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이래도 ‘국민 건강’ 지키기 위함인가
'담뱃값 인상', 이래도 ‘국민 건강’ 지키기 위함인가
  • 신승헌 기자
  • 승인 2015.04.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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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신승헌 기자] ‘담뱃값 인상’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금연 정책이 불과 3개월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값이 오르기 전 미리 사놓은 담배들이 동났거나 금연이 실패로 돌아갔거나, 어쨌든 담배 판매량은 인상 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아서 피는 담배’, ‘밀수 담배’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담배를 제조 또는 판매하는 KT&G와 편의점 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고 정부의 국세수입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줄이겠다던 정부의 말이 결국 ‘세수 확대를 위한 꼼수’가 아니었느냐는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뉴시스

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이 단행된 지난 1월 초까지만 해도 50%대에 달했던 전년 동기 대비 담배 판매 감소폭이 3월 말에는 10%대로 떨어졌다. 일례로 한 편의점의 경우 1월 첫째 주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가 줄었지만, 2월에는 22.4%로 그 폭이 줄어들더니 3월 들어서는 감소폭이 17.6%(첫째 주), 15.6%(둘째 주), 15.1%(셋째 주)로 내내 10%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담뱃값이 500원 올랐던 지난 2004년, 인상 6~7개월 만에 위축됐던 담배 판매량이 완전히 회복됐던 사실을 생각하면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이번에도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범위를 확대하면 담배 판매량 회복세는 업계의 조사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담뱃값이 큰 폭으로 오르자 소매점 등에서 판매하는 일반 담배를 구매하는 대신 ‘말아 피는 담배’, ‘밀수 담배’, ‘면세 담배’ 등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부산경남본부세관에 따르면 휴대용 담배제조기구인 '롤링 머신'(Rolling machine)의 수입은 지난 한해 1천172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3월까지만 6천개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속칭 '롤링 타바코'로 불리는 이 기구는 잎담배를 넣어주면 이를 필터와 연결해 말아주는 기구다.

또한 시중가보다 2만~2만5000원 저렴한(1보루 기준) ‘면세담배’를 몰래 반입하다 적발된 해외여행자들이 급증한 사실에 비춰봤을 때, 면세담배 판매량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인천공항본부세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여행자가 면세범위(1보루, 200개비)를 초과해 담배를 반입하다 적발된 사례는 총 5306건으로 전년 동기(611건) 대비 76.8배 증가했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적발건수(2875건)를 훨씬 뛰어 넘는 수치이기도 하다. 담뱃값 인상 이전인 2011~2013년까지의 적발 건수는 2011년 4842건, 2012년 3092건, 2013년 2447건 등 매년 줄어드는 추세였다.

올해 1분기 동안 담배를 대량으로 ‘밀수’하다 적발된 건수(44건)도 지난해 같은 기간(6건) 보다 63.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면세담배를 구입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여행객들. ⓒ뉴시스

이처럼 담뱃값이 큰 폭으로 인상됐지만 수요에는 큰 변화가 없고, 판매량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득을 보는 것은 업계와 정부이다.

9일 오전, 편의점 프랜차이즈 ‘CU’를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의 주식은 전날보다 4.67% 오른 13만 4500원에 거래됐다. 이 회사 주가는 장중 13만 8000원까지 올라 52주(최근 1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같은 날 GS리테일의 주식도 장중 3만 650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연말부터 담뱃값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줄곧 주가가 하락했던 KT&G 역시 지난 2일 넉 달 여 만에 9만 원 선의 주가를 회복한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KT&G는 담뱃값 인상 직후인 지난 1월 20일엔 주가가 7만 47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9일 9만 3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또한 담뱃값 인상으로 한 갑당 부과되는 국세가 총 776원이 증가하게 됨에 따라, 지금과 같은 판매량 회복세는 중앙정부에게도 '세수 확대'란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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