’라는 질문이다, 한결같이 대답을 잘 못해서, 답변이 늦어서라고 진술했는데 말 대답 못한다고 죽을때까지 때리느냐”며 “학교에 휴대폰 반입으로 학교폭력이 많이 줄었다, 차라리 휴대폰 반입을 허용해 엄마한테 이를 수 있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진성준 새정치연합 의원은 “미필적 고의라는 법률 개념이 있어 살인죄를 기소할 수 있는 사안인데 대충 눈 감아주려고 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한 뒤 “왜 살인죄를 적용하는데 미적거리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에 김 법무실장이 “법리적으로 살인죄가 더 무겁고 상해치사가 더 가벼운 형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자 진 의원은 “그것은 국회의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유족 수사기록 열람 거부한 軍, 사건 은폐하려 한 것”
또한 유족에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 “현재 군사법상 소송기록 열람권은 피해자와 변호인에 제한돼 있어서 그렇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자, 진 의원은 “그것은 인권보장을 위해서인데, 유족들도 피해자에 포함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법을 개정해야 하고, 국가에 의한 기소독점주의도 철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의원은 “유족에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군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쇄신은 군내 힘만으로 안 된 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회 옴부즈맨 논의는 이미 오래됐고, 18대 국회에서도 안규백 의원이 법안을 제출한바 있으나, 군의 반대로 안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국방위도 성찰할 대목이다, 군에만 맡겨놔선 안 되고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 계류돼 있는 군 지위향상 법률안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옴부즈맨을 이번 기회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국방위 의원들께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여야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은 이 사건이 22사단 총기난사 사건보다 먼저 일어난 점을 지적하며 “전부 다 행정적 조치만 하니 시정도 안 돼 결국 22사단 총기 사건이 생긴 것 아니겠느냐”며 “이때 심각하게 인지하고 병영문화와 동료 간 문제점이나 관심사병 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했다면 22사단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장님은 그냥 시달만 하고 끝난 것, 전부 다 페이퍼로만 하고 현장은 확인도 안하고 앉아서 그냥 구타사고 없도록 잘 하라, 병영문화 개선해라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군 생활 오래한 군 수뇌부 안일한 인식, 더 큰 문제”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사건 이후 부대 정밀진단을 통해 3900명이 넘는 군인에 대해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결국은 이런 일이 아주 특별한 예외 사건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구조적, 일상적으로 행해진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이에 대한 근본적 원인으로 ‘군 생활을 오래한 군 수뇌부의 근본적 인식’을 특정했다. 그는 “제 군복무 시절에도 이 같은 폭행이 늘 있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문제다, 군 생활을 오래한 분들은 군내 폭행을 의례있는 일로 ‘근절하고자 노력하나 때때로 터저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군 수뇌부는 모두 군 생활을 오래한 인사들이다, 따라서 사단장, 분단장, 또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함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군 전체에 경각심이 스며들지 않겠는가”라고 수뇌부의 책임이 사태 해결의 첫 단추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한 장관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은 이날 살인죄 적용과 군내 휴대폰 반입 등 요구에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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