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살려달라던 약속이 이룬 아프리카 봉사
목숨을 살려달라던 약속이 이룬 아프리카 봉사
  • [칼럼 이창옥이사장]
  • 승인 2016.03.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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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식인칼럼 =이창옥 이사장] 1977년 식인종이 산다는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던 어느 날, 실명에 처할 눈병에 걸리게 됐다. 다행히 회복은 되었지만 심신이 약해져 말라리아와 복합성 풍토병을 이기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게 됐다.

▲ ⓒ이창옥 이사장

심한 통증으로 인해 침실 바닥에 머리를 짓찧어 피범벅이 된 머리통을 움켜잡고 엉엉 울었다.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 엄습해 왔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소리쳤다. 살아야 해! 이렇게 젊은데 억울해서 절대 죽을 수 없어! 그 때 어린 시절 교회에서 만난 예수님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애원하면 살려주실 거라는 생각에 피를 토하며 하나님을 목 놓아 외쳐 불렀다.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고 갑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 하나님! 전 정말 죽을 수 없어요. 아직 20대를 다 살지도 못했는데 아프리카에서 데려가시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이제는 제 마음대로 살지 않고 하나님 뜻대로 살게요. 제발 살려만 주세요!”
살려 달라 애원하다가 문득 노크 소리에 벌떡 일어나보니 모두 꿈속의 환상이었다. 울부짖은 것은 육체가 잠든 사이 영혼이 하나님께 울며 기도하기를 아직 어린 생명 거 뒤 가시면 안 된다고 절규했던 것이다.
 
그 후 38년의 세월이 흘러 오늘이 되었다. 1977년 사경을 헤맬 때 하나님께 드렸던 약속, 그 약속을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수많은 연단과 훈련을 거쳐 현재 선교사로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친구이자 까만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의 고통을 돌보는 일을 할 때 행복함을 느꼈다.
 
비록 역량이 부족하여 마음껏 도와주지 못하여 스스로 작아지고 초라해져 위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굶주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먹일 때는 기뻐서 눈물이 났다. 물이 없어 개구리밥이 둥둥 떠 있는 병균이 득실거리는 잿빛 웅덩이 물을 벌컥벌컥 먹는 아이들을 위해 현대식 수도꼭지를 설치한 우물을 만들어주었다. 휴지가 없어 변을 보고 항문을 닦지도 못한 채 그냥 옷을 올리는 아이들을 위해 물이 풍부한 화장실 개선 사업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정말 마냥 좋아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프리카 슬럼가의 현재
동부아프리카 케냐에는 세계 3대 슬럼가인 키베라 슬럼가가 있다. 슬럼은 극빈계층이 살고 있기 때문에 '빈민가(貧民街)’라고도 부른다. 키베라 거주 인구는 추산 백만 명 가량 된다. 고아로 버려진 아이들과 폭탄과 총기 같은 위험 물건을 소지한 빗나간 젊은이들이 많으며 그 수를 다 파악할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키베라 슬럼가 거주자의 문맹률은 약 90% 이상이고 과부, 고아, 최저 생계비 없는 무직자가 약 90%이다. 하루에 한 끼도 먹기 힘든 아주 열악한 환경이다. 특히나 여성들은 에이즈로 인해 남편이 사망하고, 홀로 자녀를 부양하는 에이즈 보균자 여성이다. 일부 여성들은 케냐 정부에서 지정한 여성 자활센터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키베라 슬럼가 여성 자활센터는 350여 곳. 100여만 인구에 비례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이다. 비교적 치안이 안전한 다른 지역들은 여러 NGO가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하지만 각종 범죄와 위험이 도사리는 키베라 슬럼에는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키베라 슬럼가의 화장실은 몹시 비위생적이다. 100만여 인구의 배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어 붙여진 이름이 “Flying toilet”이다. 배설물이 날아다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다. 배설물이 바닥에 나뒹굴고, 그 나뒹구는 배설물을 신발 없이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밟게 되면 JIGGER(지가)라는 진드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지가는 아주 잔인하고 끔찍한 진드기이다. 그들은 인간의 살갗 속을 뚫고 들어와 알을 까고 살갗을 뜯어먹어, 발가락의 생명을 끔찍하게 앗아간다. 지가에 걸린 발바닥은 마치 썩은 고목나무처럼 거뭇하고 말라비틀어져 고름이 나온다. 아이들은 고통 속에 시들어져 가고 있다. 지가의 치료법은 약품을 탄 물에 발을 소독하고, 죽은 세포들을 손톱깎이로 하나하나 다 제거한 후 마른 수건으로 닦고 발가락에 바셀린을 바르는 것이다.
 
