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스파이>를 통해 본 ´정윤회 문건´
김재중 <스파이>를 통해 본 ´정윤회 문건´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1.25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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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발표에도 ´정윤회 문건 파문´ 둘러싼 여론은 ´목 말라´
드라마 시청자처럼 주인공보다 앞서 진실을 알 수 있다면…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한창 방영 중인 김재중 주연의 KBS 2TV 금요드라마 <스파이>는 북한 고위공작인 장성택 사후 이야기를 가상으로 다룬 남한 내 가족첩보스릴러극이다. 국정원 대북정보 분석팀 소속 김선우(김재중분)는 세상 누구보다 신뢰하는 가족과 연인으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있는게 극의 묘미다.

▲ 드라마 <스파이>홈페이지 캡처

전직 북한 정보원 출신이지만 지금은 평범한 한국주부로 살고 있는 혜림(배종옥분)은 아들인 선우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염탐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처지에 놓여 있다. 유진(고성희분)은 스파이 활동을 벌이기 위해 일부러 선우에게 접근한 북한 전문 간첩이지만, 선우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심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 수면 아래에서 혜림을 협박하고, 유진에게 명령하는 이는 북한 노동당 대외연락부 소속의 공작원 황기철(유오성분)이다. 기철은 이들로부터 선우가 수행하는 국정원의 업무 동향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진짜 목표물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상태.

반면, 선우는 이 같은 내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선우에게 기철은 중국에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공작원으로 인식돼 있다. 그래서 기철을 쫓고 있는 것이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과 애인을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일 거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초반부를 갓 넘어선 드라마인 걸 감안하면, 선우가 겪게 될 앞으로의 멘탈 붕괴는 시간문제다. 또한 시청자들 역시 회가 거듭될수록 선우를 둘러싼 국정원 안팎의 얽히고설킨 음모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극적 반전을 거쳐 알게 될 것이다.

드라마가 행복한 결말을 맺든, 비극으로 치닫든 은폐되고 가려진 의혹에 대한 진실 알리기는 시청자들에게만큼은 적어도 친절히 설명되고 극적 카타르시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 극 속에서 사는 선우보다 극 밖에서 등장인물 모두를 지켜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은 작가와 감독이 의도하는 진실 찾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보다 앞서갈 수 있는 시청자의 특권인 셈.

▲ 안갯 속 너머로 보이는 청와대ⓒ뉴시스

그런 점에서 현실에서도 시청자의 특권을 누리면 좋겠다는, 바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첫방도 종방도 가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중대 현안 관련 진실은 오리무중인 반면, 의혹만 무성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둘러싼 청와대 안팎의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촉발된 권력 암투 의혹을 들 수 있다. 지난해 말 정국을 강타했던 정윤회 문건은 배후설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남긴 채 안개 속으로 들어간 감이 없지 않다.

당시 이 사건을 맨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문건에는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청와대 안팎의 10인은 강남의 모처에서 모여 정윤회 씨에게 김기춘 비서실장 퇴진 움직임 등 국정 동향을 보고했다. 이후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은 확산됐고, 비선 실세 유무의 진위여부에 대한 여론의 궁금증은 커져갔다.

다른 한편에서는 문건 작성 및 유출 배후를 둘러싸고 이명박 배후설, 김기춘 배후설, 박지만 배후설, 청와대 행정관 발 “문건 배후는 K(김무성)와 Y(유승민)”라고 적힌 김무성 의원의 수첩 파문 등 각종 의혹이 난무했다. 그 사이 검찰은 정윤회 문건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보면서도 허위 문건이라며 박 경정이 풍문을 짜깁기 한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어 문건 유출 경로 관련,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박 경정에게 지시해 문건이 작성됐고, 이 문건은 박지만 EG회장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한모 경위가 박 경정 가방 속에 있던 문건을 복사해 사망한 최모 경위에게 건네고, 평소 친분이 있던 한화그룹 임원에게 공무상 비밀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현재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박 경정은 구속기소 됐고, 조 전 비서관과 한모 경위는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에 있다.

그럼에도 검찰수사발표에 박수치는 이들보다, ‘여전히 가렵다’는 시선이 일반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콘크리트 지지율을 깬 30%대로 내려갔다. 어쩌면 드라마 시청자처럼 실체적 진실에 대해 좀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하는 국민 여론이 낮은 지지율로 박근혜 정부에 적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나저나 목마른 여론의 갈증이 해소될 날이 오기는 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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