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 눈물의 기자회견
세월호 실종자 가족, 눈물의 기자회견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4.11.12 13: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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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사 안전 가장 중요... 수색 중단해달라

[에브리뉴스=김양균 기자] “저희가 수중수색을 내려놓기로 하겠습니다.”

11일 진도실내체육관. 참사 발생 210일째 아침이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세월호 수중 수색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체육관 단상에 오른 이들은 실종자 9명의 가족 15명이었다. 안산 단원고 고 고창석 교사의 아내 민동임씨가 울먹이며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기자회견문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 중단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족들은 참사 초반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수색 과정의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러나 가족들은 수중 수색의 중단을 요청했다면서 정부가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다음은 이날 세월호 가족들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대국민 기자회견문 전문

국민여러분 저희는 오늘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로 210일 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 9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7개월 동안 저희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과 슬픔 속에서 잃어버린 가족이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려왔습니다.

간절한 기다림 속에 실종자들이 하나둘씩 발견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그렇게 진도를 떠나는 슬픈 현실이 오히려 저희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가족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저희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랑하는 내 자식, 내 가족을 찾아 품에 안고 한없이 목놓아 울고 싶은 희망 하나로 이 고통스런 삶을 견디어 왔습니다.

가족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지 자신이 없고 아직 수색이되지 못한 곳이 남아있기에, 비록 힘이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수중수색을 더 치밀하게 계획하여 모든 구역을 더 수색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체 내 격실 붕괴 현상이 심화되어 잠수사분들의 안전이 위험해 지고 있으며 동절기를 앞두고 무리하게 수색작업을 계속하면 또 다른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면서 저희는 고뇌에 고뇌를 거듭했습니다.

물론 아직 살아하는 내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수색작업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평생을 슬픔에 잠겨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이제는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되겠다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잠수사 분들의 안전입니다.

지난 한 달간 수색 지속과 중단에 관해 정부도, 잠수사들도 우리사회의 고심을 거듭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종자를 마지막 한사람까지 찾겠다는 대통령, 총리, 장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종자 수색과 유실 방지에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88수중과 해군, 해경, 잠수사 분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군 부투하며 실종자를 찾기 위해 길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저희가 힘들게 수색 지속을 결정한 후 황지현 학생이 197일만에 기적처럼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수차례의 논의를 거쳐 이제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떠한 선택도 누군가에게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면 저희가 수중수색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고심 끝에 정부와 현장지휘본부, 민간잠수팀, 해군, 해경 잠수팀의 잠수사분들께 이제는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방식의 수색을 내려놓기로 한 지금 저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지만 이시간 이후 수중수색을 멈추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수색중단 결정으로 인해 정부의 고뇌도, 잠수사 분들의 말못할 고통스런 심정도, 저희를 위한 공무원 분들과 자원봉사자님들의 고생도, 피해지역으로 힘들어하는 진도군민의 아픔도 모두 눈녹듯사라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비록 수중수색활동이 중단되더라도, 9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선체인양 등의 방법을 정부는 같이 고민하고 강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주영장관님께서는 실종자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와의 면담을 통해 인양에 대한 기술적 검토, 선체 및 해역에 대한 종합적인 인양 사전조사 등을 위한 기구를 해양수산부 내에 구성해 인양 관련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실종자 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채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수색이 최후 수단으로써의 인양에 대한 충실한 사전조사와 기술적 검토를 통해 저희가 한줄기 희망의 빛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한명의 실종자까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정부의 약속처럼 아직 저 차가운 바다 속에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는 9명의 실종자를 꼭 찾아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립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하여 밤낮으로 고생해 주신 88수중 정호원 부사장님과 백성기 잠수감독관님을 비롯한 민간잠수사 분들께 고개속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자 영웅이었던, 210일 동안 가족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시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수색작업에 임해주신 잠수사님들께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실종자 가족들과 진도체육관의 차가운 바닥에서 함께 숙식하며 저희의 손과 발이 되어주시고, 저희의 복지,건강,수색,구조,유실방지를 비롯해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저희를 대변해 정부와 협의하고 중재하며, 저희의 의사를 조율해주신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어떤 조건도 없이 17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진도에서 구두가 닳아 찢어지도록 뛰어다니고, 500번이 넘도록 진도군청, 진도체욱관과 팽목항을 오간 변호사님의 노고는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범정부사고대책 본부장으로 참사 현장을 지키며 매일 저희를 찾아와 위로해주신이주영 장관님, 장관님은 진도군청 간이침대에서 숙식하며 현장을 지휘하셨고, 늘 실종자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품 속에는 실종자 모두의 사진을 간직하시면서 이를 꺼내어 눈물을 보이시곤 했습니다. 장관님은 모든 것은 장관이 책임진다며 아무리 작은 요청이라도 결코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저희는 실종자 가족을위해주시는 장관님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게 되었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참사 속에서도 어느새 장관님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참사 210일을 넘어 장관님께서 계속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해주시기를 원합니다.

저희는 대통령, 총리, 장관이 국민에게,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고 책임지는 정부를 보고 싶습니다. 저희는 믿음과 신뢰가 회복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비록 저희는 부족하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을 모아주시고, 저희를 기억해주시고, 저희와 함께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 11. 11세월호 사고 실종자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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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2014-11-12 17:26:07
수천 개의 댓글이 짧은 시간에 쓰여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음 선거에도 조직적으로 개입할 것이 분명하니 정신차리고 감시합시다. 다시는 속지 맙시다! 사전 투표하지 맙시다! 투표함이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CCTV로 녹화하며 수개표합시다~ 시간이 좀 더 걸릴지라도~ 생각보다 그리 많이 안걸립니다

태양 2014-11-12 17:22:24
네이버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실종자 가족께는 감히 드릴 말씀이 없이 마음 아프고, 그동안 조선 찌라시를 구독했던 것을 반성하며 대안언론 이야기를 했는데 5분도 안되어서 순식간에 내 글 뒤에 댓글이... 지금은 총 2000개가 넘는 기사가 되었슴돠. 댓글 옆에 시간까지 기록되잖아요. 특히 세월호 관련 기사에 1000개 이상 댓글이 달린 것은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것 같아요. 보통 많아야 몇 십개인데

흐린하늘 2014-11-12 15:01:33
실종자 가족들.. 얼마나 아픈 마음일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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