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화국, 아날로그는 ´응답 할 힘이 없다´
대기업 공화국, 아날로그는 ´응답 할 힘이 없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4.0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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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CJ CGV·롯데 등…상권은 ´온통´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공중전화보단 스마트폰을, 동네서점보단 대형서점을, 단관 영화관보단 멀티영화관을, 재래시장보단 기업형 슈퍼마켓을 찾는 발길이 늘어난 것을 두고 혹자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변화라고 한다. 시대 흐름 속 옛것과 새것의 자연스런 자리바꿈이면 좋겠지만, 바뀐 자리마다 대기업들이 꿰차고 있는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어쩌면 문어발 기업들의 조직화된 전략전술과 전문 마케팅에 시나브로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봤다.

▲공중전화ⓒ윤진석 기자

“언제라도 힘들고 지칠 때면 네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노래패 꽃다지의 <전화카드 한 장>의 한 대목이다. 꽃다지 1집에 수록된 이 노래는 1994년 5월에 발표됐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보편화되지 않던 시절, 당시를 주름잡는 것은 삐삐와 공중 전화기였다. 전화카드 한 장은 이때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아이템인 셈이다.

힘들고 지칠때면, 전화카드 대신…

하지만 2015년인 현재, 무선호출서비스인 일명 삐삐는 추억의 유물로 치부된 지 오래다.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공중전화기는 이따금 눈에 띌 뿐이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앞 다퉈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이 공중삐삐와 공중전화기, 그리고 전화카드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 모바일 삼성 스토어ⓒ윤진석 기자

지난달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KT, SK텔레콤, LG텔레콤)의 활발한 가입유치에 힘입은 2014년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전년도 5468만1천명 대비 4.6% 늘어난 5720만8000명을 기록했다. 이중 스마트폰 사용자는 70%나 차지한다. 반면 휴대 전화가 일반화되면서 공중전화 이용자들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만 해도 삐삐의 유행과 맞물려 전국 15만대에 달했고, 한때 50만대까지 보급됐지만, 지금은 2011년 기준 10만대 안팎의 숫자로 떨어졌다. 개중에는 한 달 매출이 천 원도 안 되거나 이용자가 한 명도 없는 공정전화 등 옛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가동률이 형편없는 공중전화도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저곳 甲갑한 멀티플렉스뿐

▲CJ CGV 실적발표 간담회ⓒ윤진석 기자
단관 영화관의 현실은 더 어렵다. CJ CGV, 롯데시네마 등 대형영화관에 밀려 맥을 못 춘지 오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단관극장은 지난 2014년 기준 서울 조이앤시네마, 대구 시네마M, 전남광주 G시네마, 경기 양평시네마, 강원 화천산천어시네마, 경북 영주 예당시네마, 제주 영화문화예술센터 등 전국에 11곳이 전부다.

서울에는 가로수길 지하소극장 위치의 조이앤시네마 외에도 노년층 영화 전용관인 청춘극장, 실버극장 등 3곳만 남은 상태다.

반면, 전국 단위 기준 CGV는 950개, 롯데시네마는 730개 스크린 규모를 자랑한다. 단관영화관 대신 이들 대형멀티플렉스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압도적인 상황.

이 때문인지 이들 멀티플렉스들의 ‘소비자 호구 만들기’또한 커지고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청년유니온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월 3대 멀티플렉스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팝콘 폭리, 강제 광고상영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들 단체는 “대형멀티플렉스들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영화관을 확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SM 폭등할 동안 영세 슈퍼마켓은,,

▲썰렁한 재래시장 골목ⓒ윤진석 기자
익히 논란이 된 문제이지만, 재래시장, 영세슈퍼마켓도 신세계, 롯데 등 SSM(기업형 슈퍼마켓)등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SSM은 전국 292개에서 4배 가까이 올라 1090개까지 늘어났다.

이중 2010년 6월 기준 대기업 SSM현황을 보면, 당해 연도 전체 SSM 772개 가운데 롯데슈퍼 222개, 홈플러스 192개, GS슈퍼 162개 등을 차지했다.

2013년 3월 기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SSM은 322개, 대형마트는 64개로 재래시장 330개보다 56개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SBSCNBC <정철진의 소상공익 시시각각>에 따르면 대형할인마트 1곳이 문을 열 때마다 같은 지역 내 영세 슈퍼마켓 22곳이 문을 닫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다 못해 정부에서 골목상권 지키기 일환으로 500M출점 제한 등의 방침을 내놨지만 대기업들은 여전히 “변종 출점” 등의 꼼수로 골목 진출을 한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비판 지점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와 관련, “SSM 폭등으로 자영업자 80%가 신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보문고 ⓒ윤진석 기자
대형 서점에 밀려, 문 닫는 동네 서점들

동네 작은 서점도 설 자리를 잃어가는 분위기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1995년 5449개였던 동네서점은 2011년 1723개로 줄었다. 무려 68.4%가 감소한 것이다. 서울 S지역 거주인 민아람(가명 여/30대)씨는 “2~3년 전만 해도 상가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동네 서점이 있어 가끔 책도 구입하고 했지만, 어느 틈에 문을 닫았다”며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자장면 가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람 씨는 이어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적어 폐업한 것은 아닌가 싶어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미안한 마음도 든다. 사실 저만해도 동네서점이 있어도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이나 인터파크도서나 예스24처럼 온라인서점을 더 자주 이용했다”라고 덧붙였다.

동네 서점 감소 추이를 분석한 바 있던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서점의 할인과 대형 서점의 증가, 전자책의 확산으로 인해 동네서점이 줄어들었다”며 “동네서점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등의 차별화된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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