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서지연 기자] 국회의사당 역 1번 출구 100m전.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와 함께 형광색 경찰복을 입은 다수의 전경 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5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법 철폐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으로 모였다.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오후 3시경까지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집회가 금지된 국회 앞 기자회견과 오체투지 행진을 불법집회로 간주해 경찰이 막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장소인 국회 정문 앞에 모인 인원은 300명 남짓으로 나머지 700여명은 국회의사당 역 1번, 5번, 6번 출구 등에 밀집해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조합원은 "10시 반부터 대치중이에요. 아예 집회 장소에 못 들어가고 있어요. 기자회견도 못하고 있고..."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조합원도 거들었다. “저는 저 안에 있다가 화장실 가려고 나왔는데 그 사이에 막아버렸어요. 국회 출입증을 주면 들여보내 주겠대요.”
신호등을 건너 국회 앞으로 갔다. 전경들 사이로 보인 조합원들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었다.
“우리의 행진은 고통의 진짜 주범 재벌의 심장을 겨눈다.”
우리는 고통의 뿌리를 끊자는데 정권과 자본은 고통의 크기를 키우자고 한다. (중략) 우린 지난 1차 2차 오체투지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와 정리해고 문제를 정조준 했다. 그리고 배로, 온몸으로 땅을 밀면서 다시 한 번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가 빈곤과 차별의 뿌리이자,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문제임을 확인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는 진짜 범인을 찾아야 했다. (중략) 3차 오체투지를 시작한다. 우리는 고통에 맞서 고통을 멈추는 반란을 꿈꾼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가장 낮춰 이 땅의 고통 받는 모든 민중의 마음을 받아 안는 민란을 꿈꾼다. 우리의 행진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통신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을 사회적으로 함께 나누자는 제안이다.
현장은 행진단과 경찰의 마이크 소리로 아수라장이었다. 경찰은 “불법 집행 행위를 중지하고 신고 된 장소로 이동해 평화롭게 마무리해 주길 바란다. 계속 진행하면 검거 하겠다”며 경고 방송을 했고, 행진단 측은 “길을 열어라. 당신(경찰)들은 앞길을 막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맞섰다.
갈 길이 막힌 행진단들은 피켓을 들고 구호만 외쳐댔다. 이들은 “재벌 다단계 하도급으로 비정규직 양산한 최태원(SK그룹 회장), 구본무(LG그룹 회장) 체포하는게 경찰이 할 일 아니겠느냐”며 “구본무 연행하고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강하게 외쳤고 피켓에는 “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니다”,“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하라”,“개통기사도 노동자다”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대치 6시간 만인 오후 4시경 오체투지가 시작됐다. 쌀쌀한 바람이 여의도(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을 휘감았다. 하얀 소복을 입은 80여 명의 노동자들은 북소리에 맞춰 아스팔트 앞에 엎드렸다. 곁에는 피켓을 든 200여명의 참가자가 함께 행진했다. 행진을 출발한 후 부터는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국회를 출발해 목동 스타플렉스 앞에서 출발한 2차 행진단 200여 명과 여의도 인근에서 합류해 7일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이어갈 계획”이라 밝혔다.
이번 제3차 오체투지는 4대 재벌을 향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철폐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5일 오전부터 오는 7일까지 진행된다. 오늘(6일)은 1,000여명이 함께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 앞에서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마지막 날인 7일엔 청와대 앞 기자회견 및 광화문 일대 투쟁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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