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 새누리당은 그렇다치고…‘응답하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새누리당은 그렇다치고…‘응답하라!’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10.29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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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비평] 당사자간 ‘대화’는 사라지고 정당 맞춤형 ‘배제정치’ 판친다
▲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 태스크포스 이한구 위원장과 김현숙 간사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김무성 대표안으로 발의할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손에 쥔 모래같다. 강하게 힘을 주면 손가락 사이사이로 모래가 새듯,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새누리당의 최근 행보가 곳곳에서 빈틈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개혁과 관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아군인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김세연 의원)이 “재정절감 효과가 없다”고 비판하는 등 내외부에서 비판의 한 가운데 처해 있다.

내부에선 “효과가 없다”고, 외부에선 “군사 작전”이라는 혹평이 잇따르면서 당정청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논의의 틀 안에서만 맴도는 모양새다.

그 사이 공무원 단체의 분노는 시한폭탄이 된채 폭발직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새누리당은 한발 더 나아가 합법노조가 아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충재·전공노)과는 대화할 수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공무원 단체 내부 갈등 유발도 서슴지않고 있다.

문제는 공무원들의 외침이 ‘NO개혁’이 아닌 ‘OPEN 대화’에 있음에도 ‘철밥통·혈세하마’ 프레임을 고수, 쥐몰이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연금적자가 9조8000억 원에 이르는 등 국가 재정 적자는 분명 심각하다. 개혁의 필요성이 불가피한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순서가 잘못됐다. 결과는 물론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엉망징창인 과정까지 퉁치면서 결과를 높이살 수는 없다.

과거, 정부는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90년대 후반, 공적연금 운용기금 중 일부를 빌려 쓰면서 6조원에 달했던 기금을 1조7천억 원까지 떨어뜨렸다. 당시 정부는 시행령까지 바꿔가며 적립된 기금 대부분을 써버렸다. 당시에도 담보는 공무원의 희생이었다.

공직사회는 이런 이유로 정부가 국가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공무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한다고 반발한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과 관련없는 비공무원들로부터 무차별적 폭격을 당하는 중이다.

▲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공무원노조가 '새누리당 연금개악안에 대한 전 지부장 삭발투쟁'을 개최, 삭발식을 마친 지부장들이 투쟁구호를 외치고 있다.@Newsis

어디서 시작됐든 결과적으로 재정 적자가 지속된다면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 성찰없는 밀어붙이기식 개혁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새누리당 태스크포스(TF) 이한구 위원장은 지난 27일 개혁안을 발표할 당시 “적자가 심해진 상황이 있다는 측면을 감안해 재정안정에 기여해 달라”며 공무원 단체를 향해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무원들이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달라”던가 “대화에 포함시켜달라”는 호소는 무시한다.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한 그들만의 리그, 배제정치에 몰두한 구태(舊態)정치다.

범야당 ‘응답하라’…당사자간 대화, 평등의 시작 아닌가요?

문제는 새누리당은 차치하더라도 정작 소리를 내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이 별다른 포지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공적연금 TF를 구성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개혁안이 발표되던 같은 날 첫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알맹이가 없다. 여당 개혁안에 대한 비판 내지 보완의 필요성은 역설하지만 그뿐이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의 손을 화끈하게 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결코 다른 입장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했지만 실패, 국회로 돌아와 직접 개혁안을 발의했으나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된 과거가 있다. 개혁 불발로 적자는 한없이 늘어났고 그 부담은 다음 정권으로 전가돼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차기 정권을 노리는 새정치연합으로선 앞 정권이 이 문제를 세게 건드려 줄 수록 자신들의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협의체 구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당에 이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차기정권을 노리는 제1야당은 차치하고 진보정당은.

지난달 한국연금학회가 개혁안을 발표할 때도, 안정행정부가 ‘정부안’으로 한발 더 나갔을 때도 새누리당이 개정안을 만들고 법안발의 할 때까지도 이렇다 할 반응은 없었다.

그러다 새누리당이 개정안 발의를 하던 날.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이 브리핑을 통해 정부 여당의 태도를 일제히 비판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공무원연금 변화의 필요성엔 공감한다. 그러나 연금 개혁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며 “공무원연금 역시 당사자인 공무원 노조를 포함한 논의테이블을 구성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연금개혁을 참고해야 할 모범사례라 꼽았는데, 이 두 나라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빼놓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국가의 책무는 져버린 채 사적연금 활성화만을 앞세우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두 대변인이 뒤늦게나마 입장을 밝혔지만 몇달간 반복된 레토릭에 불과하다.

그들이 외쳤던 게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 아니었나? 이해당사자간 대화는 기본이다. 그러나 배제정치가 판치는 사회에서 대화는 커녕 중심을 잡아야 할 범야당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

이 과정에서 공무원 대 비공무원으로 나뉜 사회는 또다른 양극화를 양산하며 평행선을 늘어 뜨리고 있다. 익숙한대로 여당은 배제정치를 전제로 법안을 발의했고, 범야당은 숨죽여 바라봤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대개혁 계획’ 중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은 공무원이지만 다음 차례는 모든 국민이다.

그때도 그렇게 배제하고, 숨죽이고 할텐가. 정치는 국민을 위한 거라더니, 공무원은 국민이 아닌가 보다. 곧 우리 모두 그렇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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