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를 통해 보는 우리의 현주소, 증세vs복지
핀란드를 통해 보는 우리의 현주소, 증세vs복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3.06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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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를 기반으로 사교육 없앤 나라와 비교해보니…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정부의 창조경제와 공교육의 롤 모델로 꼽히는 북유럽 강국 핀란드에 주목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핀란드를 방문, 알렌산더 스툽 총리를 만날 당시 이렇게 말했다. "'핀란드를 세계에서 태어나기 좋은 곳, 살기 좋은 곳, 생을 마무리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스툽 총리의 정책 목표와 같이 대한민국 정부도 국민 행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창조경제 발전을 위한 교육과 혁신'을 주제로 한 핀란드 총리 특강에 귀기울이는 청중들ⓒ뉴시스

교육, 민주주의, 건강, 자유, 안전 등
9가지 요건 중 풍요로운 나라1위로 선정

라플란드의 눈의 여왕과 루돌프가 연상되는 북극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핀란드는 긴 겨울 사이로 눈부신 백야가 잠시 드리웠다 사라지는 곳이다. 호수는 20여 만 개, 숲은 국토 전체의 68%가량이나 달할 만큼 두드러진 푸른빛을 자랑하는 나라다.

지금은 자타공인 북유럽 강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이지만, 2차 세계대전 직후 만해도 핀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불렸다. 하지만, 금융과 정부재정의 탄탄한 기반 아래 2차 대전 패전국 중 유일하게 전쟁 배상금을 전부 갚은 나라로 주변국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초 영국의 경제연구소 레가툼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04개국을 대상으로 경제기반, 교육, 민주주의, 통치력, 건강, 개인적 자유, 안전 등 9가지 요소를 고려해 번영지수 순위를 결정한 결과 핀란드가 가장 풍요로운 나라로 선정됐을 정도다. 이처럼 핀란드가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던 원동력에는 우수한 인재양성교육에 있다. 공교육계의 파라다이스라고도 불리는, 핀란드의 완전무상교육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여러 선진국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사교육이 필요치 않는 나라, 공평교육 '모토'
부유층과 반발 이겨낸 핀란드의회 노력의 결실

핀란드 교육모델의 벤치마킹이 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국제 교육경쟁력 순위에서도 줄곧 1위를 차지하는 한편, 경제협력기구 OECD에서 만 15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에 한 번씩 수학, 과학, 읽기,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이른바 PISA 연구결과 핀란드 학생들은 지난 2000, 2003, 2006년 연속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 성취 능력을 기록했다. 특히 수학과 과학에서 최고수준으로 두각을 나타낸 가운데 최하위권 학생층도 OECD 평균 국가보다 낮은 1~2%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핀란드는 사교육비가 필요하지 않은 나라로 유명하다. 조세를 재원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완전 무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포털사이트 투머로우 매거진에 글을 발표한 핀란드 현지체류자인 김모씨가 경험한 핀란드에 따르면 예비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비가 무료이고, 교과서와 연필 등 교재와 급식도 지자체에서 무료 지급, 급식비까지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게다가 핀란드의 교육방침은 차별적인 학습, 소외와 배제된 학습을 용납하지 않는 보편적인 교육, 공평한 교육을 모토로 삼고 있다. 때문에 학습속도가 느린 학생, 장애를 가진 학생 상관없이 같은 학습 집단에서 공부하고, 의무교육 기간인 16세까지는 타인과 비교하는 시험도 없고 경쟁도 없다는 것이 핀란드 교육의 특이점이다.

핀란드가 이 같은 교육 정책을 편 것은 1963년 핀란드 의회가 공교육의 틀을 과감히 바꾸기로 결의하면서부터다. 1950년대 만해도 핀란드는 귀족학교인 문법학교와 평민학교인 공민학교로 양분된 탓에 극심한 교육 관련 양극화 현상을 겪은 나라였다. 그러나 핀란드 의회가 계급과 성, 학업성취도나 능력, 경제적인 배경 등에 상관없이 7~15세 학생 모두를 종합학교에 입학하게끔 하는, 교육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의지 아래 부유층의 반발을 이겨낸 뒤 얻은 결실이었다. 결국 정권이 바뀜과 상관없이 교육을 백년대계로 내다본 정치권과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현주소. 사교육 기승 여전
증세없는 복지 정말 가능할까? '딜레마'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떨까. 여전히 사교육비가 기승을 부리며, 가계 생활의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 매체가 소개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의 최종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기준 6.7%로 미국(2.4%), 일본(2.1%), 영국(1.5%) 등 주요 선진국 대비 2~8배 이상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 2013년 기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미취학영유아(만3세 이상)를 둔 서울 지역 447개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사교육 시작 나이는 만3.7세부터였고, 전체 응답자의 80.3%가 사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의 문제를 뛰어넘으려면 공교육이 바로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그리기 위해서는 공교육에 대한 국가 재정 투자가 뒷받침 되어야 하며, 이는 자연스레 복지 확대, 그리고 세금 증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당장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최근 당내 안철수 의원과 함께한 정책 좌담회에서 서민 복지 확대를 위해서도 이명박 정부 당시 법인세를 낮춰 대기업이 이익을 보게 됐다며 법인세 인하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현 법인세는 최고 세율이 22%로 이는 OECD평균(23.4%)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불어 복지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부담률(21.1%)또한 핀란드(42.5%)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실정에 처해 있다.

문제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의 딜레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기조 중 하나는 무상 보육 등 복지 확대에 있지만 당초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의지는 꺾지 않고 있다. 복지와 감세를 양 손에 쥐고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선들이 적지 않은 상황. 집권 여당을 이끄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마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직격탄을 날릴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정부 방침이 수정 노선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 좋겠지만, 그럴 능력이 안 되면 개중 하나는 포기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가늠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의 폐단을 해결하고, 복지 확대로 나아가고 싶다면, 핀란드처럼 높은 증세의 길로 나아가면 된다. 아니면 복지를 포기하면 된다. 그것도 아니면 증세 없는 복지, 핀란드 같은 공교육 부활로 갈 수 있는 창조적 대안을 국민 눈앞에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주소는 어디에도 방점을 찍지 못하는 안타까운 딜레마에 놓여 있어 답답함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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