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김재원]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장실은 313 제곱미터다. 내년에 본사를 이전할 경주에 새로 지은 사장실이다. 다음 달에 이전할 한국석유공사 사장실은 302 제곱미터. 중고등학교 교실(30-40명이 사용)이 약 66 제곱미터인 점을 감안하면 교실 4개를 합친 것보다, ‘그냥 조금 큰 정도’이다.
대구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신사옥은 어떤가? 비서실, 접견실, 집무실을 합친 사장실이 257.53 제곱미터. 사장 혼자 쓰는 개인화장실은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다. 그 근처에 자리 잡은 한국산업단지공단 신사옥 사장실은 283 제곱미터.
이처럼 공기업 사장실은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장관실보다는 크게 꾸며져 있다. 장관실은 165 제곱미터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실제 현재 17개 부처 장관실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이 규정보다 4 제곱미터정도 크고, 나머지 부처는 모두 165 제곱미터 이하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행정부처의 경우는 사무실 면적에 제한이 있지만 공기업들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장관실보다 2배 가까운 사장실을 만들어도 상관이 없다는, 말하자면 그런 사연이, 공기업 사장실에는 있기 때문이라고. 기관장과 비서를 포함하여 7명이 근무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실은 313 제곱미터. 이미 사장실이 있는 층에 5개가 넘는 다른 접견실이 있고, 중앙에는 라운지까지 있으니, 공적(公的) 마인드만 있다면 얼마든지 면적을 줄일 수도 있다는 것. 한국석유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가스공사,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전력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기술 등 의 사장실이 거의 모두가 200 제곱미터가 넘는 사장실을 쓰고 있는데, 그곳에 상주하는 직원은 잘 해야 3명-7명에 불과하다.
공기업 사장실이 너무 크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지만, 기껏 커봐야 축구장 하나만도 못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공기업들이 그토록 예산을 흥청망청 쓸 만큼 경영상태가 좋으냐 하면, 사실은 정반대이다. 20조 원의 자본을 가진 한수원은 26조 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자본규모 8조원인 한국가스공사는 무려 32조 원의 부채. 민간 기업이 아니니까 부채 같은 거 걱정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그동안은 그런 생각이었던 것같다), 국민의 혈세로 경영되는 기업이라면 비용 절감 노력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2002년엔가 민간기업이 된 식품 냉동관련 모 공기업은 불과 1년 사이에 흑자전환을 이뤄 냈다. 사장실, 임원실 면적을 줄이는 것으로 시작하여, 펑퍼짐하게 넓게 쓰던 각 업무용 사무실도 능률적으로 축소한 결과였다.
공기업 사장이 되거든, 과거 경력 자랑, 과거 인맥 자랑으로 세월 다 보내지 말고 우선 흑자경영을 위한 비상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적자를 유지하며 큰 사무실에서 거드럭거리다가는, ‘관피아’소리나 들으며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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