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보육교사도 꽃으로 때리면 아픕니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보육교사도 꽃으로 때리면 아픕니다.”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5.01.16 18: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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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설치, 보육교사 입장에선 “불편해”…엄마 입장에선 “나라도 요구했을 것”
▲ 다음 '이슈 청원' 게시판에 '전국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강력히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서명이 진행 중이다. 서명은 애초 목표치인 2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다음 '이슈 청원' 캡처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서지연 기자]“보육교사 입장에서 CCTV설치 의무화는 솔직히 불편합니다. 하지만 저도 선생이기 전에 엄마입니다.”, “CCTV가 있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없는 게 마음이 편하긴 하죠.”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현직 보육교사들이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담아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보건복지부가 ‘CCTV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검토하던 15일. 새누리당이 ‘아동학대근절특위’를 구성한 16일, 기자가 서울시내 사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을 찾았다.

CCTV설치를 두고 보육교사와 아이의 인권침해 등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만 보육교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현재로선 없다.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인천 어린이집 양모(33)씨 때문이다. 일부 교사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선량한 다수의 보육교사들의 행동을 움츠러들게 만든 탓이다.

▲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해당 어린이집 앞에서 15일 오전 송도국제도시 입주민연합회 소속의 한 학부모가 사건 재발 방지와 아동 학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보육교사 경력 5년차인 김경애(37·가명) 씨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냐는 물음에 “보육교사도 꽃으로 때리면 아픕니다. 이번 사건은 비상식적인 보육교사 한 사람의 잘못입니다. 보육교사 전체를 매도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기자에게 재차 당부했다.

김 씨는 “보육교사들은 처우에 비해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감정적으로 화가 날 때도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보면서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김 씨 또한 지금은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때 마찬가지의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로구의 한 사설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최윤희(가명·32) 씨도 인천 어린이집 사건을 접한 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최 씨는 “일이 무척 고되고 힘들지만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인데 행동을 보면 그런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혀를 끌끌 찼다. 다만 최 씨는 “(인천 보육교사와 같은) 저런 행동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무섭다”면서 “무의식중에 아이에게 상처를 준 행동이 있었는지 내 자신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CCTV설치, 근본적 해결책 아냐…사각지대서 학대 발생해”

다만 김 씨와 최 씨는 CCTV설치에 대해서는 다소 복합적인 입장을 보였다. 두 사람이 보육교사이자 엄마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육교사 입장에선 “감시를 받는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면서도, 엄마 입장에선 한층 목소리가 커져 “나라도 요구했을 것”이라고 열을 올렸다.

CCTV가 설치돼 있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김세나(24·가명) 씨는 CCTV설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김 씨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CCTV가 현장에 없던 사람에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는 데다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함께 일했던 교사가 CCTV 사각지대에서 아이를 때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사각지대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공포의 장소를 지정해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 대책 방안'.ⓒ보건복지부 공식 트위터

보육교사 8년차인 주윤화(34·가명) 씨도 “CCTV설치를 해도 상관없다”면서도 “아이가 예뻐서 얼굴을 쓰다듬어도 각도에 따라 때리는 거라 오해할 수 있고, 교사와 학부모간의 불필요한 신경전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 씨는 “CCTV는 이미 벌어진 사건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며 “보육교사 자격 강화와 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후약방문격인 CCTV설치로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어린이집과 보육교사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자 보육교사들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보육교사들의 공간인 한 유아교육 홈페이지에는 ‘평일 보육교사 시위하자’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글쓴이는 “전국적으로 어린이집 CCTV 전수조사 나간다는데 우리도 날 잡아 평일 시위 합시다”라며 ▲아동비율 현실화 ▲근무시간 현실화 ▲수당 확대 ▲맞벌이 부부만 시간 연장 ▲보육료 차등지원 등의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CCTV설치 어린이집에 근무 중인 보육교사는 이 게시판에서 “이런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감시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며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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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민 2015-01-16 19:45:47
요새 이런 일로 인해 분노하고 계시는 학부모님들께서는 계란을 투척하고 계시다던데......
이 틈을 이용하여 돌이나 화염병을 투척한 후에 파쇠일거리 좀 만들어볼까나??ㅎㅎ 그럼 세상살이가 재미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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