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 시장> ‘의존·공생’과 ‘긴장·갈등’의 아주 오래된 역사
<국가 대 시장> ‘의존·공생’과 ‘긴장·갈등’의 아주 오래된 역사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5.02.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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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대 시장>.ⓒ책세상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흔히 지구화는 전후 질서인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를 계기로 1970년대에 시작된 전 지구적 시장 압박으로 이해되곤 한다. 과연 지구화는 이렇듯 20세기에 비롯된 현대적 사건일까?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로 경제사와 지리경제학을 통합해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연구해온 허먼 슈워츠는 《국가 대 시장》에서 이러한 통념에 도전한다.

그의 시각에 따르면 지구화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며, 우리가 오늘 목도하는 것은 2차 대전 이전의 세계경제에 존재하던 패턴의 재출현이다. 지구 자본주의의 오랜 역사를 추적하는 슈워츠는 어떻게 시장과 국가가 “오랫동안 서로에게 양식을 대주었는지” 보여준다.

‘지구화’의 특성과 전개 과정에 대한 권위 있는 입문서로 평가받는 이 책은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중심으로 지구화의 역사적․지리적 범위, 즉 지구화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이것은 국가‘와’ 시장이 서로 의존하고 공생해온 역사이자, 국가 ‘대’ 시장이 긴장과 갈등을 빚어온 역사이다. 또한 지구적 불균형 및 금융의 변덕과 투쟁을 벌이며 ‘지구 정치경제’가 출현하고 변화를 겪어온 과정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을 지구화가 출현한 500여 년 전 유럽의 해상무역에서 시작해 19세기 서유럽의 산업화와 20세기 초 영국 헤게모니의 붕괴, 미국 패권과 위기, 중국의 부상, 세계 금융위기 등 최근의 상황까지 아우르며 면밀하게 분석한다. 지구화의 아주 오래된 역사는, 가령 100년 전 신흥농업국 외채위기와 오늘날 신흥공업국 외채위기 사이의 유사점을 통해 지구 경제의 불안정성을 성찰하게 하는 등 현재를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

적응하거나, 도전하거나 ― 시장의 법칙과 국가의 대응

이 책의 접근 방식은 시장의 공간 법칙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대응을 부각시킨다. 지구 시장의 틀을 짜고 국내 시장을 탄생시키는 것은 국가들이다. 국가는 시장력 강화에 기여하거나 지구 시장 구조를 변형한다. 적응과 도전 중 어느 전략을 택하든 국가의 역할이 관건이다. 후발 발전을 추구하는 사회는 경제발전을 위해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고 신규 생산자에게 자본을 제공하며 노동력을 공급해야 한다. 개별 자본가는 책임질 수 없는 자본의 대대적 동원은 국가의 몫이다. 또 제조업 생산성을 높여 지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경우, 신생 제조업체는 경쟁력이 없는 초기에도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 논리로만 보면 수익을 낼 수 없는 비합리적 행위로, 국산품 판로 보장이나 보조금 지급 등 이 경우에도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

국가의 이런 적극적인 역할에 의해 지구 경제의 역사적 전개에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변동은 일정한 주기에 따라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슈워츠는 좁은 의미의 기술 변화를 ‘경성 기술 혁신’, 사회 제도의 변화를 ‘연성 기술 혁신’이라 부른다. 혁신의 두 측면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지구 경제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 두 측면을 시의 적절하게 결합해 지구 시장의 생명을 이어온 것 역시 국가의 업적이다. 이런 지구 경제의 순환은 패권국의 주기적 교체라는 정치 순환과 연동된다. 패권국은 경성 기술 혁신을 뒷받침할 연성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이러한 혁신의 결과 등장한 새로운 사회제도와 세력 배열을 지구 전체로 확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패권국과 나머지 세계 사이에 상호보완적인 무역 및 금융 구조가 구축됐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 경제 구조는 기존 선도 부문이 쇠퇴하고 도전국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성-연성 기술 혁신이 추진되면서 ‘아래로부터’ 점차 와해된다.

또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상호보완적 관계도 ‘위로부터’ 점차 와해된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영국 중심의 지구 경제가 바로 이러한 궤도를 밟으며 붕괴했다. 이 책은 100년 전 경험과의 대조를 통해 우리 시대 지구 경제의 행로를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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