생각보다 간단한 이 치료는 후원자가 없어 어려운 형편이다. 지가는 전염성도 강하여 다른 부위 및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겨간다. 하루에 한 끼도 먹기 힘든 상황에서 맨발로 다닌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 신발이 있었다면 애초에 지가라는 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며, 쾌적한 환경 속에 살았다면 지가라는 진드기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공부를 한다. 하지만 가장 안전지대여야 할 학교도 목숨을 내놓고 다녀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매우 낡은 학교는 부러지기 쉬운, 그저 비를 막기 위한 판자로 지어진 2층 학교로 되어있다. 1층이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로 구멍이 뚫려있어 구멍을 피하며 공부를 해야 한다. 자칫 구멍을 밟았다간 1층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실제로 뚫린 구멍으로 한 어린이가 떨어져 평생 장애아로 살아가게 되었다. 학교는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깨우쳐주는 배움터, 요람이다. 아이들이의 희망과 꿈, 밝은 웃음을 지켜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곳은 바로 학교이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모가 조금이나마 경제활동이 가능한 집 이야기이고,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도 무수히 많다. 그 아이들은 먹을 것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에 한 끼도 먹기 힘들어 쓰레기를 뒤지고 다닌다. 한창 성장해야 할 성장기에 제대로 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없으니 면역력이 약해져 전염병에 노출되고, 질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힘이 센 아이가 먹을 것을 가져가고 약한 아이는 먹을 수 없다. 그렇게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자라난 아이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각종 범죄와 약탈을 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렇게 힘들고 열악한 곳에 사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꿈과 희망이 있다! 건강하게 잘 살고 싶다!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힌 키베라 슬럼가! 가난으로 일그러진 상처받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에이즈, 각종 질병으로 죽어가는 키베라 슬럼가의 삶! 가난한 젊은이들이 희망 없는 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부정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키베라 슬럼가! 그래서 외국선교사와 국제구호단체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키베라 슬럼가! 이런 사각지대의 여성들에게 최소 금액으로 최상의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 바로 여성 자활 재봉틀 후원 사업이다.
 
아프리카 슬럼가의 미래
물고기 한 마리를 공급해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는 도구의 원천이 되는 <재봉틀> 공급은 어부, 즉 기술자를 만들어 주는 자립경제형 최적의 생명 살리기 사회 공헌 사업인 것이다. 옛날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삯바느질을 하여 자식을 키웠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 키베라의 어머니들도 재봉틀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한다.
 
자식에게 하루 한 끼라도 꼭 먹이려는 열망은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들에게 강인한 힘을 준다. 에이즈로 남편을 잃고 보균자가 된 여성들은 자식만이라도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 여성들은 재봉기술(재단, 디자인, 오버로크, 단춧구멍) 수공예 등을 배워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재봉틀을 통해 먹고살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게 되고, 그로 인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재봉틀 한 대로 아이들을 먹일 수 있고, 학교에도 갈 수 있다. 지가에 걸린 아이들의 약품을 살 수 있으며, 신발도 살 수 있다. 경제활동이 활발하면 지역사회가 발전하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리모델링도 가능할 것이다.
 
지역사회 발전은 고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아들을 보살펴주는 보금자리가 생겨날 것이고 그들에게 먹을 수 있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재봉틀 후원으로 여성 자활센터가 확장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물론 여성들의 사회생활로 인해 여성 자활 경제성장 및 지역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며, 아프리카 빈민가 여성 경제 성장에 밑바탕이 될 것이다. 결국 작은 재봉틀 한 대가 그들에게 꿈이고 희망이고 미래인 것이다. 물론 재봉틀 한 대만으로 당장 어떠한 성과가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그들의 삶 속에 스며들면 위험하고 삶의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키베라 슬럼에도 새로운 모습이 만들어질 것이다.
 
* NGO아이러브아프리카(홈페이지 iloveafrica.or.kr)
- 아프리카전문 국제구호개발비정부기구(Non Governmental Organization), 설립 목적은 UN MDGs 프로젝트 정신에 맞추어 아프리카 사람들의 빈곤 퇴치, 재난 구호, 사랑 나눔 및 황폐화 되어가는 환경문제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총체적 지원과, 구제를 통한 21C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는 민간외교사절로서 성실히 행하는 것이다.
 
이창옥 현)NGO아이러브아프리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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