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국립민속박물관에 세워진 ‘장승’
정월대보름, 국립민속박물관에 세워진 ‘장승’
  • 신승헌 기자
  • 승인 2015.03.0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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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헌 기자

[에브리뉴스=신승헌 기자] 을미년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장승제’가 열렸다. 국립민속박물관(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장승제가 열린 것은 17년 만이다.

장승제(長丞祭)는 질병과 악귀를 쫓고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지내는 세시풍속이다. 이날 있은 장승제를 지내기 위해 노루목마을(충남 청양군 정산면 용두리) 주민 40여 명은 아침 7시에 서울로 향하는 전세버스에 올랐다. 노루목마을은 전체 주민이 약 60명인 작은 마을이다.

노루목마을 주민 김수겸(56) 씨는 “어제도 우리 마을에서는 장승제가 열렸었다”며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용두리(龍頭里)에서는 매년 정월 열 나흗날 묵은 장승과 오릿대(솟대)를 뽑고 새로 만든 장승을 세운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용두리에서 장승제를 지내지 않았던 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과소비나 허례허식을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였던 1970년대 2~3년뿐이었다고 한다.

오전 10시 30분께부터 만들기 시작한 장승이 완성되고 오후 2시께, 풍물패의 흥겨운 풍악소리와 함께 남상(男像)과 여상(女像), 두 개의 장승이 모두 세워졌다. 두 장승 주위에는 ‘솟대’도 세워지고 액운을 막기 위한 ‘금줄’도 매어졌다.

▲ ⓒ 신승헌 기자

이를 지켜보던 용두리 김진선(52) 이장은 “‘천상천하축귀대장군지위(天上天下逐鬼大將軍之位)’라는 명문이 표기된 남상은 하늘과 땅의 귀신을 쫓아내고, ‘동서남북중앙축귀대장군지위(東西南北中央逐鬼大將軍之位)’라 표기된 여상은 사방에서 침범하는 귀신을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기자에게 귀띔한다.

용두리 주민 박청영(76) 어르신은 “해마다 정월 초사흘이면 그해 세울 새로운 장승에 대한 계획이 모두 마무리된다”며 “그때부터는 부정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장승제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은 상가(喪家) 다니는 것도 금지된다”고 말했다.

▲ ⓒ신승헌 기자

본격적인 장승제가 시작되고 ‘축문(제사 때에 신명께 고하는 글)’이 낭독됐다. 이어 ‘소지(소원을 적은 종이) 태우기’도 이어졌다.

김진선 이장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달라”며 소지를 태웠다. 이를 지켜보던 정민경(39, 서울 노원구) 씨도 “내용은 비밀”이라며 난생 처음 소지를 태워 하늘 위로 날려보냈다.

경복궁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장승제를 지켜보게 됐다는 미국인 관광객 더글러스 조던 씨는 제(祭)를 위해 마련된 막걸리를 맛보며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더니 “(장승제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놀라운 경험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정월대보름날, 17년 만에 국립민속박물관 앞뜰에 세워진 두 개의 장승은 대한민국의 평안을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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