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홈플러스가 경품행사 등을 통해 확보한 2천400만 여건의 고객 개인 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성환 사장의 ‘큰 바위 얼굴’ 다짐이 빛을 잃었다.
큰 바위 얼굴은 부(富)나 사회적 지위보다 질적인 자기 성찰이 더 가치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너새니 호손의 단편소설이다. 도 사장은 이 같은 의미를 새겨 “지역 사회에서 할 일을 다해, 많은 기업의 모범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고객정보를 빼돌린 사실이 발각되면서 이 같은 약속은 무참히 깨졌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통해 확보한 2천400만여 건의 고객정보를 다수의 보험사에 넘겨 148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
명목상 고객 감사 이벤트로 마련한 경품행사였지만 경품이 당첨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 지난해 초에는 2캐럿 다이아몬드 링, 고급 외제차 등 수천만 원 상당의 경품을 걸고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프로그램 조작으로 직원 및 지인에게 1등이 돌아가도록 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홈플러스는 이 같은 일을 벌인 직원을 고소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홈플러스는 사과문을 통해 자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품행사를 진행한다며 발을 빼기도 했다. 경품행사가 고객 정보를 빼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홈플러스 임직원들은 이미 확보한 회원 개인정보 1천694만 건도 보험사 2곳에 팔아넘겨 83억5천만 원을 챙기기도 했다.
홈플러스가 보험사에 유출한 고객정보는 총 2천400만여 건, 이로 인한 불법 수익은 231억7천만 원에 달한다. 이 회사 보험서비스팀의 매출 80~90%는 이 같은 개인정보 장사로 채워졌다.
이번 사건으로 도성환(60) 사장과 김모 전 부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6명 및 홈플러스 법인과 회원정보를 제공받은 보험사 2곳의 관계자 2명이 기소됐다.
홈플러스는 이와 관련 "경품 미지급과 고객 분들의 소중한 개인정보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뒤, 경품 미지급에 대해선 "지급 완료했으며, 경품행사는 즉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 “직원들의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교육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 홈플러스의 핵심 경쟁력 ‘사람’…그런 뜻이었나?
홈플러스는 1999년 창립 이후 고객 가치·직원 가치·사회 가치·협력회사 가치·국가 가치·주주 가치 등을 중심으로 ‘가치 중심경영’을 전면에 내 걸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사람’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경쟁력은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조직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에 따라서 갖춰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잇따라 불거진 구설로 이 회사의 경영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도(正度) 경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며 내부 ‘윤리행동강령(Code Of Business Conduct)’까지 마련했지만 이도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강령 안에 ‘부정과 타협하지 않으며 (…) 이해관계자로부터 부적절한 금품을 받지 않겠다. 회사와 고객의 정보를 소중히 취급하겠다.’고 했지만 허울뿐이었다.
특히 도성환 사장은 ‘존경받는 기업’을 목표로 경영 모토를 ‘큰 바위 얼굴’로 설정했지만 취임 이후 경품 사기, 고객 정보 판매 등 잇따라 구설에 오르면서 1년이 채 되지 않아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홈플러스의 앞뒤 다른 행보는 결국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겉으론 착한 기업을 내세우고, 물밑에선 나쁜 기업 행보를 지속한 홈플러스. 1999년 창립 이후 한국 유통에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던 홈플러스가 최악의 길로에 섰다.
한편 도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홈플러스를 “16세, 소년에서 청년으로 옮겨가는 젊음과 열정이 필요한 시기"로 규정했다. 이어 "더 이상 외부환경을 탓하지 말고 '예상 외'가 예상이 되는 시대에 혁신도, 전략도, 문화도 우리 스스로의 몫임을 깨달아야 한다. 아침에 출근하고 싶은 홈플러스, 모두 함께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행복한 성장을 다 같이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회계연도(3월)가 시작되는 즈음에 회사의 전략을 말씀 드릴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