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 ‘반대’ 기자회견, 현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반대’ 기자회견, 현장은…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11.1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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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안 ‘기자회견’서 당사자보다 기자·경찰 더 많아
▲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100만 공무원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연미란 기자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새누리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100만 공무원 찬반투표 결과 발표 및 총력투쟁 선언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진행됐다.

다소 긴 명칭의 기자회견은 금새 마무리됐다. 당사자인 공무원들도 침착했다. 새누리당 개정안에 대한 반대표가 ‘99%’에 이르는 놀라운 결과였지만 공무원들은 지난 1일 파업 때와는 다르게 조용했다.

10시 30분. 기자회견을 30분 앞에 두고 새누리당사 앞에는 공무원들이 각각 피켓을 들고 자리를 잡느라 분주했다. 2~3미터 앞 정면에는 방송사들과 사진기자들이 각종 장비를 설치하느라 바빴다. 10미터 측면에서 일반인처럼 차려입은 경찰들은 이 모든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날 집회는 11시 정각에 시작됐다. 10분 전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와 기자들도 모두 각자 나름의 자리를 잡았다. 정각을 2분여 앞두고 도착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백복순 사무총장이 도착하자 회견은 바로 진행됐다.

‘공무원연금 개악 말고 국민연금 개선하라’ ‘정부의 연금기금 부당사용 30조부터 갚아라’‘새누리당은 군사작전식 공무원연금 개악 즉각 중단하라’

각종 구호가 수차례 울려 퍼지고, 이날 사회를 맡은 김성광 공투본 공동집행위원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밀실에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추진하다가 급 제동이 걸렸습니다. 오늘 아마 이 기자회견 발표를 기점으로 사회적 협의체에 대한 구성이 논의될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100만 공무원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연미란 기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성택 공투본 공동집행위원장이 나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투표결과를 공개했다. 결과는 이미 지난밤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왔다.

공투본에 따르면 투표 대상 공무원 총 79만6814명 중 44만520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43만9145명(98.64%)이 새누리당 개정안에 반대했다. 찬성은 4천411표(0.99%), 무효표는 1652표(0.37%)에 그쳤다. 조직별 반대 비율은 97.41%~99.47%였고, 찬성 비율은 0.3%~1.33%, 무효표는 0%~2.14%로 집계됐다.

이때까지 현장은 기자회견이라기보다 발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톤이 일관됐다. 유영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기 전까지는.

유 위원장의 목소리는 이날 회견에서 단연 컸다. 그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각각 아이에 비유하고, 국가를 병원에 비유해 “병원(국가)이 아픈 아이(국민연금·공무원연금)를 정확한 진단(사회적 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수술(밀실논의)로 죽여(법안 발의)버렸다”면서 “일부 보수 언론, 보수 자본 그들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가 커진 순간 사진기자들은 카메라 플래시를, 행인은 곁눈질을, 경찰은 소음측정을 했다. 한켠에 카메라 사다리 비슷한 것을 놓고 ‘집회 소음측정’을 하고 있는 경찰에게 다가갔다. 가장 소리가 컸던 그 순간 수치는 72.6㏈. 법 규정에 의하면 10분 평균 75㏈를 기준으로 이상은 불법 이하는 합법이다.

▲ 소음 측정 중인 경찰관.ⓒ연미란 기자

형광색 조끼를 입고 소음측정을 하고 있던 영등포경찰서 정보과 경찰은 기자에게 “70㏈정도 나오고 있다. 구호를 외칠 때 잠깐 75㏈가 나오기도 하는데 평균치는 70㏈ 정도”라며 “오늘 소음은, 시위치고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소리가 작은만큼 행인들에게는 어떤 감흥을 불러오지 못하는 듯 했다. 사무용품을 사러 나왔다는 인근 직장인은 무슨 기자회견인지 아냐는 기자의 물음에, 팔짱을 낀 채로 어깨를 움츠리고 “글쎄요”라는 말을 던지고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애초 80㏈이었던 소음 기준이 최근 75㏈로 낮아지면서 시위·기자회견을 할 때 이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위와 같은 경찰관은 “(시위·기자회견을 하는 사람들은) 소리가 어느정도인 지 감을 잡기 어렵다”며 “우리(담당 경찰관)가 시위나 기자회견 일정 전에 현장에 나와서 소리를 맞춰준다”고 말했다.

소음 측정 중인 경찰관과 대화 중인 사이 이수진 사학연금공대위 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투표 결과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투쟁 방향에 간략하게 언급했다. 이후 공동대표 3인이 미리 준비해 온 A4용지 3쪽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읽으면서 이날 기자회견은 끝이 났다. 총 15분 정도가 소요됐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방송사와 신문사 등 각 언론은 자사의 스타일에 맞게 인터뷰 대상자를 물색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전용천 공무원 노조 대변인과 손병학 언론부장은 투표결과를 두고 “절대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라며 “공적연금은 세대전환 합의가 가장 중요한데 (새누리당 개혁안이)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라는 데 초점을 두고고 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단체에서도 해결 마련없이 반대 주장만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이론들이 많다”면서도 “미래 세대가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돼야한다는 점에서 (그런 수준의) 개혁에는 내부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이를 위해 ‘공론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100만 공무원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사진은 11시 30분경 모습.ⓒ연미란 기자

11시 30분. 회견이 시작된 지 불과 30분만에 현장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이미 정리를 마쳤다.

한편 공투본은 “이번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공무원의 압도적 다수가 새누리당의 연금법 개악안을 반대한다는 일치된 의사가 수렵된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복지살처분·불통정권에 대한 2단계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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