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같은 정부가 있었다면
김수환 추기경 같은 정부가 있었다면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4.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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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세상을 구원하는 바보가 그립다. 이 시대의 성자로 기억되는 고 김수환 추기경은 스스로를 바보로 칭하였다. 지난 2008년 10월 서울 혜화동 주교관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하루 만에 그린 자화상에다 ‘바보야’라는 제목을 달았다. 주변인들이 이유를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그건 내가 바보이기 때문이지.” 김수환 추기경은 그 이듬해인 2009년 2월 16일 선종했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날 당시 명동성당은 시위하는 학생들의 피난처였다. 이와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번은 명동성당으로 공권력이 투입돼 피신해 있던 학생들을 잡아가려 하자 김수환 추기경은 경찰에 맞서 엄중히 꾸짖었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이오. 그 다음에는 농성 중인 신부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수녀들을 만나게 될 것이오.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소. 학생들을 체포하려면 나를 밟고, 그 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시오." 이처럼 김수환 추기경은 목숨을 내놓을 각오도 서슴지 않았기에 경찰의 진격을 막고, 학생들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오늘(16일)은 세월호 참사1주기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가장 많이 타고 있던 배였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 중 사망한 학생은 246명, 실종된 학생은 4명.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인양되지 못한 배와 함께 침몰해 있다. 사상 최대의 참혹한 인재의 비극은 살릴 수 있던 생명들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데 있다. 김수환 추기경 같은 선장이 있었다면, 김수환 추기경 같은 선원이 있었다면, 김수환 추기경 같은 정부가 있었다면 이처럼 끔찍한 인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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