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보통의 ´조현아 메시지´와 학습효과
알랭드보통의 ´조현아 메시지´와 학습효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1.23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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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조현아는 비운의 인물일 지 모르나 현실비운의 몫은 일반국민
정재계 인사들의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져왔고 조현아도 그럴 듯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조현아는 비운의 인물." 22일 세계적인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알랭드 보통이 손석희 앵커 진행의 JTBC<뉴스룸>에 출연해 한 말이다.

현재 구속 수감돼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갑질 경영인으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조현아 사건은 국내 여론을 반재벌 정서로 돌리는 결정적 계기를 줬다. 반재벌 정서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정재계를 둘러싼 최태현 SK그룹 회장의 가석방 움직임에도 제동을 거는 데 기여했다. 그만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싸늘한 시선이 지배적이다.  
 
▲ ⓒ뉴시스
반면, 알랭드 보통은 새로운 문제인식을 던졌다. 이날 알랭드 보통은 "(조현아)그녀가 많은 부분에서 끔찍하지만 선악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며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했다.
 
그는 '조현아 땅콩 회항'의 원인이 된 마카다미아(견과류)사건의 예를 들며 "제가 읽은 서양 언론의 모든 기사들은 그녀를 우스꽝스러운 바보로 만들었다"며 "저는 그 기사들을 읽고 그 여자(조현아)를 비극적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알랭드 보통은 "조현아는 다시 일을 하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수치스럽게 보내며 감옥에 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땅콩회항 사건은)그녀 인생의 재앙"이라며 "문학을 하는 작가로서 선악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조현아의 또 다른 측면이 빠져있는 게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알랭드 보통은 "또 다른 측면"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그의 시각은 '반 조현아 정서' 일각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방송이 나간 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분분한 의견으로 달궈졌다.
 
한 트위터리안은 "알랭드 보통이 조현아를 보고 느낀 건 언론을 통해 쉽게 인간의 선악이란 이분법으로 나눠진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복잡해서, 착함과 악함, 위선과 위악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 나 또한 단면들만으로 쉽게 생각하진 않았는지 돌아본다"라고 공감을 표했다.
 
▲ ⓒ뉴시스
이와 달리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조현아가 비극적 인물이라는 알랭드 보통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탓에 세상에서 무서울 것 없이 자랐고, 갑질이 당연하며, 따라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울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는 반어적 비판으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냉소를 던졌다.
 
한편으로는 알랭드 보통이 간과한 지점을 꼬집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앞서 알랭드 보통은 조 전 부사장이 다시는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에 의문을 던지며 "그가 우리나라를 모른다"는지적이 잇따른 것.
 
한 누리꾼은 "당신은 한국 재벌의 도덕 수준을 몰라. 그리고 재벌을 대하는 방식도 몰라"라며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행태의 심각성을 돌려 야유했다. 개중에는 "그가 우리나라를 모르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그가 상식적인 사회에서 살았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자조적 씁쓸함도 흘러나왔다.
 
학습효과란 게 있다. 이제껏 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조 전 부사장 또한 구속 되든, 아니든 머지 않아 복귀해 오너가 일원의 지위로 한 자리를 꿰찰 것이고, '땅콩 공주'라는 당장의 주홍글씨 역시 당연하다는 듯 지워나갈 것임을.  우리는 이미 여러 정재계 사례를 통해 일찌감치 경험해 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원태 현 대한항공 부사장은 과거 할머니 폭행 사건으로 사회적 질타를 한몸에 받았지만 경영수업을 지속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통해서도 학습효과는 엿볼 수 있다. 김 회장은 폭력조직을 동원한 술집점원 쇠파이프 폭행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지만 현재는 공식 직책 없이 그룹 경영 복귀에 한창이다. 
 
그러니 알랭드 보통의 다변적 잣대의 필요성에 공감은 하면서도 조 전 부사장의 앞날에 대해서 만큼은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는 것이다. 문학적 조현아는 비운의 인물일 수 있으나 재벌가의 부조리한 갑질, 꼼수가 만연한 현실에서는 일반 국민이 비운의 몫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 
 
한편, 알랭드 보통은 지난주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라는 지식컨퍼런스 참석차 내한했다. JTBC인터뷰는 알랭드 보통이 한국에 머물 당시 사전 녹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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