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7시, 진심을 볶는 ‘마세리아(Masseria)’의 남자
매일 아침 7시, 진심을 볶는 ‘마세리아(Masseria)’의 남자
  • 김소진 칼럼니스터
  • 승인 2017.09.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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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김소진 대표]서울 강남구 삼성역 근처에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카페가 몇 개나 될까?”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단 일초의 주저함도 없이 엄청 많겠지라고 동료가 답변한다. 잠시 생각해본

. ‘엄청 많다는 과연 몇 개를 말하는 것일까? 500개 정도? 이 질문을 던지고는 아주 좋은 게스티메이션(Guesstimation) 질문인데!” 라고 외치며 마치 대단한 발견을 한 냥 즐거워하는 나의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헤드헌터로서의 직업병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아 차렸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웃음이 나왔다. ‘1,299’, 검색 포탈에서 삼성역 주변 카페로 검색 된 카페의 숫자다.

코엑스,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인터콘티넨탈 호텔 등 주변 환경이 활동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삼성동에서 창업해서 벌써 10년째 이곳에 있다. 주변에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수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제쳐두고 일부러 골목 안 동네 카페를 찾는 때가 있다. 바쁜 일정 속에 커피 한잔의 휴식이 필요할 때 혹은 중요한 만남이 있을 때다.

낡고 빈티지한 목재의 내부 인테리어와 곳곳에 녹색 식물들이 편안함과 신선함, 한가로움을 느끼게 해주어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클래식이나 잔잔한 재즈 선곡 덕분에 음악 소리에 방해 받지 않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도심 속 카페 마세리아(Masseria)’를 내가 굳이 찾아가는 이유다. ‘농장’ ‘시골집을 뜻하는 마세리아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즐비한 삼성동 빌딩 숲 사이에서 10년을 버티고 있는, 주인장의 정성이 들어간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많은 것을 이루었고, 또 한 순간에 모두 잃어버리는 경험을 했던 마세리아의 정우진 대표. 2007년 사업에 실패해 방황하고 있던 그는 우연히 지인의 사무실에서 커피 관련된 책자를 읽게 되면서 인생 2, ‘커피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후 매일 여덟 시간씩 커피 관련된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를 들여다봤고, 국내에 있는 커피관련 서적은 빠짐없이 모두 읽었다. 이렇게 커피에 관련된 정보를 쌓고 하루 종일 커피 생각만 하면서 커피에 미친 남자가 되었다. 하지만, 카페 오픈 처음 1년 동안은 적자였다.

▲ @마세리아 블로그 캡처'

그래도 꿋꿋하게 좋은 원두와 정성을 다해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손님들에게 선보이니 그 진심이 통했는지 손님들이 찾기 시작하더라고요.” 정 대표는 매일 아침 7시에 매장에서 직접 원두를 볶는다. 볶은 원두 중 직원들의 블라인드 테스팅을 거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사용한다. 2주가 지난 원두는 바로 폐기 처분한다. 밀크티 하나를 준비하는 데도 차의 종류에 따른 특징과 끓이는 법, 손님의 주문 후 제공하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분석하느라 3~4개월이 걸렸다. 모든 메뉴의 레시피는 직접 개발하고 시럽과 소스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커피잔 하나를 살 때도 계량컵을 가지고 다니며 계량컵에 물을 담아 비교해보고 용량을 확인한 후 구매한다.

마세리아주변에 스타벅스 2곳을 포함하여 18개의 카페가 즐비하다. 그럼에도 마세리아가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정직한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정우진 대표의 진심이 있었다. 눈앞의 이익만 좇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하고, 작은 품질의 하자도 용납하지 않는 깐깐함, 매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최고의 커피만을 대접하겠다는 그의 철학이 자연스레 신뢰를 만들어갔다. “내 커피가 정말 맛있다라는 그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지금껏 단 하루도 쉬어본 적 없다는 정 대표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 요즘도 매일 꾸준하게 하루에 1~2시간씩 커피 공부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트렌드를 읽고 메뉴를 개발하는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를 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카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정우진 대표는 말한다. ‘이 카페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임하라고 조언한다. 나는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내지 않았어도 살아남아 있는 것자체가 성공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자기가 하는 일에 진심의미를 담아 죽기 살기로 목숨 걸고 애쓰고 있는 이들을 응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 남자의 진심이 담긴 마세리아의 대표메뉴인 밀크티에 커피를 섞은 홍콩커피한잔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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