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위가 벌인 ‘허니버터칩' 인질극
[기자수첩] 공정위가 벌인 ‘허니버터칩' 인질극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12.2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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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버터칩.ⓒ해태제과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정재찬 위원장이 ‘허니버터칩 인질극’을 벌였다. 이달 초 청문회를 목전에 두고 허니버터칩의 부당 마케팅 의혹을 조사하겠다던 의지결연한 모습의 정 위원장이 이를 번복해서다. 청문회가 끝나자 사실상 말을 바꾼 셈이다. 이 때문에 “청문회를 기준으로 유체이탈을 했다.”거나 “이미지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아냥까지 들려온다.

이 같은 비아냥은 정재찬 위원장의 기존 발언을 고리로 공정위 관계자가 쏟아낸 말이 불을 댕겼다. 이 관계자는 24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업(크라운해태제과)이 좋은 제품(허니버터칩)을 만들어서 대박이 났는데 정부가 섣불리 조사에 나서서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거나 "(정 위원장의 조사 가능성 발언은) 원론적인 답변이었다"는 등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눈으로 시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기관이 한다는 소리가 고작 “대박 났으니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약해서 이 말을 뒤집으면, ‘쪽박나면 조사를 해도 된다’는 비상식적인 논리로 직결되고,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기업이 대박나면 어떤 불공정 거래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친(親)기업적인 발언이 된다.

게다가 정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원론적인 답변”이라니. 자신이 속한 기관의 장이 한 발언을 두고 아무런 무게감도 두지 않은 ‘관계자’의 대응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무게감을 두지 않은 주체가 정재찬 위원장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취임 한달차인 신임 위원장의 생각을 마음대로 해석해 입장을 밝힐만큼 간큰 직원이 없다는 전제를 깔면, 이는 청문회를 기점으로 한 정 위원장의 ‘허니버티칩 인질극’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공고한 입지와 이미지를 위한 ‘허울뿐인 다짐’에 허니버티칩을 인질로 끌어 들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성급한 ‘배포’는 결국 ‘후퇴’로 나타나 이미지에 악영향만 끼쳤다.

청문회를 앞둔 ‘내정자’일 때는 청렴한 일꾼이길 약속했다가 막상 ‘신임’을 달고 자리에 오르면 ‘얼굴은 감추고 소통엔 자물쇠를 채우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시장은 이미 기울어졌다. 기울기 속도가 빨라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 잡아야할 때 흔들리는 공정위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기억력과 실천력이 좋기만을 바라며 정재찬 위원장이 취임식에서 한 발언을 인용한다.

“우리 경제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혁신역량 제고와 경제체질 개선이 긴요하며, 여기에는 시장의 ‘건전한 경쟁’이 바탕이 돼야 한다. (…)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와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비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고치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여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 공정위에 맡겨진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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